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20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내정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면서 류진룡 장관 면직 이후 공석으로 있던 장관임명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그간 미뤄졌던 영화관련 기관장 인사도 조만간 결론 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영화계와의 대립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특정인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기관의 경우 영화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영화관련 기관장 인사에 영화계의 신경이 다시 예민해지는 분위기다.

현재 후임자 인선이 예정된 곳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다. 이들 기관은 위원장의 임기가 각각 지난 3월 말과 6월 말에 끝났음에도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기존 위원장들이 계속 업무를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기관장은 피로감을 나타내고 있다. 후임자 결정이 미뤄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정쩡한 위치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지라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요 현안 추진에 있어서 차질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영진위원장, 언론계 인사 낙하산 가능성 여전히 높은 상태

 부산 영화진흥위원회

부산 영화진흥위원회 ⓒ 영진위


영진위원장의 경우, 오명철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한상준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2배수로 최종 후보에 오른 상태다. 지난 7월 후임자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성근 문화부 장관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기존 유진룡 장관은 면직되면서 선정이 미뤄져 왔다.

문화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종 후보자 변동이나 재추천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다만 "임명이 계속 지연되고 있고 장관이 바뀐 상황이라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단은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추천됐기에 둘 중 한 명이 영진위원장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계 일부에서는 재추천을 기대하는 의견들도 있으나, 기존 2배수에 변동이 없을 경우 사실상 오명철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내정된 것과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영화단체들은 지난 7월 8일 성명을 발표, '영화 쪽과 관련성이 적은 언론계 출신 비전문가 위원장 임명 가능성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보수 영화계 인사들도 "영화인이 아닌 언피아(언론+마피아)가 영화기관장을 장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화 쪽 경력이 영화기자 2년이 전부인 사람을 위원장 최종 후보에 올리는 것은 영화계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국내 영화단체의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 한 제작자는 "일단 성명을 통해 영화계의 의견을 정부에 전한 것이니만큼 대통령과 정부가 이를 잘 받아주길 기대할 뿐"이라며, "정부의 결정을 지켜본 다음에 이후 대응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최근 세월호 정국 흐름과 맞물리며 영화계는 강성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태다. 

영등위원장, 표현 자유 신장에 거리 먼 인사들 기웃

 영상물등급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 영등위


영등위의 경우는 박선이 위원장의 연임 가능성과 함께 부산콘텐츠마켓 집행위원장인 구종상 동서대 교수 내정설이 나오고 있다. 일부 부산지역 관계자들은 "박선이 위원장이 이전부터 연임의지를 공공연히 밝혀 왔다"면서 "다시 하겠다는 의지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복수의 지역 인사들은 "구종상 교수가 영등위원장 후보 2배수에 포함됐다고 한다"며 다른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부산의 유력 문화계 인사 역시 "구 교수가 유력하다'고 들었다면서 내정설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문화부 관계자는 "근거 없는 뜬소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영등위원장은 문화부에서 임명하는 것이 아닌 영등위원을 먼저 선임하고 그 위원들의 호선으로 결정하는 구조다. 따라서 "아직 위원 선정도 안 끝난 상태에서 위원장에 특정인사 내정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누가 유력하다거나 내정됐다는 이야기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영등위 쪽도 "박 위원장이 연임을 목적으로 어떤 행사를 열었다거나 로비를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선이 위원장은 재임 기간 동안 제한상영가 등급 논란이 자주 발생해 심의기관을 검열기구처럼 만들어 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친박 인사로 불리는 구종상 교수는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을 역임하면서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에 징계에 앞장섰다. 영화계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인물이 표현의 자유를 신장해야 할 기관의 수장이 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소신과 의지 부족한 장관"...영화 기관장 임명은 어떻게?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며 얼굴을 매만지고 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며 얼굴을 매만지고 있다. ⓒ 유성호


그러나 김종덕 신임 장관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정책 철학을 파악하기 어려우며, 국무위원 후보자로서의 소신과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소통하는 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종덕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니윤의 한국관광공사 감사 임명, 광주 비엔날레에서 대통령을 풍자한 예술작품의 전시 유보 논란, 세월호 사건의 본질 등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원론적인 수준 이상의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답변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관련기사: <야당 의원들 "이렇게 소신 없는 분이 어떻게 장관 하겠나">

따라서 소신 없는 장관이 영화관련 기관장에 자질 미달의 인사들을 임명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은 분위기다. 형식적으로는 문화부 장관이 임명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청와대의 결정에 문화부가 따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으로 갈 경우, 영화계와 정부 간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인들은 최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에서 릴레이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유명 배우나 감독들은 인증샷을 통해 응원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상태다. 세월호 문제를 매개로 영화계의 결집력이 강화되고 있는 시점이라 영화 기관장 선정에 논란이 생길 경우 폭발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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