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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제보자>의 한 장면

영화 <제보자>의 한 장면 ⓒ 영화사 수박


영화에서 구성점이란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부분을 뜻한다. 영화를 시작-중간-끝으로 나눌 때, 시작과 중간에, 중간과 끝에 각각 구성점이 있다. 처음의 구성점은 갈등을 발생시키는 부분이고, 나중의 구성점은 갈등을 해결하는 부분이다. 영화 <제보자>는 비교적 빠르게 첫 구성점을 만난다. 따라서 중심인물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지는 시작 부분은 짧아지고 상대적으로 중간 부분, 즉 대립 부분은 비대해졌다.

<제보자>에서는 한 제보자가 윤민철 PD(박해일 분)에게 이장환 박사(이경영 분)의 줄기세포 연구가 거짓이라고 밝힌다. 이런 중요한 정보는 보통 영화가 30분 정도 지났을 때 밝혀지지만, 이 영화는 빠르게 핵심 정보를 던진다. 몇 명의 기자가 거대한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과정은 매우 흥미진진하다. 덕분에 클라이맥스를 앞당겨 보는 듯했다.

<제보자>는 영화 <추격자>와 비슷한 극의 구조를 나타낸다. <추격자>에서는 최대한 빨리 범인의 정체를 드러낸 후, 격렬한 추격신을 펼친다. <제보자>에서도 줄기세포 연구가 거짓이라는 점을 극 초반 관객에게 알려주어 정직한 언론인의 탐사저널리즘을 느끼도록 했다. 이렇듯 시작에서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는 구조는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도 있는 시작 부분을 강렬하게 꾸민다.

 영화 <제보자>의 한 장면

영화 <제보자>의 한 장면 ⓒ 영화사 수박


<제보자>는 클라이맥스를 앞당겨 강렬한 인상을 주었지만, 영화 전체로 봤을 때 중심인물에 대한 설명이 빈약해 극이 진행될수록 허점이 많이 보인다. 시작에서 충분한 인물과 배경을 설명하지 않고 곧바로 중간으로 넘어간 탓이 크다. 이장환 박사가 줄기세포를 조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마지막에 밝히는데, 반전을 노린 게 아니라면 이런 중요한 정보는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 이장환 박사를 종교적으로 광신하는 사회 분위기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그 이전에 부모와 장애를 가진 아이의 감동스토리를 적절하게 끌어냈다면, 사회가 이장환 박사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사회에서 그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아울러 이 영화가 난해한 생명과학을 주제로 하는 만큼 이장환 박사가 줄기세포를 조작하는 일련의 과정을 생생한 장면묘사로 처리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특히 윤민철 PD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장환 박사를 인터뷰할 때, 그런 장면 묘사가 보조 역할을 했다면 더욱 재밌고 생동감 있게 그 장면을 지켜봤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지난 2005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스캔들을 모티브로 했다. 많은 관객이 이 희대의 사기극을 아는 만큼 속도감 있는 전개는 좋았다. 그러나 클라이맥스로 향한 빠른 진입은 많은 배경 설명을 놓치게 하는 원인이 됐다. 윤민철 PD가 다른 '카더라 통신'과는 다르게 정의감을 불태운 계기, 이장환 박사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회 분위기, 이장환 박사에 대한 성격 묘사 등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거나 순차적으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논리가 엉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영상 구성에서는 장면과 장면을 이해하기 쉽고 부드럽게 연결하여 하나의 일관된 흐름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진형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bless4ya)와 GTN-TV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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