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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숙소의 입구. 입구에 놓인 화분들은 파리지앵의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아파트 숙소의 입구. 입구에 놓인 화분들은 파리지앵의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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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처음과 나중이 있듯이 여행을 떠나면 어딘가에는 도착하게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재충전을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나는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곳의 일상을 만나고 싶어서 여행을 떠났다. 어찌 보면 모순적인 말이지만 이 문제는 내 여행에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차지하게 된다.

나의 여행지가 또 다른 일상이 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집을 빌리는 것이었다. 호텔이 아닌 현지인의 집에서 체류하는 것이다. 낯선 사람의 집에서 호텔이 주는 쾌적하고 정돈된 느낌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호텔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깨끗한 현지인의 집을 구하는 것은 그 나름의 매력을 가진다.

전 세계 현지인의 집을 빌려드립니다

에어비앤비(www.airbnb.com)는 한글 지원이 가능하다.
▲ 에어비앤비 첫 화면 에어비앤비(www.airbnb.com)는 한글 지원이 가능하다.
ⓒ 에어비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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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에어비앤비(airbnb) 사이트는 전 세계에 있는 현지인들의 집을 빌릴 수도 있고 우리 집도 누군가에게 빌려줄 수 있는 온라인 숙박 사이트이다. 간단한 사이트 가입을 한 후 본인이 원하는 나라와 도시, 날짜, 인원수를 입력하면 리스트를 올린 사람들의 집과 사진, 정보, 리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사이트에 올려진 파리의 수많은 집 중에서 우리 가족이 선택한 숙소는 10평 남짓한 작은 스튜디오였다. 스튜디오가 작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퐁피듀 센터에서 일하시는 아저씨답게 작은 스튜디오를 감각적으로 꾸며 놓으셨다. 가구는 지극히 평범했지만, 벽에 걸려 있는 작품들이나 소품들에서 아저씨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었고 '피식' 웃음을 주는 소품들도 곳곳에 숨어 있었다.

평범하지만, 특별했던 일상

퐁피듀 센터에서 일하시는 호스트 아저씨의 감각이 물씬 느껴지는 숙소였다.
▲ 숙소 모습 퐁피듀 센터에서 일하시는 호스트 아저씨의 감각이 물씬 느껴지는 숙소였다.
ⓒ 에어비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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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우리는 특별할 것도 없는, 하지만 너무 특별했던 일상을 경험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대략 이러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거실 반대쪽에 있는 창문 너머로 오늘 날씨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반대쪽 집의 밝은 베이지색 건물들과 남색 지붕들(우리 숙소가 5층이었다), 붉은 벽돌색의 굴뚝, 하늘 밖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상하리만큼 그 풍경이 좋았다.

반대쪽 집의 창문과 창문 너머로 보일 듯 말 듯한 이웃의 모습은 그다지 매력적인 전망이 아니었음에도 여행지라는 독특한 상황 아래 놓여 나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준다.

기지개를 켠 채 창문 너머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감상하다가 창가에 놓인 화분에 물도 주었다. 마치 우리 집인 것처럼... 그리고는 오디오를 켜고 호스트 아저씨가 소장하고 있는 음반을 틀어 놓는다. 그 CD 안에 어떤 곡이 들어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화창한 파리의 아침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음악이면 그걸로 된 것이다.

에스프레소 머신기로 커피 한 잔을 내린 후 아저씨가 소장하고 있는 미술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꺼낸다. 창가 옆이자 부엌 앞에 있는 식탁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그림책을 한 장씩 넘겨본다. 글자들은 전부 불어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책을 해석해서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그림만 쓱쓱 보면 되는 아주 좋은 책들이었다. 그렇게 음악과 책, 커피, 푸른 하늘은 매일 나의 아침을 깨워주었다.

차를 마시고 책을 보는 평범한 일상도 특별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평범하지만 특별했던 일상 차를 마시고 책을 보는 평범한 일상도 특별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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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특별할 것이 없는 아침의 풍경이었다. 우리 집에서 하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파리에서도 하고 있었는데 나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똑같이 느낀 한 가지는 이곳의 아침이 훨씬 여유롭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여유롭게 했던 것일까? 파리의 푸른 하늘?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적인 해방감? 낯선 사람의 집을 내 집처럼 쓸 수 있다는 자유?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

아마 복합적인 것들일 것이다. 화창한 날씨와 그 순간만큼은 특별한 걱정 없이 일상이라는 여행을 즐기면 되었다. 여행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도 나의 마음에 따라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이라는, 인생보다 더 제한적인 시간 속에서 여유를 발견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경험했다. 우리가 지냈던 파리의 숙소는 우리에게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에어비앤비 사이트 소개 및 주의 사항
1. 홈페이지(airbnb.com) 접속 후 여행할 국가와 도시, 날짜, 인원을 선택하면 현지인들의 숙소가 나온다. 다양한 옵션(하루 숙박비, 집 전체를 빌릴 것인지 방 하나만 빌릴 것인지 등)을 선택하면 숙소의 정보가 화면 가득 펼쳐진다. 왼쪽에 있는 지도를 움직여서 본인이 원하는 지역에 있는 방을 선별해서 볼 수 있다.

2.  에어비앤비 숙소를 결정할 때는 호스트가 적어 놓은 정보를 꼼꼼히 읽어 보아야 한다. 근처에 지하철은 있는지, 흡연자인지, 동물을 키우는지, 체크인과 체크 아웃의 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잘 확인해야 추후에 곤란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

3. 마음에 드는 방을 선택하면 숙소에 대한 정보와 후기들을 볼 수 있는데 후기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무리 호스트가 사진과 설명을 잘 올려놓아도 후기를 통해 숙소의 청결도나 안전상태, 호스트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후기를 꼼꼼히 읽는 것은 필수요건이다.

4.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고 그 예약 가능한 기간대일지라도 호스트에게 미리 쪽지를 보내 예약이 가능한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간혹 어떤 호스트들은 자신의 스케줄에 따라서 예고도 없이 예약한 날짜를 캔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호스트와 간단한 이메일 교환 및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 실력은 필수다.

덧붙이는 글 | 파리 여행은 6월 20일부터 27일까지 다녀왔습니다.



태그:#프랑스, #파리, #에어비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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