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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 벽면에 원룸, 하숙 거주자를 구하는 전단지가 붙어있다.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 벽면에 원룸, 하숙 거주자를 구하는 전단지가 붙어있다.
ⓒ 이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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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이번 모의고사에서 평균 3등급이 나왔는데 인(In) 서울 가능한가요?"

포털 사이트에 '인 서울'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많이 나오는 질문이다. '인 서울'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주로 쓰는 말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뜻한다. 지방에 거주하는 많은 수험생들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 드라마 '응답하라 1994' 같은 대학 생활이 펼쳐질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입학하면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들에게는 꿈 같은 대학 생활보다 먼저 '주거비', '생활비', '등록금'이라는 3중고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사립대학교의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여론에 '반값등록금 공약'이 선거에서 화두가 되었지만 학생들에게 등록금은 여러 부담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주거비] "수도권 대학 기숙사 수용률 13.1%에 불과"

지방출신 대학생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부분은 주거비다. 9월 개강을 한 달 앞두고 찾은 C 대학가 앞에는 자취방을 구하려는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부동산에서 만난 대학생 최아무개씨는 "기숙사를 신청했는데 또 떨어졌다"며 "기숙사는 월 30만 원만 내면 들어갈 수 있는데, 자취방을 찾으려니 보증금에 관리비도 내야하고 월세도 40만 원이어서 고시원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요즘 자취방을 구하려면 돈이 얼마나 드냐'고 묻자 "찾아보면 반지하나 옥탑방 같은 싼 곳이 있긴 하다"면서 "하지만 여학생들한테는 안전 문제 때문에 그런 곳을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치안도 괜찮고 살 만한 집에 들어가려면 최소한 전세 5500만 원에서 6000만 원 선(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50만원)은 줘야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살 곳을 찾을 때 가장 좋은 선택지는 기숙사다. 고시원, 원룸 등 외부 시설에 비해 안전할 뿐만 아니라, 주거비도 비교적 저렴하기 대문이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기숙사에 들어갈 수는 없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대학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2013년 18.3%를 기록했고, 이 중 수도권 대학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2013년 13.1%로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대학들은 기숙사를 1학년 신입생들에게 우선적으로 배정한다. 2학년 이상이 되면 성적 순으로 줄을 세워 일부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기숙사에 거주하던 학생 중 상당수는 2학년 이상이 되면 학교 밖으로 나와 자취를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서울시 거주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능력'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부모님과 동거하지 않는 서울 지역 대학생은 임차료와 주택 관리비 등을 포함해 월 평균 31만7700원을 주거비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생의 주거 형태는 자취하는 학생이 68.5%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숙사 20.2%, 하숙과 고시원이 각각 5.6%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외 지역 출신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 능력이 낮게 나타났다.

ⓒ 이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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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대학 때 월140만원 사용...월급은 120만원 받아요"

주거비 이외 식비 등 기본 생활비도 많이 든다. 주로 고시원이나 원룸에서 거주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식사를 외부에서 해결한다. '서울시 거주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능력' 논문(2014)에 따르면, 서울 지역 대학생들은 주거비 외에 식비와 의류비, 신발비, 교통비, 통신비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생계비로 월 평균 37만8800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부산출신 대학생인 한 아무개씨는 "등록금과 집세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어서 부모님께 받아쓴다"며 "양심상 생활비는 내가 벌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 학교 앞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한 씨는 "솔직히 부모님이 등록금을 내주실 형편이 안 되었으면, 서울로 대학 올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공부를 잘하던 친구들 중에도 서울 생활비를 감당할 엄두가 안 나 고향에 있는 국립대에 진학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 중인 졸업생 김아무개씨는 갑자기 어디가 아프기라도 하면 덜컥 겁부터 난다고 했다. 병원비가 걱정돼서다. 김씨는 현재 대학을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김씨가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집세와 생활비, 취업 준비를 하는 데에 전부 쓰인다.

김씨는 "작년 밤에 갑자기 열이 많이 났는데, 통장에 있는 전 재산이 10만 원이어서 응급실에 갈지를 한참 고민했었다"며 "결국 병원에 가긴 했지만 진료를 받으면서도 진료비가 많이 나올까봐 내내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김씨는 "혼자 아프면 서럽다는데, 아픈데 돈 걱정 하는 건 더 서러웠다"면서 "이런 불안정한 상황을 견디기가 힘들어 빨리 취직을 하고 싶다"고 했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생활은 녹록지 않다. 최근 취업을 한 강아무개씨는 "운이 좋아서 졸업을 하고 4개월 만에 취업을 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강씨는 "학교에 다닐 때 등록금에, 방세에 생활비까지 해서 한 달에 140만 원 정도를 썼는데, 취업을 해도 회사에서 3개월 간은 수습기간이라면서 120만 원밖에 안 준다"며 "원래는 월급을 받으면 학자금 대출도 갚고, 저축도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밥 값, 교통비, 집 월세를 내면 끝난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면 뭔가 인생이 달라질 줄 알았다"며 "달라지긴 달라졌지만 이런 방식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등록금] "한학기 등록금 480만원에, 장학금 받으려고 밤샘 경쟁도"

"아이구, 우진이는 공부 잘해서 서울로 대학도 가고 효자네 효자."

