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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기사채택 300건이 넘어섰다.
 지난 9월, 기사채택 300건이 넘어섰다.
ⓒ <오마이뉴스>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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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기사 300건째다"
"그러면 명예의 전당에 오른 거야?"

두 아이들 모두 대학 때문에 집을 떠나있다. 30대 초반 신혼도 아닌 중늙은이 부부가 덩그러니 남아 딱히 별로 할 이야기도 없는 요즘이다.

늦은 저녁시간, 통닭에 생맥주를 주문했다. 콜레스테롤이 어떻고,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둥, 아내는 일장 연설을 늘어놓을 만도 한데, 별 대꾸를 하지 않는다. 그것으로 어떤 대화라도 할 구실이 생길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9월 7일은 <오마이뉴스>기사 작성 300건째 되는 날이었다. 송고한 횟수가 아닌 채택된 기사 건수로 말이다. 3년 8개월 동안 직장을 가진 시민기자 신분으로 볼 때 결코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들었을까(아마 언젠가 무심코 내가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명예의 전당'이란 말을 꺼냈다.

도전과제, 뉴스게릴라 그리고 명예의 전당

2012년 <2월22일상>, 같은 해 10월 <이달의 기자상>, 2013년 4월 <찜 e-시민기자>선정. 돌이켜 보면 3년 조금 넘는 기간 상도 꽤 받았다. <뉴스게릴라>와 <명예의 전당>만 오르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되는 셈이다.

<뉴스게릴라>상은 사실 지난 5월에 욕심을 냈었다. 에티오피아 출장 10일 동안의 과정을 6편의 기사로 올렸다. 한국전쟁 당시 위급에 처한 조그만 한국이란 나라를 도왔던 나라. 당시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30불인데 비해 에티오피아는 178불이었단다. 데이터 상 6배나 잘 살았다는 의미다. 그랬던 나라가 빈국으로 전락했다. 방심하다간 우리도 한순간에 그런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에티오피아 여행 기사를 시리즈로 쓴 이유다.

결과는 <뉴스게릴라>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 될 정도의 큰 사건이었다.

명예의 전당 또한 5년 이내엔 불가능해 보인다. <오마이뉴스>에선 잉걸 이상 채택기사 1000건, 으뜸급 이상 기사 100건에 도달한 시민기자들을 명예의 전당에 올린다. 이제 300건을 썼으니 아직 700건 남았다. 오히려 (보다 심혈을 기울여)으뜸급 이상 기사에 도전하는 게 빠를지 모르겠다. 지금 40건 정도이니, 60건만 쓰면 된다. 어쨌든 도전을 계속해 볼 생각이다.

작은 이야기가 큰 메아리로 퍼진다

54살의 청춘 저를 소개합니다.
 54살의 청춘 저를 소개합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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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조그만 산골동네 화천에 대해 뭔 이야기 거리가 그렇게 많아요?"

꽤 많이 받는 질문이다. '글세,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많을까?' 라고 스스로 반문했지만, 딱히 이렇기 때문이란 대답은 궁색해진다. 굳이 말을 하자면 대상을 보는 시각의 차이인 듯하다.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다보면, 또는 지역신문 가십을 통해 '이런 사연은 이렇게 풀어 가면 좋겠다'라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일종의 감인 셈이다.

"어떤 사물을 정면보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많은 부분이 보인다."

언젠가 글쓰기 강좌에서 내가 했던 말이다. 정면은 누구나 봤거나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고개를 약간만 돌리면 다른 면이 보인다. 이것이 다양한 이야기를 생산하는 기법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쪽에서 소재를 찾는다. 일반 기자들이 다루지 못했던 감동적인 이야기, 에피소드 등을 찾아낼 수 있다.

"○○○작가입니다. 기자님께서 쓰신 이야기를 TV 휴먼프로에 소개하고 싶은데, 괜찮을 까요?"
"저는 상관없습니다만, 이야기의 주인공인 △△△씨에게 문의해 보시죠?"

기사를 쓴 것으로 인해 TV에 소개된 지역 사람들이 몇 명 있다. 식당을 하는 사람은 그로 인해 1년 한해 대박이 났다고 말했고, 한 독거노인은 많은 사람들이 쌀이며 물품을 보내왔다고 연신 고마워했다. 이후 사람 이야기를 다루는 비중이 높아졌다.

"선배님, 그 버스기사 좀 내려 주시면 안 될까요? 버스회사로부터 자꾸 항의가 들어와서..."
"기사 내용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단지 버스회사로부터 항의가 들어와서? 당신은 버스회사를 위해서 일하는 공무원입니까, 아니면 주민들을 위해서 있는 겁니까?"

