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인간의 불편한 모습을 그대로 닮은 유인원

▲ 영화 포스터 인간의 불편한 모습을 그대로 닮은 유인원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Ape'는 유인원 혹은 원숭이를 뜻하는 영어 단어다.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의 영어 원제는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이다. 직역하자면 '유인원 행성의 새벽'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지구가 유인원의 행성이 될지도 모른다는 미래, 그 미래를 불안해하는 인간의 전망이 제목에서 느껴진다.

영화의 배경은 미래의 지구다. 인류는 전염병으로 인해 멸망할 위기에 놓여 있다. 거의 사람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침팬지 시저(엔디 서키스 분)의 카리스마가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전작과 비교해서 한층 진보한 그의 말투와 행동,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위용은 인간인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예수를 모방하는 시저 영화 마지막 예수를 닮아가는 혹은 모방하는 시저

▲ 예수를 모방하는 시저 영화 마지막 예수를 닮아가는 혹은 모방하는 시저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유인원도 결국 인간과 똑같았다

전염병으로 인한 죽음이 오히려 평화를 가져왔다. 미래의 지구는 이 참담한 평화와 여전히 살아남은 자들의 혼란이 교차한다. 얼마 남지 않은 인간과 지능을 가진 유인원이 공존하는 풍경은 언뜻 보기에 그리 대수롭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생기는 이익불균형이다. 유인원과 인간의 이익이 충돌하는 지점, 그 장소를 누가 지배하느냐의 문제는 결국 두 종족을 전쟁으로 이끈다. 인간이 가진 포식과 지배의 욕구는 세력의 균형과 거리가 멀다. 어떤 쪽이든 완전히 내 것이거나 혹은 완전히 남의 것이 되는 순간까지 싸우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보다 유인원이 나은 종족인 줄 알았는데 유인원도 인간과 똑같았다."

인간에게 학습된 유인원은 인간과 닮았다. 시저의 독백이 이를 웅변한다. 지능이 있는 유인원이 모방할 수 있는 유일한 종이 바로 인간인데, 유인원이라고 무엇이 크게 다르겠는가? 시저를 배반하는 코바(토비 켑벨 분)의 모습은 비열한 인간의 모습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오늘날 우리가 종종 마주하는 최악의 인간형이다.

인간인 카버(커크 에이스베도 분)는 유인원을 향해 무조건적인 분노를 뿜어낸다. 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분노는 마치 흑인 노예를 대하는 백인들의 감정과 비슷하게 다가온다.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존재에게 무조건적인 미움 혹은 자신의 내적인 분노를 투영한다. 감정을 쏟아낼 대상으로서 자신보다 열등한 종을 선택했다. 이 경멸과 공격성이 카버의 본질일 것이다.

이는 어쩌면 중동 지역에서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피의 보복과도 겹쳐 보인다. 마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처럼, 분노는 분노를 양산한다. 결국 카버의 분노는 유인원의 분노로 전이되고 그 결과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코바 악마성과 공격성, 배신과 음모를 닮은 코바

▲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코바 악마성과 공격성, 배신과 음모를 닮은 코바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인간적인 때로는 신적인 존재 시저

할리우드의 주 메뉴 '가족주의'는 인간을 넘어 유인원에게 전이된다. 시저는 가족에게는 너무나 나약한 아버지로 변신한다. 청소년기 아들의 반항과 새로운 가족의 탄생, 그리고 부부의 사랑은 평범한 가족주의의 답습이다. 꼭 그래야만하나 싶을 만큼 진부하다. 그러나 이 진부함이 결국 시저를 인간과 같은 존재로 느끼게 하는 장치다.

드레퓌스(게리 올드만 분)의 의무감과 단순함은 영화와 실제의 경계를 혼란스럽게 만들만큼 현실적이다. 의무감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단순함은 그 의무감을 무모함으로 만든다. 그래서 이 둘의 공존은 대단히 위험하다.

영화의 마지막, 시저가 말콤(제이슨 클락 분)에게 하는 말은 개인적으로 이 영화 최대의 반전이라고 평가한다. 시저는 자신을 창조한 인간에게 오히려 창조주와 같은 분위기와 느낌으로 충고한다. 그의 표정과 태도는 이미 유인원의 범위를 넘어섰다. 그의 마지막 표정과 대사는 어쩌면 위대한 희생을 스스로 감수하려는 사람들, 이를테면 영웅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나에게는 마치 위대한 예수 그리스도처럼 느껴졌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시저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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