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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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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 마지막 일정이었던 현지 외교안보연구기관 대표들과의 간담회가 뒷말을 낳고 있다. 미리 공개한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 내용을 청와대가 갑작스럽게 취소하면서 그 경위와 배경을 두고 논란이 생겼다.  

박 대통령은 24일 오후(현지시각) 6시 코리아소사이어티, 아시아소사이어티, 미국 외교협회, 미국 외교정책협의회 등 미국 내 한반도 정책에 영향력이 큰 5개 싱크탱크 대표들과 면담했다. 청와대는 간담회 3시간 전 박 대통령의 모두 발언 내용을 순방 취재진에 공개했다. 한국과 뉴욕의 시차를 고려해 기자들의 기사 작성과 송고 편의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갑작스럽게 미리 배포된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지 취재진에 따르면 순방에 동행 중인 기자들이 기사 송고를 모두 마친 후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출국 절차를 밟고 있을 때 청와대 관계자가 미리 배포한 발언 내용을 박 대통령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알려왔다고 한다.

이례적인 청와대의 취소 요청... 일부 석간들 오보 소동

청와대가 사전 배포된 대통령의 발언 중 일부가 아니라 전체에 대해 취소를 요청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이미 기사를 송고한 언론사들은 기사를 수정하거나 웹사이트에서 삭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박 대통령의 발언을 1면에 게재한 일부 석간신문들은 결과적으로 오보를 내게 됐고 <연합뉴스>는 기사 전문을 취소했다.

청와대 입장이 변한 배경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사전 배포 내용 중 '한국의 중국 경도론은 오해'라는 취지의 설명이 중국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청와대가 급하게 관련 내용을 취소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애초 모두발언에는 "우리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전제로 한중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며 중국도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각에선 한국이 중국에 경도됐다는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한미동맹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오해라고 생각한다"는 대목이 포함돼 있었다.

또 "우리는 중국의 부상이 국제규범에 따라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 아래 대중 외교를 펼치고 있다", "한·미동맹은 우리 대외관계의 근간이자 아·태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 축"이라는 내용도 들어있다. 

중국 반발 의식해 입장 바꿨나... 미·중 사이 눈치외교 때문?

박 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을 준비한 것은 미국 내에서 '박근혜 정부가 중국에 경도되고 있다'는 논리를 확산하는 일본의 여론전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이 반대로 중국을 자극해 한중관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급히 입장을 바꿨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사전 배포 내용을 취소하는 대신 박 대통령의 현장 발언을 전하는 자료를 따로 냈다. 40여 분간 진행된 이날 간담회 중 청와대가 공개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단 두 문장에 불과했다.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박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여러 도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동북아 정세의 유동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북핵 문제 등 도전 과제에 대해 창의적인 대응과 다원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시간의 면담 시간에 비해 공개된 내용이 턱없이 부족해 박 대통령이 실제 '한국의 중국 경도는 오해'라는 발언을 하고도 중국을 의식해 비공개 처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구체적 경위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이번 해프닝은 결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확고한 전략없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대미·대중 외교의 현 주소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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