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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1일 오전 9시 52분]

지난 7일 안타까운 소식 하나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강남 압구정의 모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분신해 중태에 빠진 사건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한 아파트 입주민이 가한 모욕적인 발언과 처우를 견디지 못하고 경비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한다.

보도 후 많은 사람이 경비원의 분신 시도를 안타까워하며 이 같은 실태를 비판했다. 분신을 시도한 경비원의 유서를 통해 한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들에게 청소를 재촉하며 언성을 높이고 인격 모독 발언을 계속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누리꾼들은 '비인간적인 처사'라며 분노했다.

지난 7일 오전 9시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모 아파트 단지에서 근무 중이던 경비원 이아무개씨(사진, 53)가 단지 내 노상주차장에 세워져있던 차량 안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지난 7일 오전 9시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모 아파트 단지에서 근무 중이던 경비원 이아무개씨(사진, 53)가 단지 내 노상주차장에 세워져있던 차량 안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 동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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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직 4년, 온갖 종류의 욕은 다 들었다

나는 경비직, 즉 보안요원으로 불리는 직종에서 4년간 일해왔다. 병원과 마트, 은행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간에 파견되어 업무를 맡았다. (관련기사 : 씹던 껌 뱉어 내 손에... 제가 쓰레기통인가요?) 과거에 썼던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보안요원의 구체적인 업무는 주로 특정 공간 안에서의 안내와 치안 유지 등이다. 물론 문제가 생겼을 땐 업체에 대한 비난을 대신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디에서 일하더라도 보안 요원으로서 겪는 공통적인 상황은, '쉽게 욕을 듣는다'는 것이었다. 마트에서 일할 때는 할인 등의 행사 상품이 매진된 경우 "왜 물량을 고작 이것만 준비했냐"는 식의 내용으로 욕설이 섞인 고함을 흔히 들었다. 병원에서는 의사들의 진료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고, 은행에서 일할 때에는 창구의 업무 처리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내게 비난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었다.

많은 경우 나는 불만 사항을 유발한 당사자가 아니었지만, 의사나 은행 직원보다 훨씬 만만한 대상이라고 인식해서 인지 대신 욕을 하는 것 같았다. 안내를 위해 문 앞에 서서 대기하며 시종일관 몸을 낮추어 인사를 하는 것이 기본 업무였는데, 그런 자세가 고객에게는 '쉽게 대해도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게끔 한 것일까?

여기저기서 일하는 동안 온갖 종류의 욕을 다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모가 큰 마트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절도 사건이 자주 적발되었던 터라, 양해를 구하고 손님들의 종이가방을 일일이 들춰보며 검사하라고 지시 받았다. 그럴 때마다 하루 한 번 이상은 "이 △△야, 내가 도둑이라는 거냐"는 취지의 폭언을 들으며 지냈다.

물론 언급한 각각의 상황마다 다소 불쾌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단순한 지적을 넘어 욕설과 인신공격을 듣는 순간에는 정말 비참해진다. 심지어 아이의 손을 잡은 어느 부모가 "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런 꼴 된다"고 자녀에게 동기 부여(?)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

'업무에 사명감 가지라'는 경비교육, 현실은...

보안 업체에 소속되면 누구든지 배치 2개월 이내에 의무적으로 28시간 분량의 '경비원 신임 교육'을 듣게 된다. 일반 경비원이 알아야 할 경비업법과 범죄 예방론 등의 업무 지식, 범죄자 체포와 진압을 위한 호신술이 교육의 주요 내용이다. 가스총 등 각종 장비의 사용법도 경비 교육을 이수하는 과정에서 배운다. 고객에 대한 친절한 태도와 인사법도 교육 내용에 포함된다.

2010년 당시 참여했던 경비 신임 교육의 마무리는 "경비직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업무에 사명감을 가지라"는 말이었다. 안전을 지키고 사람을 보호하는 일인 만큼, 경비업은 중요하고도 보람찬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권위를 부여받는 경호 요원의 일반적 이미지와 달리 한국 보안요원의 현실은 고객을 일관된 '저자세'로 대해야 한다.

이러한 점은 고객의 요구가 과도하거나, 마찰의 이유가 손님 측의 일방적인 화풀이라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국내에서 '서비스직'으로 분류되는 보안 요원은 업무 중 발생하는 대부분 상황에서 "죄송합니다"라고 웃으며 사과하라고 '서비스 교육'을 주기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고객이 쓰레기(씹던 껌이나 아기의 대변이 묻은 기저귀 등)를 대신 버려 달라며 쥐여 주기도 하고,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고 번호표를 구겨서 내 얼굴에 던지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고객이 다른 직원에게 큰 소리로 폭언하기에 "진정하시라"고 말렸더니, "내가 화를 내는데 듣기 싫다고 대드는 거냐"며 오히려 사과를 요구받은 경우도 있다. 일단 상대방의 격앙된 감정을 추스르고자 죄송하다고 말했더니 "감히 경비원 주제에"로 시작하는 비하 발언과 모욕도 이어졌다.

