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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MBC 해직언론인의 복직을 명령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6월 27일,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아래 MBC노조)의 170일간 파업 중에 해고된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강지웅 전 사무처장·이용마 전 홍보국장·박성제·박성호·이상호 기자 등 여섯 명에 대한 근로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하지만 MBC 사측은 "파업 불법성 여부에 대한 종합적 판단이 아니라, 실효된 단협에 따른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정해주는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결정이므로 문화방송은 진행 중인 항소심에서 회사 입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법원의 복직명령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래서 이 문제를 비롯해 현재 MBC를 둘러싼 문제를 짚어보고자 지난 2일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최강욱 이사(야당 추천)를 만나봤다. 최강욱 이사로부터 '법원의 해직자 복직 명령' 문제와 안광한 MBC 사장 4개월 평가 그리고 현재 언론 상황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서울교대 근처에 있는 최 이사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최 이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현재 MBC는 유사 종편 수준"

방문진 야당추천 이사인 최강욱 변호사
 방문진 야당추천 이사인 최강욱 변호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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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7일 법원은 MBC 해직 언론인에 대해 근로자 지위 보전 신청을 인용해 복직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은 "항소심까지로 제한된 결정"이라며 이행할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근로자 지위 보전 신청 인용은 '해고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있었으니 (근로자가) 일을 할 수 있게 하라'는 뜻입니다. MBC 사측은 그동안 노조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긴 적이 없어요. 이번 경우는 법원이 이행을 명령한 것인데 MBC 사측이 여기에 응하지 않으면 간접 강제 신청을 해서 매일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행강제금을 내더라도 복직은 안 된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를 우려하는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어요."

- MBC 경영진은 복직 명령에 부정적인 입장인데, 이사회에서 문제제기할 계획이 있나요?
"MBC 사측이 법원 판결을 또다시 무시한다면 이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입니다. 이행강제금은 개인 돈으로 내는 게 아니라 공금으로 내는 것이지요. 만약 MBC 사측이 법원의 명령이 있는데도 이행하지 않고, 공금으로 매일 이행강제금을 낸다면 회사에 명백한 손해를 끼치게 되는 거잖아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생각해요."

- MBC 해직 언론인으로 현재 <뉴스타파> 앵커를 맡고 있는 최승호 PD는 현재의 MBC를 두고 "일베스럽고 종편의 하나로 취급 받는 수준으로 전락했다"라고 평가합니다. 최 이사는 어떻게 보십니까.
"저도 최 PD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MBC는 유사 종편이라고 봐요. 실제 MBC 경영진에게 '신속성에서는 인터넷 매체를 못 따라갈 것이고, 정치적 편향성에서는 종편을 못 따라갈 텐데 이렇게 되면 MBC 뉴스는 본인들이 생각하는 뉴스의 영향력이나 신뢰도를 회복할 길이 없다'라고 공정성 회복을 촉구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진숙 보도본부장은 '나는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는 점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극단적인 사고로 표현할 수 있는 '일베스러운 태도'는 방문진 이사들에게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습니다. 소위 극우 논객들이 제기하는 문제들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방문진 이사들의 발언으로 그대로 전달이 돼요."

"MBC 경영진, 문창극 영상 내보내면 여론 바뀔 것이라 생각"

지난 6월 20일 MBC는 <긴급대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을 긴급 편성해 방송했다.
 지난 6월 20일 MBC는 <긴급대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을 긴급 편성해 방송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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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0일, MBC가 정규프로그램 두 개를 결방시키면서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에 대한 특별 대담방송을 내보내 논란이 일었습니다.
"방문진 이사들이 방송 편성에 관여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어요. 이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편성의 공정성이나 독립성은 법으로 보장된 것인데….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에요. 지난해 방문진 이사회에서 김현희씨 이야기가 나오니까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한 적이 있었어요.

이번에도 목요일에 방문진 이사회를 열었는데 금요일(6월 20일)에 갑자기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 관련 특별 대담이 편성됐어요. 목요일 이사회 때 문창극씨 동영상 이야기를 꺼낸 이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MBC 경영진하고 여당 추천 이사들이 회식을 했어요. 그때 양측이 교감해 특별대담방송이 나간 것 아닐까 추정해요."

