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지난 6.4 지방선거에 이어 7.30 재보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진보정당의 존립에 대해 "다음 총선을 거치고 나면 녹색당을 제외하고 정의당이나 노동당은 어떤 형태로든 없어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가 지난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지난 6·4 지방선거에 이어 7·.30 재보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진보정당의 존립에 대해 "다음 총선을 거치고 나면 녹색당을 제외하고 정의당이나 노동당은 어떤 형태로든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7·30 재보선이 끝난 지난 31일 오후 국회에서 만난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서울 동작을 재보선에서 출마했던 노회찬 정의당 후보 이야기부터 꺼냈다. 노 후보는 불과 '929표 차이'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에게 석패했다.

"노회찬 후보가 석패한 것은 정말 아쉽다.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주대환 대표와 노 후보는 오랜 기간 '한국진보정당운동'을 함께 일궈온 '동지'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일심회사건으로 촉발된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 이후 두 사람의 길은 갈라졌다. 노 후보는 여전히 진보정당의 철길 위에 서 있는 반면, 주 대표는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의 독자생존은 불가능하다'라고 선언했다. 어쩌면 노 후보의 석패가 주 대표의 그 선언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사례인지도 모른다.

"소선거구제에서 진보정당 발전시킬 전략 가져야"

주 대표는 '뒤베르제의 법칙'(Duverger's Law)을 언급했다. 프랑스의 정치학자인 모리스 뒤베르제가 제안한 '소선거구제는 양당체제를 낳는다'는 가설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 '뒤베르제의 법칙'이다. 그는 "여러 나라 정당사를 보면 뒤베르제 법칙이 관철되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라며 "진보정당이든 보수정당이든 소선거구제 하에서 제3정당은 오래 못 간다"라고 주장했다.

"제2당과 제3당은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100년 전 영국 노동당도 자유당을 누르고 제2당으로 올라섰다. 자유당이 워낙 역사와 철학·전통이 깊다 보니 제3당으로 끈질기게 살아남았지만 영국 정치에서 큰 의미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규모는 작지만 민주노동당이 울산과 창원, 광주에서 제2당을 경험했다. 원래 제3당은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지만 지난 2004년 국민이 기회를 한 번 줬다. 그런데 일심회사건 등으로 지지율이 한 자리로 떨어진 이후에 두 자리 지지율을 회복한 적이 없다. 이후 분당되면서 민주노동당에 주어진 (제2당이 될) 기회는 소멸됐다. 제3당은 제2당이 되든지 망하든지 둘 중 하나다."

주 대표는 "민주노동당이 창원과 울산, 광주처럼 제2당이 되는 지역을 많이 만들었다면 (영국의 노동당처럼) 제2당이 될 가능성이 열렸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민주노동당 10석 가운데 8석이 비례대표였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소선거구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헌법소원을 진행해서 1인 2표제를 얻어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선거제도를 독일식(정당명부제)으로 바꿀 수 있겠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선거제도는 쉽제 바뀌지 않는다. 학자들이 토론회에서 선거구제를 바꾸자고 목소리 낸다고 해서 바뀌는 게 아니다. 우리는 소선거구제 하에서 (진보정당을) 발전시킬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곧 될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진보정당운동을 벌여왔다. 이들은 현실과 자기들의 희망을 자꾸 혼동한다."

주 대표는 "소선거구제를 비민주적인 제도라고 할 수 없다"라며 "민주주의 발상지의 하나인 영국과 프랑스는 지금도 비례대표도 없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있고, 이탈리아는 정당이 난립하자 최근 비례대표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꿨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소선거구제, 단순다수대표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파행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라며 여전히 '선거제도 변화를 통한 진보정당의 지속'을 염두에 두고 있는 노 후보와 확연하게 갈라지는 지점이다. 