서울의 S사립대 상경계열에 재학 중인 이우진(가명) 씨는 고향에서 친척들에게 이런 칭찬을 들을 때마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효자가 아니라 불효자죠. 그 분들이 제가 학교에 얼마나 내고 다니는지를 모르셔서 그래요. 고등학교 때는 저도 멋 모르고 인서울(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 타령을 했는데, 막상 서울로 대학을 와보니 그게 아니에요."

이씨는 현재 대학교 4학년이다. 이씨가 1학년 1학기부터 4학년 1학기까지 학교에 낸 금액은 총 2493만 원, 한 학기 등록금으로 약 356만 원을 낸 셈이다. 학교에서 주는 성적 장학금은 학점이 4점을 넘는 학생들이나 받을 수 있고, 국가장학금은 매번 신청했지만 딱 한 번 받아봤다.

"솔직히 제가 학교에 낸 350만 원 만큼의 수업을 듣는 것 같지는 않아요. 졸업장을 따야 취업할 수 있으니까 비싸도 어쩔 수 없이 다니는 거죠."

H 사립대 예술 계열에 다니는 안아무개씨는 "지난 학기 등록금이 480만 원이었다"고 말했다. 안씨는 예술 계열은 원래 다른 학과보다 등록금이 비싸서, 다들 장학금을 받으려고 매주 밤을 새워가며 과제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과제를 하다 보면 한 달에 재료 값만 몇십 만 원 나오는데, 그건 등록금 하고는 또 따로예요. 전시회 할 때는 전시장 대관료도 내야하고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4월 30일 대학 정보 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공개한 전국 4년제 일반 대학 174개교의 학생 1인당 연간 등록금은 2014년 666만7000원이었다. 국·공립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414만2000원, 사립대는 733만2000원으로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은 국·공립 대학의 약 1.5~2배 수준이다. 수도권 대학의 1인당 등록금은 755만 원으로 전년도의 755만5000원보다 겨우 5000원 내렸다.

"상위 10개 대학 졸업자 월급 265만 원, 지방 대학 졸업자 월급 196만 원"

 상위 10개 대학교, 수도권 대학교, 지방 대학교의 취업률 통계
 상위 10개 대학교, 수도권 대학교, 지방 대학교의 취업률 통계
ⓒ 한국직업능력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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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주거비, 생활비, 등록금이라는 삼중고가 이어지는데도 왜 학생들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려고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난 4월에 발간된 "4년제 대졸과 전문대졸의 초기 노동시장 성과 비교"라는 논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서울 상위 10위권 대학 87.7%, 수도권 대학 85.2%, 지방 대학 82.9%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노동시장 진입 초기의 소득 차이는 서울 상위 10위권 대학 졸업자 269.5만원, 수도권 대학 졸업자 208.2만원, 지방 대학 졸업자 196.7만원으로 더 크게 나타났다. 취업률과 소득에서 이처럼 뚜렷한 차이를 보이니 많은 비용을 내더라도 서울에서 학교를 마치려는 학생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H 사립대학교에 다니는 안아무개씨는 "디자인을 전공한 제가 고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안씨는 "요즘 경영학과 졸업한 대학생들도 취업이 안된다는데, 고향에서 디자인 인력을 구하는 회사는 거의 없어요. 가끔 있더라도 말도 안되는 월급을 주고요"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취업하기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서울엔 항상 수요가 있잖아요. 고향에 있는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면 저는 힘들다 소리도 못하겠어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면 돈이 많이 드는 건 알지만 다른 방법이 없네요"라며 대답을 마쳤다.

 상위 10개 대학교, 수도권 대학교, 지방 대학교의 소득 통계
 상위 10개 대학교, 수도권 대학교, 지방 대학교의 소득 통계
ⓒ 한국직업능력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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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윤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

참고
박영범(2014). 4년제 대졸과 초기 전문대졸의 초기 노동시장 성과 비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대학알리미(2014)
배병우, 남진(2013). 서울시 거주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능력. 도시정책연구 14권 1호. 서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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