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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암 시종장 풍경. 옷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가 야채를 다듬고 있다.
 영암 시종장 풍경. 옷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가 야채를 다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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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푹푹 찐다. 뜨거운 태양을 양산 하나로 가린 장꾼들이 올망졸망 앉았다. 장꾼들의 얼굴에 금세 땀방울이 맺힌다. 생선은 얼음 위에 가지런히 몸을 눕히고 있다. 장터 언저리에 자리한 조그마한 국밥집이 문전성시다. 이열치열이라고. 펄펄 끓는 국밥 한 그릇에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였더니 무더위가 조금 누그러진다.

지난 2일 찾아간 영암의 시종장이다. 소박하지만 알찬 시종장은 매 2일과 7일에 선다. 내동마을에 있다고 해서 '내동장'으로도 불린다. 전라남도 영암군 시종면사무소 부근에 선다. 장터가 아담하다. 띄엄띄엄 둥지를 튼 상가의 규모는 그래도 제법 크다. 길 따라 늘어놓은 물건이 알차다. 장터 안쪽에 자리한 잡화전과 닭전도 푸지다.

 시종오일장 풍경.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재래시장답게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시종오일장 풍경.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재래시장답게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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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종오일장의 어물전. 홍어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시종오일장의 어물전. 홍어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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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의 시작은 어김없이 어물전이다. 돔, 장대, 참맛, 바지락, 홍어가 눈에 보인다. 웃는 듯한 홍어의 생김새에 웃음이 절로 난다. 굵은 짱뚱어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한쪽이 갑자기 왁시글덕시글하다. 홍어 반마리만 사겠다는 노인과 쪼개서는 안 팔겠다는 장꾼의 흥정이 한창이다.

"홍어를 쪼개면 어떡한다요. 환장하겄네."
"이렇게 큰 놈을 사다가 어디다 써. 쪼개만 줘."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던 흥정이었다. 한눈을 파는 사이 노인이 홍어 한 토막을 들고 일어선다. 장꾼이 진 모양이다. 소금으로 간을 해서 햇볕에 말린 해파리도 눈길을 끈다. 부풀어 오른 게 이불솜 같다. 홍어나 나물 무치듯이 무쳐 먹으면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일품인 여름 별미다. 입안에도 착착 감긴다.

 시종오일장에서 만난 참맛. 바다와 갯벌의 향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시종오일장에서 만난 참맛. 바다와 갯벌의 향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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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종오일장 풍경. 장꾼들이 날씨 탓에 발길이 뜸해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시종오일장 풍경. 장꾼들이 날씨 탓에 발길이 뜸해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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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아버지를 따라 나온 한 무리의 어린이들이 등장한다. 시골 장터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다. 방학을 맞아 할머니 댁에 온 아이들이란다. 고만고만하던 장터에 갑자기 활기가 돈다.

"어렸을 때 할머니 손잡고 장터에 다니던 아그들이 서울 가서 출세해 갖고 찾아오제. 얼매나 반가운디."

45년 동안 장터를 지켜왔다는 김씨 할머니의 말이다. 젓갈전에서 만난 회사원 이정훈씨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고향에서 휴가를 보내고 귀경길에 장터를 찾았다. 벌써 채소와 건어물을 많이 샀다.

"여기 토하젓은 어렸을 때 먹던 맛 그대론데요. 밥 비벼 먹으면 끝내줘요. 맛있잖아요. 해마다 휴가 때면 들러서 이렇게 사가고 있습니다."

그이에게 시종장은 가슴 한구석에 간직해 온 향수의 다른 이름이다. 삶의 활력소와 에너지를 얻는 곳이기도 하다. 

 시종장에 나온 수박. 여름 시종오일장의 활기를 좌지우지하는 품목이다.
 시종장에 나온 수박. 여름 시종오일장의 활기를 좌지우지하는 품목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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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종오일장 풍경. 장터에 나온 한 할머니가 쪼그리고 앉아 야채를 사고 있다.
 시종오일장 풍경. 장터에 나온 한 할머니가 쪼그리고 앉아 야채를 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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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오일장은 그해 농사가 좌지우지하곤 한다. 여름 시종장은 지역의 수박농사가 좌우한다. 올여름 시종장은 예년보다 못한 편이란다. 수박 값은 짱짱한데도 지난해 재미를 보지 못한 농민들이 재배면적을 많이 줄인 탓이다.

"올 여름은 장터가 무장 오그라든 것 같어. 한 200만원 손해 볼 것 같그만. 옛날에는 말도 못하게 짱짱했는디. 그래도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만회할 걸로 기대하고 있제."

평생 장터를 지켜왔다는 최씨 할머니의 얘기다. 할머니는 그 시절이 그리운지 담배 하나를 꺼내 물며 허공을 바라본다.

할머니의 말처럼 영산강하굿둑이 들어서기 전인 70년대까지만 해도 시종장은 기세등등했다. 영산강 물줄기 가운데 하나인 삼포강을 따라 장터 앞까지 배도 드나들었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삼포만에서는 당시 나오지 않는 고기가 없었다. 낙지, 숭어, 조개 등 갯것들이 넘쳐났다.

그러나 영산강하굿둑이 막히고 뱃길이 끊기면서 시종장도 기울었다. 상인들은 올 말쯤 준공될 새로운 장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장사도 지금보다 훨씬 잘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디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시종오일장 풍경. 무더운 날씨 탓인지 장터가 한산하다.
 시종오일장 풍경. 무더운 날씨 탓인지 장터가 한산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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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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