화천에서 춘천을 경유해 서울까지 가는 버스. 회사에서 승객을 가려서 태운다는 제보를 받았다. 다시 말해서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을 무시하고 (회사의 수익을 위해 )'서울행 승객부터 태우는'는 횡포를 저질렀다는 거다. 또 화천에서 춘천까지 버스 운전자들의 위험천만한 곡예운전 제보도 있었다.

이런 경우 제보자의 말만 듣고 기사를 쓸 수 없다. 버스회사에 수차례 사실여부 확인을 했다. 발뺌 방지를 위한 녹음도 필요했다. 참 어렵게 취재하고 힘들게 기사화한 내용이었다(제보 한마디에 딱 걸린 시골버스의 횡포). 그런데 기사를 내려달라니!(사실 기사로 채택되면 시민기자들 뜻대로 기사를 내리고 올리고 하지 못한다).

담당 공무원 심정도 이해한다. "회사 이미지도 있고 또 (기사를 쓴 사람이)당신 동료직원이니까 부탁한다"는 제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약자는 승객들이다. 잘못되었다면 버스회사에서 벌금을 내든 영업정지를 먹든 그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 잘못된 부분은 고쳐져야 한다. 그러나 아직 어떤 조치를 취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과속이나 운전자들의 불친절 또한 여전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재 취재가 불가피한 부분이다.

책을 낼까, 아직 시기상조인 듯하다

"소설을 쓰십니까? 이걸 나 보고 읽어 보라고요?"

4년 6개월간의 화천군청 홍보담당. 27년의 공직자 생활 중 한 부서에 제일 오랜 기간 근무했던 곳이다. 홍보부서의 주 업무는 보도자료 작성. 심혈을 기울여 A4용지 2매 정도의 분량으로 작성한 후 100여 명의 방송, 지면, 인터넷 매체 기자들에게 보냈다.

반응은 참 다양하다. 읽지도 않고 휴지통에 버리는 사람, 두 줄 단신으로 처리한 사람, 이야기를 뒤집어서 쓰는 사람 등 간단하게 요약을 해서 달라는 기자도 있었다. 한 가지 사안을 그 사람들 구미에 맞추어 편집해 보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어차피 국민들에게 알기기 위함인데, 내가 기자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라는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이 시민기자다. 이후 수개월 동안 보도자료 형식의 기사를 올렸으나, 단 한 번도 채택되지 못했다. 원인을 파악하는데 꼬박 1년여 기간이 걸렸다. 보도자료는 특정 사안에 대한 팩트와 취재원과의 밀착성이 부족하다. 그것이 문제였던 거다.

내가 쓴 기사가 처음으로 포털에 올려 진 것은 2011년 1월, '영하 20도, 밤새 구제역과 사투... 언제 끝나려나' 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화천에 구제역이 창궐하던 시기. 공무원들은 밤샘 구제역 방역 후 자신의 고유업무를 위해 현장에서 사무실로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다반사였다. 그것을 기사로 쓴 것이 사실상 첫 번째 기사채택과 포털에 올려 진 작은 사건(?)이었다.

'내 이름을 단 글이 포털에 올려 지다니...' 주체하기 힘든 흥분에 휩싸였다. 며칠간 쉽게 잠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지금까지 3년 8개월여 동안 300건의 글이 기사로 채택됐다.

"우리 책 내자, 판매 목적이 아니라 당신 지인들에게 한권씩 선물로 주고, 손자들 태어나면 '우리 할아버지는 이랬다' 고 알려주는 기회도 되고..."

축제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 관광지 풍경, 연예기사, 가족 이야기 등, 참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를 다뤘다. 아내가 감동적인 이야기만 추려 책을 내자는 제안을 했다. 내 한 달 용돈을 깎지 못해 안달이던 그 짠순이가 웬일인지 인쇄비용도 지원해 주겠단다.

그보다 당초 정했던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먼저일 듯싶다. <오마이뉴스>명예의 전당. 여기에 오른다고 특별히 뭐 달라지는 건 없다. 있다면 순수한 성취감일거다.

기사채택 300건의 의미. 3년 전보다 글 쓰는 기법이나 상황을 읽는 시각은 넓어졌다. 그러나 처음처럼의 순수한 열정과 집념, 투지는 퇴색되지 않았는지 한번쯤 스스로를 뒤돌아 볼 기회가 주어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뉴스게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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