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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궐 선거의 참패는 새정치민주연합에게 두 가지 혁신 과제를 던져준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공천제도의 안정화이다. 공천 실패는 지난 선거 패배의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최적최강의 후보'라는 말로 포장된 명분없는 전략공천은 당내 큰 혼란을 불러왔다. 그것은 자중지란의 모습으로 대중에게 그대로 노출됐다.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략공천 배제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언급하며 '예측 가능한 정치'를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한 가지 과제는 선거구도의 개편이다. 구체적으로는 다당제로 나뉜 야권을 통합해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성과를 냈던 '야권 연대'는 더 이상 할 수도 없고, 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이번 선거에서 다시 한 번 증명됐다. 특히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정의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박 위원장도 정의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에 "열린 마음으로 생각하겠다"라고 응답한 상태다.

'통합의 군불' 때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의 전면적 혁신과 재건을 담당할 비대위의 명칭을 가칭 '국민공감혁신위원회'로 출발하겠다"며 "당이 없으면 나도 없다는 무당무사의 정신에 무민무당, 국민이 없으면 당도 없다는 정신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의 전면적 혁신과 재건을 담당할 비대위의 명칭을 가칭 '국민공감혁신위원회'로 출발하겠다"며 "당이 없으면 나도 없다는 무당무사의 정신에 무민무당, 국민이 없으면 당도 없다는 정신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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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통합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온도차가 존재한다. 통합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그 방식과 시기에는 차이가 있다. 우선 '박영선 비대위 체제'에서 통합 논의를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급진적인 강경파가 있다. 통합이 어려울 경우 이후 연대도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박영선 비대위' 체제가 아닌 차기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새지도부가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신중론 또한 제기되고 있다.

먼저 정의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통합론에 불을 땐 건 설훈 의원이다. 그는 지난 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앞으로 우리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오려면 정의당과 통합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심상정 의원 등은 새정치연합 의원들과 생각이 같고 행동도 같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당을 갈라야 할 이유가 있나'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라며 "통합하지 못한 결과가 재·보선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 의원의 주장은 '선거구도의 변화를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것은 지난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통합하는 과정과 비슷한 논리다. 선거가 3파전으로 치러질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고, 양측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공감했다는 것을 명분으로 통합했다. 그러나 당시 정의당은 정당의 책임정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기초공천폐지에 반대했다.

설훈 의원과 비슷한 관점으로 통합 문제를 바라보는 의원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혁적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20대 총선에는 더 이상 후보 단일화 얘기 못 꺼내게 될 거다"라며 "(정의당과) 합당해야 한다, 이념과 정치성을 보장할 테니 들어와서 함께 하자고 제안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길게 봐서는 녹생당도 함께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친노무현 성향의 한 재선 의원 역시 "차기 정기 전당대회 전까지 정의당과 통합하는 것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은 이제 야권연대를 불확실하고 불안하다 생각한다, 그것이 무능으로 비쳐진다"라며 "통합을 결정해 '통합전당대회'를 치르든지, 아니면 다음 선거 연대를 결정하고 지역구를 정하든지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게 안 될 경우 앞으로 연대는 없다고 못박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통합을 하지 못할 경우 '연대 가능성'을 남겨놓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통합을 신중히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진보적 성향의 한 초선 의원은 "정의당과의 통합을 비대위에서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비대위는 무너진 당의 체제를 정비하고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것에 집중하고, 야권재편 논의는 새로운 지도부가 전권을 가지고 하는 것이 맞다"라고 강조했다. 정의당과 통합 추진은 현재 비대위 체제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또 정의당과의 연대는 필요하지만 통합은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라는 주장도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정의당과 함께 할 필요는 있지만 통합은 아니다, 새정치연합이 집권을 하기 위해서는 중도좌파의 자리에서 중도와 중도우파의 목소리까지 반영해야 한다"라며 "진보는 진보의 길이 따로 있다, 통합이 아니라 연대를 하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의원들 다수가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7·30 재보궐 선거가 실시된 지난 7월 30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회찬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가 초반 개표방송에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에 뒤지자,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 긴장감 도는 노회찬 선거캠프 7·30 재보궐 선거가 실시된 지난 7월 30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회찬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가 초반 개표방송에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에 뒤지자,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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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이 군불을 때고 있지만 아직 정의당에는 불이 붙지 않고 있다. 물론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존재하지만,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의 1:1 구도를 위한 통합이라면, 정의당이 협조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진보 노선이 명확한 정의당과의 통합에는 단순한 선거 승리를 위한 기계적 결합이 아닌, 국가의 전망을 공유할 수 있는 사상과 노선의 화학적 결합이 요구된다. 노회찬, 심상정, 천호선 등 정의당이 가진 인적자원만 새정치연합이 수혈받는 식의 통합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동작을 선거에서 어쨌든 노회찬 후보가 새정치연합 후보으로부터 양보받았다, 두 후보 모두 향후 함께 정치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까지 한 상황에서 통합 논의를 모른 척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정의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새정치연합 측에서 단순히 자신들과 비슷하니까 합쳐야 한다는 식으로 명분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라며 "통합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노선의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는 목소리도 있다. 진보그룹에 소속된 한 초선 의원은 "통합방식 역시 그쪽의 인물들이 당에 들어오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라며 "가능하다면 새정치연합의 진보적인 의원들이 당을 나가서 정의당과 함께 사상과 노선 부분의 일치를 보고 외연을 확장해 다시 합당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두 정당의 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기 위해서 우선 새정치연합의 내부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모두 사퇴하고, 당의 공적기구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당과 통합부터 논의하기는 무리가 있다. 또 지방선거와 보궐선거 이후 정의당의 지지율이 높아지는 것 역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의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7.5% 가량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의당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두 당의 통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태그:#새정치연합, #정의당, #야권재편, #통합, #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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