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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들은 말없이 주저앉아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샛노란 종이비행기마다 아이들 이름이 쓰였다. 서투른 손길로 하트도, 별도 그려넣었다. 지난 90여 일 동안 수없이 되뇌어왔을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엄마들은 말없이 주저앉아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샛노란 종이비행기마다 아이들 이름이 쓰였다. 서투른 손길로 하트도, 별도 그려넣었다. 지난 90여 일 동안 수없이 되뇌어왔을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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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말없이 주저앉아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샛노란 종이비행기마다 아이들 이름을 썼다. 서투른 손길로 하트도, 별도 그려넣었다. 지난 90여 일 동안 수없이 되뇌어왔을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한 엄마가 종이비행기 하나를 바람에 실어 던졌다. 종이비행기는 채 두어 걸음도 못 가서 툭 떨어졌다. 그는 "멀리 날아야 아이들이 볼 텐데"라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 다른 엄마가 "걱정 마라, 우리 마음 다 알 거다"라고 말했다. 그제야 종이비행기를 던진 엄마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7월 14일, 며칠을 이어온 후텁지근한 날씨는 국회 본관 앞에서도 여전했다. 김병권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단식농성에 나선 10명의 세월호 유가족들은 뙤약볕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함께 농성 중인 50여 명의 유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따금씩 그들을 찾아 격려하는 의원도 있었지만, 본관 정문으로 출입하면서조차 그저 스치듯 지나가는 의원도 많았다. 그때마다 무거운 침묵이 유가족들에게 내려앉았다.

유가족들은 지난 12일부터 특별법 제정, 여야와 가족대책위로 구성된 3자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여야 논의과정에 대한 참관조차 거부하고, 여야가 갈등만 빚자 결국 15명(국회 10명, 광화문 5명)의 유가족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유가족들은 지난 12일부터 특별법 제정, 여야와 가족대책위로 구성된 3자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여야 논의과정에 대한 참관조차 거부하고, 여야가 갈등만 빚자 결국 15명(국회 10명, 광화문 5명)의 유가족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유가족들은 지난 12일부터 특별법 제정, 여야와 가족대책위로 구성된 3자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여야 논의과정에 대한 참관조차 거부하고, 여야가 갈등만 빚자 결국 15명(국회 10명, 광화문 5명)의 유가족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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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는 절망만 남겨... 특별법 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

"주변에서 '이제는 떨쳐내야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길에서 우리 아이와 비슷한 뒷모습이라도 보게 되면, 눈물이 나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이 생각에 괴로울 때면, 한밤중에 아이가 걸었던 등굣길을 따라 걷기도 한다. 아이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밝혀내야 부모들도 살아갈 수 있다."

단원고 2학년 6반, 고 이장환군의 아버지인 이세주씨가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는 "부모들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 만큼 진상규명이 어려울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연신 줄담배를 피우는 이씨는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보다, 속마음이 더 타들어간 듯싶었다.

유가족들은 지난 5월 말부터 한결같이 국정조사에 매달려왔다. 진도 팽목항에서, 안산에서, 또 국회에서 정치인을 만날 때마다 울면서 간청했다. 흐릿하기만 한 참사의 원인에서부터, 응어리만 남긴 구조과정에 이르기까지 얽히고설킨 매듭을 풀어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정조사는 유가족들을 다시 한 번 절망으로 내몰았다. 여야는 기관보고 일정을 잡는 데만 3주를 낭비했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국정조사 와중에도 일부 몰지각한 의원들은 유가족들을 향해 호통을 치거나, 세월호 희생자를 닭에 비유해가며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이세주씨는 "국정조사만 쳐다봐서 해결이 되겠느냐"며 "부모들이 길거리에서 서명을 받아가며 특별법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 6반, 고 이장환군의 아버지인 이세주는 "아이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밝혀내야 부모들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단원고 2학년 6반 학부모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단원고 2학년 6반, 고 이장환군의 아버지인 이세주는 "아이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밝혀내야 부모들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단원고 2학년 6반 학부모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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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에 관한 오해와 왜곡... "억장이 무너진다"

고 김동협군을 떠나보낸 같은 반 학부모 김창구씨는 "인터넷에서 도는 이상한 이야기에 속이 상한다"며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김씨는 "우리는 진실규명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아직 바닷속에 있는 아이들도 있는데 무슨 보상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이 여야와 따로 나뉘어 특별법을 추진하자, 일부에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오해와 왜곡이 퍼져나갔다. 세월호 희생자 전원에 대한 의사자 지정과 막대한 보상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물론 전혀 사실이 아니다.

