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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경비노동자 분신사고가 일어난 아파트의 한 경비원이 13일 오후 경비초소에서 근무를 서고 있다.
 지난 7일 경비노동자 분신사고가 일어난 아파트의 한 경비원이 13일 오후 경비초소에서 근무를 서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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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13일 오후 4시 20분]

"아파트 입주민 대표가 찾아와 가족을 위로라도 했다면 이렇게까지 분노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13일 낮 서울 강남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정문 앞. 경비원 노동조합 대표를 맡고 있는 김길환 분회장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7일 이 아파트 경비원 이아무개(53)씨가 분신 자살을 시도한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동료 경비원들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가 평소 입주민으로부터 심한 폭언과 모욕을 당했다"며 입주자 측에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동물에게 던지듯 과일 주기도"... 압구정 아파트 경비원의 '분신')

김길환 분회장은 기자회견 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씨 뿐 아니라 이씨와 함께 교대로 근무하는 경비원도 여러 이유로 입주민에게 질타를 받고, 해당 입주민만 보면 가슴이 뛰는 탓에 우황청심환까지 복용하면서 근무하고 있다"며 "입주민 중 병원에 찾아온 사람도 없고, 이에 대해 여전히 어떠한 사과도 없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먹다만 시루떡 주면서... 개·돼지 된 듯한 모멸감 느껴"

이씨의 동료 경비원들에 따르면 분신을 시도한 이씨는 원래 활달한 성격이었으나, 최근 해당 근무지로 배치를 받은 뒤 가족에게 "그만두고 싶다"는 등 우울함을 호소했다. 특히 한 동료 경비원은 "이씨가 분신을 시도했던 날 오전 8시 30분께 이씨가 한 입주민(70대 여성)에게 심하게 혼나고 있는 것을 봤다"며 분신한 이유가 일부 입주민의 폭언과 괴롭힘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길환 분회장은 "(이씨 분신 사건의 원인제공자로 지목된) 해당 입주민은 평소 심각하게 경비원들을 질타했다, 꼬챙이로 분리수거함을 뒤져가며 트집을 잡았고 음식도 5층에서 '경비, 경비'하면서 불러서는 던져줬다"며 "안 먹으면 왜 안 먹냐고 하니까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씨와 함께 일했던 다른 동료 경비원들이 겪은 사례들도 공개됐다. 동료 경비원들은 "일부 입주민들에게 평소 무시를 당해 모멸감을 자주 느꼈다"며 "외부에서 사고가 난 차량을 경비원 탓으로 전가하고, 한 입 베어 문 시루떡을 먹으라고 주는 등 마치 개·돼지가 된 듯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다른 아파트 경비원들 역시 이씨와 그의 동료들처럼 모멸을 받으며 근무를 하고 있었다. 경비노동자들을 돕는 윤지영 변호사(공익변호사재단 공감)는 "택배보관은 경비업무에 해당되지 않음에도, 택배 물건을 제대로 보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해 경비원이 해고된 사례도 있었다"며 "근로 중 휴게시간이 보장돼 있어도 휴게공간이 없어 제대로 쉴 수가 없다"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이들이 쓰는 표준 근로계약서에는 민원이 들어오면 해고를 당하게 돼있다"면서 "현재의 법과 제도는 노동 약자인 경비원들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비원들은 주차관리와 고지서 배부, 청소 등 온갖 잡일과 장시간 근무를 함에도, 업무가 경미한 '감시단속적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하루 속히 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비원은 갑-을도 아닌, '병'"... 입주자대표회의 측 "나설 일 아냐"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조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분신사고 규탄 및 재발방지 촉구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조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분신사고 규탄 및 재발방지 촉구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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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와 동료 경비원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서울일반 노동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아파트 입주자들을 대표하는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번 일에 대해 경비원 가족에게 사과하고, 입주민들의 일상적인 인격무시와 관련해 경비노동자들에게 사과하라"며 "분신사고 대책마련 재발방지 등을 위해 노조와 입주자 대표회의 간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사건의 근본 원인은 경비노동자의 신분과 고용불안에 있다"며 "경비노동자들은 갑-을 관계를 넘어서 용역업체에 고용되는 '병'의 위치"라고 말했다. 이어 "경비들의 노동으로 인해 입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것인데, 이유를 막론하고 주민을 대표하는 분께서 해당 경비원에 대한 병문안이나 위로 등 최소한의 유감 표시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대표회의가 나설 일이 아니다"란 입장이다. 해당 아파트의 김아무개 입주자대표회의 대표는 13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분신이 입주민의 모욕감을 주는 태도와 언쟁 때문이었는지는 경찰이 조사할 일이고, 그렇다고 해도 그건 해당 입주자와 해결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씨는 또 "입주자대표회의는 한국주택관리주식회사를 통해 경비원들을 고용했기 때문에, 경비원들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감독의 의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동료 경비원들에 따르면, 이씨 분신 사건의 원인제공자로 지목된 입주민 70대 여성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따로 입장 등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이씨는 지난 7일 오전 9시께 단지 내 노상주차장에 있던 입주민 차량 안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했다. 이로 인해 전신 60% 가량에 3도 화상을 입은 이씨는 현재 의식은 회복했지만, 여전히 산소 호흡기를 통해 숨을 쉬고 있으며 의사소통도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씨의 둘째아들인 이아무개(24)씨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가 낭독됐다. 이씨는 아버지의 병간호 등을 위해 다니던 대학을 휴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던 아버지에게 이런 일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다"며 "누군가에게 얼마나 모독적이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셨으면 그런 선택을 하셨을까 싶어 가슴이 무너진다"고 밝혔다.

'분신' 이씨 아들 "아버지에게 이런 일 있을 줄 꿈에도 상상 못 해"

다음은 분신한 경비원 이씨의 둘째아들 이아무개(24)군의 편지내용 전문이다.

늘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빠

늘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힘들어도 내색 않던 아빠, 기독교인으로서 평소에 자해 시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해하지 못하시던 아빠에게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 못했어요.

먼저 말씀 안 하셨던 힘없던 아빠에게, 더 괜찮으냐고 무슨 일 없느냐고 물어보지 못한 걸 너무나도 후회합니다.

절대 그런 일을 할 수 없는 아빠가 누군가에게 얼마나 모독적이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셨으면 그런 선택을 하셨을까, 얼마나 속상하고 괴로우셨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지고 치가 떨립니다.

너무 화가 나고, '나는 왜 몰랐을까' 자책도 하고요. 후회와 분노, 슬픔의 감정이 하루종일 번갈아가며 옵니다.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지만 계속 저런 감정이 솟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평소에 씩씩하라고 했던 아빠의 말씀을 다시는 듣지 못할까봐, 밥은 먹었니 어디니 하던 아빠의 세심한 관심도 마지막일까봐 얼마나 두려웠는지.

후회보다는, 아빠가 깨어나고 회복하면 뭘 해드릴지 또 어떻게 아빠의 사랑에 보답할지 생각하면서 기다릴게요. 얼른 일어나셔요.

멋쟁이 우리 아빠 파이팅. 이제 힘들지 않게 제가 옆에서 지켜드릴게요. 정말 정말 사랑합니다.

아빠를 사랑하는 작은 아들 OO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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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자세히 보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A political reporter. I'm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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