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전 대표는 "한국 군대가 병사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게 아닌, 적대의식을 고취시키는 교육을 지속해 온 결과 오늘의 군대는 깡패, 양아치 집단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전 대표는 "한국 군대가 병사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게 아닌, 적대의식을 고취시키는 교육을 지속해 온 결과 오늘의 군대는 깡패, 양아치 집단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 강선일

관련사진보기


"지금 대한민국 군대는 군대도 아니다."

늘 그랬지만, 표명렬(76·예비역 준장·육사 18기) 평화재향군인회 전 상임대표는 단호했다. 28사단 가혹행위 사망사건과 22사단 총기난사 사건을 비롯해, 온갖 부조리가 폭발 중인 현 대한민국 군대에 매서운 비판을 가했다. 평생을 군 개혁에 바친 군 원로로서, 그는 현재의 군 상황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비쳤다.

그는 1980년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대령이었다. 군에선 그를 선무공작 차원에서 광주로 보냈다. 군인들이 시민을 학살하는 현장을 목격하며, 그는 군대가 왜 민주화를 주장하는 시민들을 죽여야 하는지에 의문을 품었다. 이후 표 전 대표는 곳곳에서 '광주학살은 잘못된 일'이란 걸 알렸고, 결국 보안사령부 블랙리스트에 올라 중령으로 강등당하기도 했다. 이후 육군 정훈감(준장)까지 역임하고 1987년 예편한 표 전 대표는 2005년 평화재향군인회를 만들어 군 개혁 활동에 앞장서왔다. 

비가 내리던 8월 6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호텔에서 표 전 대표를 만났다. 최근 그는 병중인 부인의 간호 때문에 여유가 없는 와중에도 인터뷰에 선뜻 응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최근 군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들의 원인과 해결방안 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아래는 표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적대감 아니라 군인으로서 정의감·자부심 가르쳐야"

- 군 원로로서 참담한 심정이겠다. 현재 우리나라 군 상황에 대해 평가한다면?
"지금 대한민국 군대는 군대도 아니다. 백전백패할 군대다. 간부들은 전부 정권 눈치나 보는 '정치군인'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등 군 통수권자들이 안 나서면 고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나서지 않는다. 언론이나 정치권은 국민감정에 편승해 군을 난타하는 쇼들을 할 뿐이다. 이는 정상이 아니다.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정책적 수준에서 할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군대문화는 제도문화이기 때문에 관련 제도를 바람직하게 개혁하면 문화도 자연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혁된다. 무슨 제도를 고치느냐? 교육제도와 진급제도다. 교육은 사람의 의식구조를 형성하는 작업이다. 지금 군대는 무조건적 복종문화와 '북괴를 때려부수자' 식의 적대적 문화만 가르칠 뿐이다. 인간존엄의 가치관·윤리의식·정의감·역사의식 등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병사집단보다도 간부집단을 개혁해야만 한다. 상층부에 대한 개혁이 절실하다."

- 진급제도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재 우리 군엔 병사들에 대한 애정 없이 진급과 돈 버는 데만 눈먼 간부들이 많다. 대만 군대의 경우, 일종의 제재기능이 잘 갖춰졌다. 감시·감찰 기능 말이다. 병사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간부를 도태시키는 인사제도가 확실히 (확립)돼야 한다."

- 그동안 군 내무생활의 개선이 중요하단 걸 역설해왔다.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가?
"내무생활에서 '감옥의 질서'를 강요하는 상황이다. 내가 주장했던 것 중 하나는 '군대 내에서 비어(낮춤말)를 없애자'는 것이었다. 다 존칭어 쓰자는 거다. 임무수행을 위한 명령을 제외한 일반생활에선 비어를 폐지하자고 했다. 그 젊은 나이에 끌려와서 지옥 같은 생활을 하는데, 훈련은 엄하게 해도 훈련 이후엔 완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군대를 만들자는 말이다.

후방 사단의 어느 연대장이 그걸 실시했는데, 사고 안 나고 뭐든지 경쟁해도 1등을 차지했다. 근데 그게 소문나니까 완고한 간부들은 '어떤 썩을 놈이 군대 망치려고 그런 짓을 하냐'며 반발했다. 그래서 그 제도는 결국 취소됐다.

한편으로 문제가 발생할 때 직통으로 보고하고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대만의 경우도 그 전까지 구타와 각종 사고가 빈번했다. 군대에서 고초를 겪는 병사가 집에 전화를 걸 수 있도록 전화장치를 놨는데, 그건 결코 도청할 수 없도록 만들어놨다. 그걸 법으로 보장했다. 그걸 어기면 범법자가 되도록 해놨다."