"우리가 만들 정당은 '노동당+자유당'이다"

주 대표가 주목한 것은 '미국식 양당체제'였다. 그는 "한국에서 우리가 만들 정당은 '노동당'이 아니라 '노동당+자유당'이다"라며 "미국 민주당이 한쪽에는 영국 노동당의 얼굴을, 다른 한쪽에는 영국 자유당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노총이 미국 민주당을 바라보는 모습이나 영국 노동자가 영국 노동당을 바라보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노총에서 50만 명을 파견해 오바마의 재선을 도왔다. 오바마 정부가 자기들의 정부라고 생각한 것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젊은 시절 노조운동가로 활동했다. 미국 민주당을 보수정당이라고만 보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 미국 민주당은 미국판 진보정당이다. 오바마가 최저임금과 의료개혁을 위해 투쟁하는 것을 보라."

주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정의당 등 야권을 재편해서 '노동당+자유당'으로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라며 "루즈벨트가 뉴딜정책을 추진하면서 남부지역당에 불과했던 민주당을 전국정당으로, 정책정당으로, 미국식 사민주의 정당으로 만들었던 기획이 한국에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제도·문화·전통 등을 고려했을 때 독자적 진보정당이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고 진보정당을 포기할 거냐? 아니다. '당내당 전략'으로 가야 한다. 녹색당은 자기 역할이 있고, 통합진보당은 색깔이 분명하니까 놔두자. 그런데 나머지 정의당·노동당이 내세우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과 차별화가 안 된다. 억지로 구분하려고 애를 쓰지만 중요한 메시지는 거의 같다. 정의당·노동당의 사민주의자들, 새로운 젊은 세대가 합류해 사민당을 만들어 통합야당의 당내당으로 활동할 수 있다면 좋겠다."

주 대표는 "큰 야당(새정치민주연합)은 소울(soul)이 없고, 진보정당은 소울은 있지만 대중성이 없다"라며 "그것(소울과 대중성이)이 합쳐지면 국민과 시대가 바라는 야당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천명이든 만명이든 정말 헌신적인 사민주의자들이 있다면 이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전략은 통합 야당의 당내당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주 대표는 진보정당들의 단일후보였던 김득중 후보가 평택을에서 5.63%의 득표율에 그친 것과 관련해 "1987년 독자적 진보정당, 독자후보 주장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라며 "그동안 후배들을 그렇게 고생시킨 것이 미안해서 지난 2008년 이후로는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지금 진보정당들은 당 자체를 유지하는 데 급급하다. 국민을 상대로 선전활동을 벌여 당원을 확대하는 것조차 못하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가 국민에게 전달되고 국민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들 끼리끼리 조직을 유지하는 데 급급하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는 저 김문수나 이재오처럼 배신자가 아니고 민주당에 들어가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486 친구들과 다르다'는 얘기만 하고 앉아 있다. 왜 정당을 하나? 나라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정당을 하는 거다. 그런데 조직을 유지하는 데 급급하다면 그것은 (정당이 아니라) 하나의 섹터(sector)에 불과하다."

"다음 총선 거치면 정의당-노동당 없어질 것"

개표방송 지켜보는 노회찬 후보 7·30 재보궐 선거 서울 동작을 선거구에 출마한 노회찬 정의당 야권단일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선거사무실에서 정의당 천호선 대표, 심상정 원내대표와 함께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긴장감 도는 노회찬 선거캠프 7·30 재보궐 선거 서울 동작을 선거구에 출마한 노회찬 정의당 야권단일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선거사무실에서 정의당 천호선 대표, 심상정 원내대표와 함께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주 대표는 '진보정당들의 미래'를 암울하게 진단했다. 그는 "2008년 이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분당한 이후 진보정당은 없다고 본다"라며 "다음 총선을 거치고 나면 녹색당을 제외하고 정의당이나 노동당은 어떤 형태로든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 총선 때는 민주통합당이 대선을 앞두고 진보정당의 협조가 필요하니까 야권연대를 통해 의석을 만들어줬다. 어거지(억지)로 진보정당의 생명을 연장해준 것이다. 자력으로 생명을 연장한 게 아니다. 독자생존이라면 자력으로 해야 한다. 이번에 노회찬 후보가 당선됐다고 치자. 그럼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들의 표를 받아서 국회의원이 된 것인데 그게 뭔가? 독자생존은 아닌 거다."