- 문창극 특별대담방송을 편성한 의도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논란이 되니까 다뤄야 하는 것 아니냐'였습니다. 그 부분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고 봐요. 이분들은 문창극씨 동영상 전체가 방송되면 여론이 반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방문진 이사회에서 'KBS가 앞뒤 잘라내고 왜곡 보도해 선동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는데, 동영상 전체를 보면 문창극씨는 그런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다, 동영상 전체를 보면 사람들이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동영상 전체가 방영되면 반대측 패널들이 뭐라고 하든 진실이 밝혀져 문창극씨의 억울함이 풀리고 현대사를 왜곡하는 쪽이 밝혀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죠. 이렇게 일반 상식에서 동떨어진 사람들이 MBC 경영진이나 방문진 이사로 있습니다. 슬픈 일이지요."

-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의 KBS 보도에 대해 보수언론은 연일 KBS를 때리고 있습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는 심의에 들어갔고요.
"KBS 보도가 언론으로서 할 수 없는 얘기를 한 것이냐, 그리고 무엇인가 단정적으로 왜곡해서 문창극씨 입장을 한쪽으로 몰아갔느냐.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언론이 해야 할 일을 충분히 했고, 국민 여론을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되고 검증됐죠.

문제는 그 동영상뿐만 아니라 이 분이 다른 자리에서 한 이야기와 본인의 칼럼, 심지어 대학 강연에서 한 이야기 속에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가 가진 편향적 사고와 잘못된 역사관이 드러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문제 삼을 소지는 없죠. 그야말로 겁주기 위한 흠집내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안광한 사장? 제대로 하거나 잘한 게 없다"

- 안광한 MBC 사장이 취임한 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 4개월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제대로 하거나 잘한 게 없어요. 뉴스의 공정성도 문제고, 법원의 '근로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 인용'도 이행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변함없이 또 다른 징계를 남발합니다. 과거 김재철 시대와 변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MBC 경영진이 방문진 이사회에 와서 약속한 게 몇 가지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대장금2> 극본과 이영애씨 섭외가 끝났다, 방송을 통해 한류 열풍을 일으킬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산됐죠. 또 MBC가 상암동에 새 사옥을 지었잖아요? 그런데 이사를 못 가고 있어요. 3월이나 4월에 간다고 했는데 말이죠.

전에는 '방송 녹화 테이프 없이 디지털화해서 해결할 수 있는 세계최초 최첨단 시스템을 선보인다'고 했는데, 안 돼서 결국 포기한 상태입니다. 언론인으로서 보여줘야 할 공정성이나 신뢰성에도 문제가 있고, 경영자로서 회사의 중요한 사안을 처리하는 업무 능력 분야에서도 보여준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 KBS 노조가 길환영 사장을 몰아낸 것에 비해 MBC노조의 움직임은 미비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MBC가 처한 상황을 놓고 보면 노조를 비판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말이 통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활동영역이 생기는 것인데, MBC 경영진은 막무가내로 나오거든요. 주요 보직 간부라는 사람은 사내 게시판에 "이런 식으로 회사를 비판하지 말고, 니들이 좋아하는 JTBC나 <오마이뉴스>로 가라"라는 글을 버젓이 올렸어요. 또 이번에 경력기자를 채용한다면서 "(대상자들을) 데스크로 활용하겠다"라고 도발도 합니다. 노조가 많이 끓어올라 있지만, 이것을 분출할 시기나 계기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 MBC 공영방송 지위 잃었다"

지난 5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앞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무사귀환과 희생자 추모 및 MBC 규탄 국민촛불집회 당시 모습.
 지난 5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앞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무사귀환과 희생자 추모 및 MBC 규탄 국민촛불집회 당시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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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를 두고 MBC의 보도나 경영진의 발언은 KBS와 비교해 봤을 때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나 국민들은 MBC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요.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고 하잖아요. MBC가 건전한 시민들의 상식에서 동떨어진 방송을 하다 보니까 국민들이 기대를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 KBS는 보도국장의 폭로 등이 있었잖아요. 이 폭로는 폭발력이 컸습니다. MBC에 대한 비판은 여기에 묻힌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번 일을 통해 MBC가 공영방송의 지위를 잃고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생각합니다."

