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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도 유효기간이 있다. 사람들은 유효기간이 지난 음식은 안 먹는다. 아무리 식품영양학자가 괜찮다고 해도 그렇다. 기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수리하고 보완하더라도 유효기간이 지났다면 가동해서는 안 되고 폐기하는 게 맞다."

박종권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이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를 강조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마창진환경연합은 오는 11일 창원에서 부산 기장 고리원전 1호기 앞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제1회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자전거 타기 캠페인"을 벌인다.

박종권 의장은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나섰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7시 창원 39사단 앞에서 출발해 94km 거리에 있는 고리원전 1호기 앞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약 7시간 정도 걸릴 예정이다.

박종권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박종권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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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김해 진영문화센터, 김해 신세계 이마트 앞을 지나 이날 낮 12시 부산 화명생태공원 축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어 동원과학기술대학교를 거쳐 이날 오후 4시 30분경 고리원전 앞에 도착할 예정이다.

"노후원전 폐쇄 요구에 많은 시민 함께 하길"

마창진환경연합은 '노후원전 폐쇄'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 8~9월 사이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고리원전 1호기 폐쇄를 위한 1인시위'를 벌여 노후원전의 '위험성'과 '경제성 없음'을 알리기도 했다.

이 단체는 "고리1호기의 두번째 수명연장의혹이 지속되면서, 시민들의 관심과 위험성을 홍보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가는 행사를 하게 되었다"며 "이를 통해 창원에서 고리1호기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몸으로 체험하고, 다시 고리1호기를 연장하고자 하는 정부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리원전에서 경남지역 주요 도시는 가깝다. 경남도청까지 55km, 창원시청까지 57km, 옛 마산시청까지 65km, 옛 진해시청까지 50km 거리다. 고리원전에서 반경 30km 안에는 부산, 울산, 양산 시민 342만명이 살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는 80km 거리의 주민에 대해 대피권고가 내려졌다. 이 기준에 따르면, 고리원전사고가 났을 경우 경남 주요 도시인 창원, 김해, 양산도 모두 대피권고 지역에 들어가는 것이다.

박종권 의장은 "고리원전 문제가 심각한데도 경남도를 비롯한 자치단체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경남 사람들은 고리원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고리원전에서 문제가 생기면, 바람이 초속 3m라고 생각할 경우 창원까지 방사능이 날아오는데 5시간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 시간이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도망 갈 시간도 없고, 다 피폭된다고 보면 된다. 남의 집에 불구경하듯이 할 문제가 아니다. 경남도를 비롯한 자치단체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리원전 1호기는 올해로 가동 37년째다. 원전 수명은 30년이다. 정부는 고리1호기에 대해 수명을 한 차례 10년 연장했는데, 또 10년의 추가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박종권 의장은 "고리1호기는 지금도 너무 위험하다. 원전은 너무나 무서운 기계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수명을 정해 놓았고, 그 수명이 30년이다"며 "그런데 10년을 연장해놓고 또 연장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고리원전 1호기는 37년 전에 만들어졌다. 그때는 원전 기술이 지금보다 부족할 때였고, 소재도 미흡했다. 지금은 원자로를 하나의 통으로 만들지만, 고리1호기는 조각 3개를 용접했다. 용접 부위가 불안한 것이다. 재질의 강도도 지금보다 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또 수명연장을 할 것이라고 하는데, 정말 위험한 일이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오는 11일 "제1회 고리원전 1호기 폐쇄를 위한 자전거 타기 캠페인"을 벌인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오는 11일 "제1회 고리원전 1호기 폐쇄를 위한 자전거 타기 캠페인"을 벌인다.
ⓒ 마창진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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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 의장은 "원전은 수백만개의 부품으로 되어 있고, 케이블 길이만해도 170km로, 그만큼 복잡하다"며 "그 많은 부품을 인간의 힘으로 체크한다는 게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더구나 오래되었다면 모두 체크한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그는 "원전은 수명을 다하면 멈추어야 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할 이유가 없다"며 "그런데 오래된 원전도 괜찮다고 하니, 그렇다면 다른 원전도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원전은 안전 유무를 떠나 수명이 다하면 폐쇄하는 게 맞고, 그러고 나서 남은 원전을 안전하게 하겠다고 하면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고리1호기에서 생산한 전력은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0.5%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가동을 멈춘다고 해서 전력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전거 캠페인에 나서는 시민들은 가는 곳곳마다 '퍼포먼스'를 벌인다. 주요 지점마다 고리1호기에서의 거리를 밝히는 푯말을 세우는 것이다. 박종권 의장은 "창원, 김해, 양산 등 주요 지점마다 고리1호기에서 거리를 새긴 안내판을 세워 놓을 예정"이라며 "그래서 그 안내판을 보는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박종권, #고리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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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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