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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반찬을 사러 동네 마트에 갔습니다.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고 있는데 판매대에 놓여 있는 월병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추석이 얼마 안남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중국에서는 추석을 중추절(中秋节)이라고 부릅니다. 음력 8월 15일로 춘절(春節),단오절(端午節)과 함께 중국 3대 전통 명절중 하나입니다. 이날에는 집안식구들이 모여 월병을 만들거나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기도 합니다.

저도 중국에서 생활한 지 몇년 지났지만 중국인들이 추석에 왜 월병을 먹는지는 몰랐습니다. '그냥 먹는가보다'라고 생각하며 넘겼지요. 그런데 판매대에 놓여있는 월병을 보고있자니 문득 궁금해 지더군요.

마침 근처에 월병을 고르고 있던 아가씨가 보여 짧은 중국어로 물어봤습니다.

"왜이션머 니믄 종추지에더 슬호우 츠 위에빙?(당신들은 중추절에 왜 월병을 먹나요?)"

이 아가씨가 저를 한번 쳐다보더니 웃더군요. 아마도 발음이 별로 안좋았나 봅니다.

웨이하이(위해)시 리췬마트에서 양빙지에(회사원·25)씨가 월병을 살펴보고 있다.
 웨이하이(위해)시 리췬마트에서 양빙지에(회사원·25)씨가 월병을 살펴보고 있다.
ⓒ 이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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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가씨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옛날 옛적에 사랑하는 한 부부가 조그만 시골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약초를 캐러갔던 남편이 우연히 신비한 약초를 구했다. 이 약초는 복용하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는 신비한 약초였다. 이 부부는 약초를 서로 양보하며 먹지 않았다.

남편이 자리를 비운 어느날, 이 소식을 들은 고관대작의 하인이 약초를 뺏으러 들이 닥쳤다. 부인이 완강히 거부했지만 빼앗길 처지에 빠지자 할 수 없이 약초를 먹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은 몸이 변하며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남편과 멀어지기 싫었던 부인은 하늘로 올라가지 않고 세상과 가장 가깝다는 달에 머물었다. 이날이 음력 8월15일 이었다.

달나라에 올라간 부인은 넓은 대궐에서 토끼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이 토끼는 오래전부터 이곳에 살던 영물이었다. 지상에 있는 남편을 잊지 못하는 부인은 백방으로 세상에 내려갈 방법을 찾았다. 그러던중 달에서 자라는 수만가지 약초중 하나를 빻아 먹으면 지상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인은 날마다 새로운 약초를 구해와 토끼에게 부탁했다. 이후 토끼는 매일매일 절구통에 약초를 넣고 찧었다. 보름달을 보면 보이는 토끼가 바로 이 토끼다.

한편 지상에 있는 남편도 매일 부인을 그리워 했다. 어느날 꿈에 부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보름달 모양의 월병을 앞마당에 갖다놓으면 매년 음력 8월 15일에 만날 수 있을거라고 말했다.

이후 남편은 매일 앞마당에 제사상을 차려 월병을 올려놓고 아내를 기다렸다. 이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사람들도 이 부부를 기리며 제사를 치르기 시작했다."

듣고나니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름과 나이를 묻고 재빨리 가려 하는데 아니나다를까 저에게 묻더군요.

"니믄 종추지에더 슬호우 츠 션머너?(당신들은 추석때 무엇을 먹어요?)"

여기서부터 혀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송편을 먹는다고 하고 빨리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데 다시 붙잡더군요.

"샤오졍지아오 슬 션머?(송편이 머에요?), 왜이션머 츠 샤오졍지아오?(왜 송편을 먹어요?)"

갑자기 머리속이 하얘지더군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부하오이스,부하오이스(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빠른 걸음으로 마트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계산을 하는데 이런 생각이 또 들더군요.

'왜,우리는 추석때 송편을 먹을까', '송편에 얽힌 이야기는 무엇일까' 여러분은 혹시 알고 계시나요?     


태그:#중추절, #추석, #중국, #웨이하이, #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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