- MBC가 공영방송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저도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어떤 분이 인터넷에 'MBC는 회생 가능성이 안 보인다, 정권이 바뀌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다'라는 글을 올렸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현재 MBC의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방문진 이사회도, MBC 경영진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계속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하지만, 어떤 정권이든 자신들을 비판하는 언론을 좋아하지는 않을 겁니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모든 게 바뀔 수 있을까요?
"지금 야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서 MBC가 완전히 독립성과 공정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아래서 MBC가 처한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 야당이 앞장서서 이 문제들을 비판해 왔고요. 야당은 지배구조의 개선이라거나 방송독립이나 공정성에 대해 말해왔던 게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이 정책을 만들고 입법화하면 지금보다는 낫겠죠.

현재 MBC에 대한 권력의 집착이 노골적이고 심하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고 말하는 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모든 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공영방송을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대로 토론돼야 합니다."

- 지난 6월 19일 이진숙 보도본부장이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해 '이번 세월호 사고에 가장 책임이 있는 것은 청해진 해운이며, 그다음이 관리감독을 못한 정부, 이어 안전의식에 소홀했던 국민'이라며 MBC에 세월호 관련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가 없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이 본부장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진숙 본부장은 그 자리에서 '국민들의 안전의식 중 어떤 부분이 소홀했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것이냐'는 점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말하지 못했어요. 마치 희생자 가족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이야기로 들릴 가능성 때문에 본인도 실언을 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가 없었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 과연 MBC 보도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제대로 된 보도를 했다고 평가될 수 있을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도의 공정성과 신뢰성과 관련해 진도 현장에서 희생자 가족들은 공영방송사 기자들의 출입을 막고 인터뷰도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JTBC는 인터뷰도 해냈고, 취재도 허락받았습니다.

희생자 가족들의 요구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참사 발생 후 물병 세례를 받은 정홍원 총리나 구조작업을 제대로 못한 해양수산부 장관·해경은 현장에 머물면서 희생자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다가갔습니다. 이들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니까 희생자 가족들도 그분들을 인정했어요.

공영방송사 기자들도 신뢰받을 수 있는 자세로 제대로 된 보도를 했다면 외면받지는 않았겠죠. 'MBC 카메라가 현장 어디에 있었고, 희생자 가족들로부터 얼마나 가까이 있었느냐, 그리고 국민들이 보기에 MBC 보도를 기준으로 현장 상황을 알 수 있었느냐'가 MBC 보도 평가의 기준이 돼야지 정정보도·반론보도 청구가 없었다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서 되겠습니까."

- 최근 MBC에서는 보고하지 않고 다른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이가 징계를 받는가 하면 인터넷 게시판에 '엠빙신 PD입니다'라는 글을 올린 이도 징계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징계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죠. MBC 경영진은 '사내 자유게시판, 토론방에 경영진을 비판하는 글이 많은데 그중에 심한 것만 징계한다'고 합니다. 지금 경영진은 과거 김재철 체제 때부터 그대로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인권의식이나 적법절차에 대한 인식 자체를 거부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재철씨의 법인카드도 문제가 됐잖아요. 경영진은 이것을 유출한 책임을 묻는다면서 누가 유출했는지 확인도 안 됐는데 법인카드 내역을 뽑을 수 있는 사람 3명을 강제 휴직 시켰어요. 이런 수준의 경영진에게 징계의 정당성 문제를 따져봐야 받아들여지지 않을 겁니다. 법정에 가면 사측이 질 겁니다. 그런데 경영진이 힘을 가졌다는 이유로 또 구성원들을 뭉갤까봐 걱정인 거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최강욱, #MBC, #방송문화진흥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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