또한 '경비직은 한가한 직종이다'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실제 업무 환경은 그다지 만만하지 않다. 마트와 병원에서는 주·야간으로 번갈아 수시로 교대하며 근무해야 한다. 시간당 10분씩 휴식 시간이 정해져 있었지만 '바쁜 현장 상황' 때문에 지켜지는 경우가 드물었다. 밤샘 근무를 하면서는 지상 20층부터 지하 3층까지 빠짐 없이 1시간 안에 순찰해야 했다. 낮에는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화장실조차 제때 가기 힘든 편이다. 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이 여유롭지 못한 곳이 많아서, 잠시만 자리를 비워도 교대가 밀리는 등 공백이 크게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여름 경비교육을 함께 이수하고 지방에서 일했던 동료 곽아무개씨와 이듬해 다시 만나 대화한 적이 있다. 당시 그로부터 주거 단지에서의 근무 조건도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덜 바쁘고 일하기에 더 편하지 않느냐"는 내 물음에 곽씨는 생각보다 현실은 꽤 다르다고 답했다. 일반 사업장은 직장 상사가 몇 명의 특정 인물로 정해져 있지만, 아파트에선 모든 주민이 '갑'이라는 것이었다.

최근 보도를 보면 그의 이야기가 문득 다시 떠오른다. 아파트에서 분리수거를 하는 날에는 종일 쓰레기를 뒤적여야 해서 몸에 냄새가 밴 날도 많다고 했다. 경비원에게 쓰레기 더미를 떠넘기고 손가락질로 지시만 하는 사람도 있고, 가끔 유통기한이 다 된 음식을 먹으라며 '처분하듯이' 가져다준다는 충격적인 말도 들었다. 이는 최근 기사로 나온 경비원들의 증언과도 상당히 닮아 있다. (관련기사 : "5층에서 '경비, 경비'하며 음식 던져줘") 발령 당시 나의 부러움을 샀던 곽씨는, 결국 재회한 날로부터 한 해를 채 넘기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경비노동자 분신사고가 일어난 아파트의 한 경비원이 지난 13일 오후 근무를 서고 있다.
 지난 7일 경비노동자 분신사고가 일어난 아파트의 한 경비원이 지난 13일 오후 근무를 서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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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하면 무시하는 사람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경비원'은 영화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우리의 일상과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웃이라는 느낌보다는 적은 비용으로 고용된 '잡일꾼'같은 이미지가 강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경비원'이라고 하면 타인보다 '낮은 계급'에 속하는 직종인 양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에 일했던 어느 경비업체에서는 임원이 수시로 "우리는 경비원이 아니라 보안요원"이라고 자위하듯 말하기도 했다. 이미 그 발언 자체가 '경비원'이란 단어에 대한 사회적인 멸시를 재확인하는 꼴이었기에 씁쓸한 풍경이었지만 말이다.

21세기가 된 이후로, 이제는 '노예제도'를 언급하면 누구나 고개를 젓고는 "그건 잘못된 발상"이라 말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특정 직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되짚어 보면, "못 배운 사람들이니 천한 대우를 받아도 마땅하다"는 생각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3D('dirty, difficult, dangerous'를 뜻하는 말로 기피 직종을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 직종으로 일컫는 육체노동도 그렇지만, 최근 한 사람의 분신을 계기로 이슈가 된 '경비직'도 마찬가지의 편견에 시달리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볼 때, 과연 오늘날 직업에 대한 차별이 사라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몇 명의 죽음이 있고 나서야 경비원의 초과 근무수당 미지급과 불안정한 고용 상태 등 많은 사안이 문제로 떠올랐다. 쉽게 대체 가능한 인력이라는 생각이 '노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만나 착취와 인격모독을 낳은 것은 아닌지, 더 늦기 전에 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시점이다. 경비직 종사자들에게 사회 각 분야의 안전을 무겁게 맡겨놓고서, 정작 그들의 안녕과 삶의 질은 눈감은 채 가볍게 무시하면서 지내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되물어보자.

만약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렸을 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면, 이제는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 감정노동자가 비인간적인 대우 때문에 겪는 불필요한 피로감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노동'에 대한 사회 전반의 시선을 새로이 고쳐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경비원'을 바라보는 자세를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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