주 대표는 "야권연대를 하는 순간부터 이미 독자생존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며 "진보정당은 (제1야당의) 위성정당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독자적인 진보정당을 유지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라며 "2004년 (민주노동당) 성공의 추억을 빨리 잊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더 크게 성공하기 위해 작은 성공의 기억은 잊어야 한다. 그래야 원점으로 돌아가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2004년 성공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4년 제3당의 '천하삼분지계'라고 했지만 그것은 한여름밤의 꿈과 같다. 그런 작은 성공의 추억을 잊고 냉정하게 처한 조건을 보면서 우리가 역사에 기여하고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정치전략을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

주 대표는 "국민들은 빈부격차, 청년실업, 노인빈곤율, 자살률 등의 문제에 집중하는 정치세력이 나타나길 바라고 있다"라며 "친일파-종북파 이념구도에서 벗어난 탈민족주의 진보, 선진국형 진보가 주도하는 야권재편이 이뤄진다면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과정을 "야권의 진화"라고 표현했다.

[인터뷰 발언록] "한국정치는 정치자영업자들의 연합체"
"소선거구제는 정치가 안정되는 장점이 있다. 소선거구제에서는 정당이 난립하지 않고 정당 안에서 분파로 활동한다. 그렇게 해서 거대정당이 정권을 주고받으니까 역동성도 있다. 전후 이탈리아와 일본의 경우 정권교체가 안 됐다(물론 일본은 중선거구제이지만). 정권교체가 안되니까 사회가 무기력해진다. 그런데 우리는 정권교체가 잘 이뤄지는 나라다. 일본이나 이탈리아처럼 정치가 무기력하지 않다. 국민들한테는 그런 장점이 있다. 10년마다 정권을 바꿔주니까 정당이 국민들한테 얼마나 충성하나.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은 결선투표제 도입 정도면 된다."

"우리나라의 기성정당은 개인 야욕과 돈, 친인척 등을 동원해서 정치를 한다. 하나의 생각을 공유하고 정책을 공감하는 당원은 없다. 그래서 우리가 진성당원제를 실시하면 한국의 정치문화가 바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나? 우리는 한국에 살고 있었다. 노회찬이면 노회찬, 심상정이면 심상정, 결국 정치인 개인을 키워서 그 사람들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한국 정치는 그렇게 하는 걸로 돼 있다. 전통, 문화를 바꾸어내지는 못하더라.

한국에서 정치는 정치자영업자들의 연합체나 협동조합과 비슷하다. 독일이나 영국에서 정당은 대기업이다. 젊은 애들을 키우고, 당원들을 인물로 키워내고. 당이 집권경험과 정책경험을 가지고 있다. 당이 현대의 군주로서 역할하고 있다. 철인정치와 민주주의가 결합한 것이 현대정치다. (유럽 등에서는) 현대의 군주로서 철학과 이념·정책·집권 경험·경륜을 하나의 정당이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정당이 없다. 진보정당도 정치자영업자들의 연합체에서 못 벗어나더라."

"우리나라 정치구도, 이념구도가 한쪽은 다른 한쪽을 종북이라고 하고, 한쪽은 다른 한쪽을 친일이라고 한다. 종북파-친일파, 이렇게 선이 그어져 있다. 진보정당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친일쪽을 공격할 때 (보수쪽보다) 더 심하게 한다. 제가 보기에 국민과 청년들이 원하는 정치세력은 이(종북파-친일파) 가운데 서 있다.

이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식민지 경험, 전쟁경험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친일이니 종북이니 역사전쟁을 벌이는데 이 구도에서 벗어나려는 사람이 많이 있다. 안철수도 이 구도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그런 점에서 의미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안철수는 그 다음 것을 노력하지 않았다. 노래 1절만 하고 2절은 안 한 것이다. 안철수는 그냥 소멸해버렸다. 야권 재편 과정에서 그런 대립구도를 먼저 탈피하는 놈이 이긴다."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