국방부 항의서한 전달 나선 유가족들 최근 28사단 병사폭행사망사건으로 군 사망사고 문제 여론이 확산 되고 있는 가운데,군 사망사고 피해 유족들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항의서한 전달을 위해 국방부 정문을 향해 가고 있다.
 최근 28사단 가혹행위 사망사건으로 군 사망사고 문제 여론이 확산 되고 있는 가운데, 군 사망사고 피해 유족들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항의서한 전달을 위해 국방부 정문을 향해 가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 '재미있는 군생활'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복무기간을 1년으로 줄여야 한다. 중국과 대치 중인 대만도 복무기간을 11개월 정도로 짧다(대만은 지난해부터 모병제를 실시하고 있고 1994년 1월 출생의 젊은이들은 4개월 간만 훈련을 받으면 된다-기자 주). 복무기간이 길면 그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전 세계적으로도 (징병제 국가 중)1년 이상 군 복무를 하게 하는 나라는 드물다. 젊은 날 그 총명한 머리를 군대 가서 버리고 와야 된다면, 짧은 기간만 갔다 오도록 하고 다른 데 정열을 쏟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독일군 또한 복무기간이 짧고(독일은 2011년 모병제로 전환-기자 주)로 짧고, '내가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나'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직업교육을 시킨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약간의 여유만 가져도 '이것들 자꾸 꾀만 부리네' 하며 혼낸다. 또한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 갑자기는 안 되어도 차근차근 모병제로 나아가야 하며, 군 복무기간 또한 점차 단축시켜야 한다."

"병사들 '감옥의 질서' 속에서 생활... 비굴한 자들만 살아남아"

- 임 병장(22사단 총기난사 사건의 피의자)은 관심병사로 지정되어 있었다 한다. 관심병사 제도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관심병사 제도를 없애야 한다. 간부들이 그것 때문에 사병에게 책임 전가를 한다. '우리는 아무리 잘 해도 병사들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들이 말하는 관심병사는 훌륭한 가능성을 가진 괴짜들일 수 있다. 물론 (총기난사는) 잘못된 일이다. 절대 찬양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이런 짓을 안 하고도 군 생활을 잘 할 수 있는 그런 군대가 돼야 하지 않나. 가슴이 아팠다. 가혹행위를 모른 체하고 침묵하는 비굴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군대. 이건 아니지 않나?"

- 예전부터 "대적관 교육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안다. 대적관 교육과 현재 군의 부조리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절대적으로 연관성이 있다. 사명감·자부심을 주는 교육은 안 하고, 무조건 적개심을 키우는 게 정신교육의 핵심인 양 얘기한다. 인성파괴 교육 말이다. 그걸 계속해온 것이 오늘의 군대를 깡패, 양아치 집단으로 만들었다. 그건 일본군이 한국을 지배할 때 심어준 것이다. 한국인 출신 병사들이 동포들에 대해 애정과 민족의식을 갖고 대할까봐 무조건 '적대의식을 갖는 게 군인의 본령이다'란 식으로 가르쳤다.

친일독재 기득권 세력은 북한에 대한 적대의식을 의도적으로 조장하면서 자신들의 세력을 유지했다. 그런 교육을 간부와 병사들은 아무 생각 없이 '그래야 되나 보다' 하며 따랐다. 대적관 교육을 철폐해야 한다. 병사들에게 자신감을 줘야지 적대의식만 주면 백전백패다. 국제관계가 얼마나 가변적인데, 적을 정해놓고 그에 대해 죽어라 교육시키는 나라는 이스라엘 정도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 사실상 대한민국밖에 없다. 그건 군대를 망하게 하는 교육이다."

- 28사단 가혹행위 사망사건과 22사단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책임질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누가 장관을 해도 그런 문제는 발생한다. 고위간부들은 문제가 생기면 그냥 넘어가거나 책임전가만 고민한다. 비단 김관진 전 장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모든 장관, 모든 '별'(장군)들의 모습이다. 세월호 사고 책임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게만 전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김관진 전 장관에 대한 책임 추궁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그칠 게 아니라, 지도적 위치에서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김관진 전 장관이 군 내부의 복지나 환경개선 문제엔 예산을 안 쓰면서 무기 구입하는 데만 돈을 썼다는 비판도 있다.
"그건 어느 정권 때나 그랬다. 노무현 정권 때 세운 '국방개혁 2020' 계획도 군대의 본질적인 문화를 개선하자는 내용은 없다. 무기 도입 관련 내용 위주다. 국방개혁은 그뿐 아니라 무형의, 문화적 개혁 또한 해야 한다. 하지만 무기를 구입하면 뭔가 한 것처럼 보이고 미국 입장에서도 좋아하고 하니까 (무기 구입이 주가 된다)."

- 지금 군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라는 군대 문제의 최고 결정권자들이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게끔 시민들이 압력을 넣어야 한다. 나는 평화재향군인회를 군 개혁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이곳만으론 문제해결이 안 된다. 다시 시작한다면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군대개혁 단체를 만들 생각이다. 한쪽에선 문제들에 대해 연구하고, 한쪽에선 군대에 압력을 넣는 운동과 대안 제시를 병행하려 한다."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