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 <슬로우 비디오>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의 한 장면

영화 <슬로우 비디오>의 한 장면 ⓒ 영화사 기쁜우리젊은날, 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


'멜로'라는 장르는 남녀 주인공의 러브 스토리, 운명의 장난, 갑작스러운 비운 등으로 통속적인 인간상을 그린다. 그런 점에서 영화 <슬로우 비디오>는 전통적인 멜로의 성격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여장부(차태현 분)와 봉수미(남상미 분)의 러브라인과 두 주인공이 성인이 돼서 우연히 만난다는 설정, 그리고 여장부가 시력을 잃고 마는 불행 등이 그렇다.

이와 다르게 여장부가 '동체시력'을 가지고 있다는 판타지적 설정은 통속적인 인간상을 그리는 멜로와는 사뭇 다른 특성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동체시력'은 모든 사물이 비정상적으로 느리게 보이는 능력을 뜻한다. 여장부 역을 맡은 배우 차태현은 이 특수한 능력을 잘 활용하며 깨알 같은 웃음을 준다.

이와 더불어 조연배우들의 역할도 컸다. 코믹 연기에 강한 오달수, 고창석, 김강현이 차태현과 함께 호흡함으로써 이 영화에 익살스러움을 더한다. 이 영화가 굉장히 느린 전개를 보이기 때문에, 아차하면 지루해질 틈이 많다. 하지만 그때마다 배우들이 적재적소에서 웃겨줌으로써 단점을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의 한 장면

영화 <슬로우 비디오>의 한 장면 ⓒ 영화사 기쁜우리젊은날, 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


이 영화는 중후반, 코믹적인 분위기에서 유턴하여 신파적 연출에 집중한다. 여장부는 '동체시력'이 악화되어 점차 시력을 잃어가며 안타까움을 전한다. 앞에서 '동체시력'이 코믹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면, 뒤에서는 시력상실로 인해 자연스럽게 신파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만 극 초반 주인공 여장부에 대한 설명이 너무 장황하고, 여장부와 봉수미의 러브 스토리를 만나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걸린다는 건 영화의 단점이다.

영화는 이런 단점을 판타지적인 설정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다량 포진시킴으로써 지루함을 달래고 몰입도를 높였다. 이어 신파로 접어드는 부분에서는 매끄럽게 두 장르를 연결시키며 성공적인 장르 전환을 이끌어 냈다. 코믹과 신파라는 매우 이질적인 성질을 놀랍도록 잘 버무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진형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bless4ya)와 GTN-TV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슬로우 비디오 차태현 남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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