유가족들이 단식농성까지 해가면서 제정을 바라고 있는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은 오로지 진상규명에만 초점을 맞춘다. 특별법(안) 전체내용 어디에도 의사자 지정에 관한 이야기는 없고, 보상에 관해서도 정부와 특별법으로 설립될 4·16 참사 특별위원회에 온전히 맡기기로 돼 있다.

특히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놓은 특별법과는 특별위원회의 권한과 기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위원회가 국회 추천과 피해자 단체 추천의 동수로 구성되기를 바라며 수사권과 기소권도 요구하고 있다. 기간도 기본 2년에 1년 연장이 가능한 방식이다. 즉 제대로 된 권한과 기간을 통해 진상규명에 나서자는 것이다.

"우리 학부모들은 진실을 밝히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 살릴 수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는 생각만 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여기(국회) 다른 거 바라고 온 사람 아무도 없다. 이제 막 기지개 펴고, 부모 품 벗어날 때가 된 아이들인데…. 이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단원고 2학년 8반의 한 학부모가 꺼내놓은 이야기다. 많은 유가족들은 특별법이 무산될까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에게 특별법은 "억울하기만 한 죽음들의 이유라도 밝혀낼 수 있는 길"(2학년 3반 학부모)이고, "사그라진 아이들의 삶과 꿈에 대한 작은 위로"(2학년 6반 학부모)이기 때문이다.

간절한 기도... 여전히 손에 닿을 것 같은 아이

 저녁 7시, 기울어지는 해를 뒤로 하고 사람들이 국회 정문으로 모여들었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함께하는 촛불 기도회’에 함께하기 위해서다.
 저녁 7시, 기울어지는 해를 뒤로 하고 사람들이 국회 정문으로 모여들었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함께하는 촛불 기도회’에 함께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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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에게는 그저 촉박하기만 한 시간이 또 속절없이 흘러갔다. 오후 7시, 기울어지는 해를 뒤로하고 사람들이 국회 정문으로 모여들었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함께하는 촛불 기도회'에 함께하기 위해서다. 기도회를 인도한 황인근 목사(문수산성교회)는 "(세월호 참사 앞에서)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조차 죄스럽다"며 "우리들은 유가족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황 목사의 이야기에 유가족들 눈가가 또 눈물로 젖었다. 바짝 말라버릴 때까지 쏟아내고, 또 쏟아낸 눈물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을 떠올릴 때면, 어느새 샘솟는 눈물이었다. 시민들도 여기저기서 훌쩍거렸다.

이어 발언에 나선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은 "정부가 해야 될 일, 국가가 해야 될 일을 하지 않았다"며 "유가족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는 그저 왜 우리 아이들이 죽어야만 했는지를 밝히자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된 특별법만이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도회 한 편에서 한 유가족이 눈에 띄었다. 그 역시도 눈이 새빨갛게 충혈돼 있었지만, 손바닥 위의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딸의 사진이라고 했다. 그가 한 장씩 사진을 넘길 때마다,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으로, 또 엄마와 다정하게 팔짱을 낀 모습으로 딸은 웃고 있었다. 아버지는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한편, 15일 오전 10시 30분에는 지난 5월 16일부터 시작된 '4·16 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의 1차 수합분이 국회로 전달된다.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 자원봉사자들은 전국에서 ▲ 세월호 참사 철저한 진상규명 ▲ 책임자 처벌 ▲ 안전한 나라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의 내용을 담은 서명운동을 진행해왔다. 이번 1차 수합분에만 350만1266명이 참여했다. 서명지는 세월호 참사 발생일인 4월 16일을 상징하는 416개 상자에 담겨, 오전 11시 30분쯤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15일 오전 10시 30분에는 지난 5월 16일부터 시작된 ‘4.16 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의 1차 수합분이 국회로 전달된다.
 15일 오전 10시 30분에는 지난 5월 16일부터 시작된 ‘4.16 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의 1차 수합분이 국회로 전달된다.
ⓒ 세월호 가족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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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진 기자는 '세월호 시민기록위원회' 기록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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