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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행궁거리가 수원의 인사동으로 부상하고 있다. 거리 디자인의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 문화예술인들도 삼삼오오 모이면서 이채로운 공방들도 자리하고 있다.
▲ 수원행궁거리의 예쁜 간판들 수원행궁거리가 수원의 인사동으로 부상하고 있다. 거리 디자인의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 문화예술인들도 삼삼오오 모이면서 이채로운 공방들도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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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행궁 거리가 뜨고 있다. 수원행궁을 옆에 두고 있는 팔달문은 한때 수원의 핵심 상권으로 젊은이들의 거리였다. 하지만 신도시 영통의 부상으로 상권이 이동하면서 주변에 있는 재래시장으로만 근근히 명맥을 이어갔다. 게다가 수원행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개발제한구역으로까지 잡히게 되었다. 수원의 다른 도시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와중에 이곳은 그야말로 '낙후한' 동네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수원의 인사동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장금의 촬영장소였던 수원행궁이 필수 관광 코스가 되면서 수원시가 행궁거리 일대를 문화관광지로 조금씩 디자인해 나갔다. 거리 디자인의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이다.

더불어 낮은 임대료와 아날로그적인 정서를 선호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삼삼오오 모이면서 이채로운 공방의 거리도 형성됐다. 70~80년대 분위기에서 정체되면서 명명 받은 '낙후한 동네'라는 오명이 이제는 문화예술의 거리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지역의 주민들이 찾고 외국인들도 환호하는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수원행궁광장 옆에 있는 종로교회에서 시작되는 골목인 '수원행궁거리'에는 전통미와 이색성을 자랑하는 공방들이 30여 곳 낮게 자리하고 있다. 닥종이 인형공방, 칠보공예공방 수건과 티셔츠에 문양을 넣어주는 공방 등등.

그 중에서 유난히 아이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이채로운 공방이 하나 있어 들어가 봤다. 구경하는 아이들을 살펴보니 다른 공방은 지나쳐도 이 공방 앞에서는 눈이 동그래졌다. 바로 미니어처 공방이다. 3mm 크기의 와플, 던킨도너츠가 있고, 100원 짜리 동전 크기의 냉장고도 있습니다. 일상에서 쓰이는 모든 용품들이 다 미니어처로 재현되어 있다. 가게 안에 들어서자 거인의 왕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며 동심의 세계에 빠졌다.

콩만한 크기의 도넛, 동전만한 케이크... 이색 공방 눈길
주인장 양혜민(40) 작가는 분주히 체험 교육을 하고 있었다.

"재료를 원하는 만큼만 가져다 놓으세요. 네네. 그 위에 토핑을 올려놓고 크림도 살살 짜서 올려주세요. 너무 짜면 떡 되니까 조금씩 발라주세요."

기초 체험 과정으로 30분 정도면 누구나 완성할 수 있다. 7살 난 아이와 함께 연신 집중해서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김선영(43)주부는 분당에서 이 곳 까지 왔다.

"원래 이런 공방에 관심이 많은데 우리 동네에는 이런 곳이 없어요. 정말 특이해서 좋아요. 실제로 요리하는 것 같아요(웃음)."

실제로는 책 한 권 크기만한 미니어처다.
▲ 진짜 빵집이냐고요? 실제로는 책 한 권 크기만한 미니어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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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흙을 반죽해서 케이크 모양을 동글동글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이쑤시개를 이용해서 물감을 적절하게 바른 후 굳으면 완성된다. 그러면 콩만한 크기의 도넛이 완성되고, 동전만한 케이크가 만들어진다. 자신이 만든 작품은 집에 가져갈 수 있다. 모양이 망가지지 않도록 반듯하게 들고가서 환기 시키면 몇 주 이내에 단단하게 굳어진다.  스스로 제작한 작품을 보는 아이의 얼굴에는 뿌듯한 미소가 번졌다.

다른 테이블에서 체험 중이던 홍아무개씨(40)는 대전에서 왔다고 한다. 

"원래 수원행궁을 좋아해서 주말마다 자주 와요. 지난 주말에 이 공방을 발견했는데 예약하고 이번 주에 왔어요. 사실 딸아이보다 제가 더 좋아해요(웃음)."

양혜민 작가는 "무엇보다 추억과 꿈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이 미니어처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학교에 가지고 가던 도시락같은 것을 만들 수 있어요. 또한 자기가 갖고 싶은 유명브랜드의 핸드백을 만들어 볼 수도 있어요. 갖고 싶은 작품을 소유할 수 있는 대리만족이라고 할까요?(웃음).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의 관찰력을 키워줄 수 있어서 아이들의 체험 학습으로도 그만이에요."

가운데 있는 실제 동전을 보면 핸드백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 정말 귀엽죠? 가운데 있는 실제 동전을 보면 핸드백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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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 공방 원래 일본에서 시작됐다. 아직 국내의 미니어처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양혜경 작가도 5년 전에 수소문해서 찾아간 작가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아직 큰 수익이 나는 아이템은 아녜요. 저도 취미로 시작했고, 여전히 취미에 중점을 두고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음식이 놓여져 있는 탁자는 손바닥만한 크기다. 탁자에 놓여 있는 음식과 아래에 있는 핸드폰 모두 미니어처다.
▲ 먹지 마세요 음식이 놓여져 있는 탁자는 손바닥만한 크기다. 탁자에 놓여 있는 음식과 아래에 있는 핸드폰 모두 미니어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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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전공은 원래 IT관련 분야였다. 대학을 졸업한 후 유치원교사로 직장 생활을 오래했다. 평소에 취미로 미니어처 공방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하다가 조용한 이곳이 좋아서 작년에 가게를 열였다고 한다.

한국의 미니어처는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미니어처들이 조금 천편일률적인 면이 특징이라면 국내의 미니어처는 톡톡 튀는 개성과 창의성에서 앞선다.

양혜민 작가는 "앞으로 우리나라 미니어처 공방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보려고 해요"라며 "미니어처 공방은 아이들의 관찰력을 기르고 어른들을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훌륭한 소재"라고 말했다.

신기한 미니어처를 구경하느라 기자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작은 가게라 많은 체험인원을 수용할 수 없는 점이 아쉬워 보였다. 하지만, 다른 도시에서 이런 이색적인 공방을 찾는 것은 수월하지 않다. 수원행궁거리가 아니었다면 만끽하기 어려운 구경거리였다.


태그:#수원행궁거리, #미니어처, #이색공방, #문화예술, #주말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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