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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철 통일부 대변인.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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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을 우리 측이 비공개로 하자고 북측에 제의한 이유에 대해 "좀 더 실질적인 협의를 이루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서해상에서 함정 간 교전이 발생하고 연천에서 총격이 발생하는 등 당시 남북관계 상황이 예민했다"면서 "우리 측은 좀 더 실질적인 협의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비공개 접촉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6일 군사 접촉을 자신들은 공개로 하자고 접촉 당일까지 제의했으나 우리 측의 요구로 비공개로 진행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임 대변인은 북측이 이번 접촉 내용을 보도형식으로 공개한 것에 대해 "상호 논란이 있는 부분에 대해 다음 협의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대해 "우리가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했고 북측도 동의했다"며 "15일 회담을 시작하면서 북측이 공개를 요구한 것은 회담 운영과 관련한 공개와 비공개를 얘기한 것이다, 회담초기에는 공개·비공개를 관례적으로 묻는다, 이번에도 그렇게 물어 와서 비공개로 하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북측에 회담의 비공개를 요구한 이유에 대해선 "북한이 단독 접촉을 요구했고 서해교전과 같은 엄중한 사안이 논의될 수밖에 없었고, 2차 고위급 접촉을 앞둔 예민한 시기를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관진 실장 우리측 대표로 요청한 사실, 뒤늦게 인정

하지만, 군사당국자 접촉 전말을 놓고 벌어진 거짓말 논란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남북 간 접촉은 '투명하고 당당한 대북정책'을 천명했던 박근혜 정부 들어 진행된 남북 대화 관례와는 다르게 사전 브리핑 없이 접촉 당일 오전에서야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언론 보도가 나온 후 판문점에서 남북 간 접촉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도 주무부처인 국방부와 통일부는 "해당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청와대도 "관련 사실은 해당 부처에서 확인하라"는 엉뚱한 답변만 내놨다. 양측 대표의 실명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 당국자들은 이를 확인해 주지 않거나, 심지어는 전화기의 전원까지 꺼놓는 식으로 언론의 취재를 차단했다.

이는 지난 해 개성공단 정상화 회담을 모두 공개적으로 진행하고 지난 2월 첫 남북 고위급 접촉 개최 당시 북측의 '비공개' 요구까지 언론 브리핑을 통해 공개하며 비공개 대화를 거부한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태도다.

이후에도 혼란은 이어졌다. 16일 오전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7일 남북 함정 교전 직후 북한이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명의의 전통문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보낼 때 '긴급 단독 접촉을 갖자'는 표현을 썼다고 밝혔다.

'긴급' '단독'이라는 이례적인 표현을 전통문에 썼다는 점에서 북한이 '황병서-김관진'의 직통 라인으로 직접 얼굴을 맞대는 회담을 원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이를 바로 부인했다. "'긴급단독접촉'과 관련, 황병서 국장-김관진 실장 간의 접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문 수발신 명의에 대한 표현"이었을 뿐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런 설명도 불과 수 시간 만에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은 자신들이 김관진 실장 앞으로 전통문을 보냈으며 "(NLL 상호 포격과 관련한)사태를 수습할 목적으로 귀하와의 긴급단독접촉을 가질 것을 정중히 제의합니다"라고 명시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또 이 매체는 지난 7일 첫 전통문 이후 3차례나 우리 측에 추가로 전통문을 보내 만남을 요구했으나 우리 측이 계속 이를 묵살하다 '최후통첩'이 나간 후에야 대화가 성사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가 나간 후 16일 밤 11시 20분께 입장자료를 내고 "북한에서 김관진 실장을 우리 측 대표로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고 뒤늦게 시인했다. "김 실장의 이름은 전통문의 수신자로 명기됐을 뿐"이라는 통일부 당국자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된 셈이다.


태그:#남북 군사당국자 접촉, #N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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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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