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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완공된 동곡지 탐방로. 하지만 부실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완공된 동곡지 탐방로. 하지만 부실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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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생태탐방로로 조성한 저수지의 목재 교량이 부실시공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사감독을 맡았던 대구 동구청이 감독은 물론 준공검사도 허술하게 했을 뿐 아니라 시공업체는 공문서를 위조해 제출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관련기사 : <4억 들인 탐방로 산책길 부실투성이 공사>).

대구 동구청 도시디자인과는 지난해 6월 동구 동내동 143번지 일원의 동곡저수지(동곡지) 생태탐방로 공사를 입찰을 통해 발주했다. 낙찰을 받은 시공업체는 대구시에서 20년 이상 관급공사를 해 온 업체로 지난해 11월 대구시 조경상 장려상까지 받은 업체였다.

탐방로 조성공사는 7월 시작해 4개월 만인 11월 준공됐고 공사금액도 입찰 당시 3억3800만 원에서 설계변경을 통해 4억1100만 원으로 늘었다. 이 중 목재교량에 대한 공사금액은 8900여만 원이 증액됐다. 목재교량의 길이가 넘고 보행폭이 늘었기 때문이다.

동구청은 공사가 진행되기 전 목재에 대한 검수를 하고 공인 인증기관에 의뢰해 시험한 시험성적서를 확인해야 했지만 감독관은 이를 무시하고 시공을 하도록 허락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설계서와 공사시방서에 따라 제대로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지만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사가 완료된 후 준공검사를 나간 공무원은 대충 눈으로 보고 준공확인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도에는 지질공사를 통해 보강을 하고 주기둥을 천공해 시공하도록 했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검사를 하지 않았다. 교량 난간의 손잡이 부분(핸드레일)의 접합부에 스테인리스 재질의 못이나 볼트를 사용하도록 했지만 일반못을 사용했는데도 확인하지 않았다.

현재 다른 구청 건설과로 옮긴 이 직원은 "외관상 문제가 없어서 세세한 부분은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공사감독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부실시공을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곡지 생태탐방로가 준공된 후 문제가 없었을 것 같았던 목재교량은 올해 4월경 핸드레일 부분에 뒤틀림 현상이 일어나고 못이 빠지는 등 문제가 불거졌다. 이 때문에 동구청 해당부서에 알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 동구 동곡지 생태탐방로 공사에 쓰인 원목의 시험성적서 날짜가 위조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원목채취연월일과 시험성적서 발급일자가 올해 4월인데도 지난해 9월로 조작됐다.
 대구시 동구 동곡지 생태탐방로 공사에 쓰인 원목의 시험성적서 날짜가 위조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원목채취연월일과 시험성적서 발급일자가 올해 4월인데도 지난해 9월로 조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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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해당 공무원들은 시공업체를 불러 보수공사를 요구했고 해당업체는 1차 보수공사를 했다. 동구청 감사실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현장을 확인한 뒤 부실공사 부분에 대해 보강을 요구했다.

당시 감사관은 자재에 대한 시험성적서 등의 서류가 미비한 것을 확인하고 서류를 요구했다. 이에 해당 공무원은 뒤늦게 시공업체에 목재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요구했고 이 업체는 자재를 구매한 업체에 시험성적서를 요구해 동구청에 전달했다.

하지만 이 서류는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1일 동구청으로부터 입수해 확인한 결과 이 서류는 올해 4월 10일 원목수입업체인 D사가 한국임업진흥원에 의뢰해 시험분석을 받은 자료였다.

D사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4월 시공업체인 H사 관계자가 급하게 연락을 해와 지난해 9월 자재가 입고될 당시의 시험성적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시험성적서가 없다고 하자 어떻게든 만들어 달라고 사정했다는 것이다.

결국 D사 관계자는 지난 4월 17일 발급받은 시험성적서 내용 중 원목 채취연월일을 2013년 9월 2일로 위조하고 시험성적서의 발급일자는 2013년 9월 27일로 바꾸어 H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H사 관계자는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임업진흥원 관계자는 "지난 4월 발급된 시험성적서가 맞다"고 확인하고 "시험성적서 발급일자가 위조된 경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류가 위조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동곡지 생태탐방로 조성공사의 일부인 목재교량 공사 주기둥이 있는 하부의 토사가 유실돼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동곡지 생태탐방로 조성공사의 일부인 목재교량 공사 주기둥이 있는 하부의 토사가 유실돼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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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곡지 목재교량이 부실시공으로 인해 핸드레일 부분이 벌어져 있다.
 동곡지 목재교량이 부실시공으로 인해 핸드레일 부분이 벌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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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사는 동구청 공사감독관에게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제출했고 공사감독관은 이를 감사관에게 제출했다. 결국 감사관은 시험성적서를 확인했지만 위조 여부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병문 동구청 감사실장은 "당시 시험성적서를 확인했지만 위조여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면서 "시험성적서 위조부분에 대해 다시 확인하겠다"고 밝히고 "공사가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재시공하도록 관련부서에 조치 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동곡지 생태탐방로 조성공사는 수준 이하의 자재와 시공사의 부실시공, 부실감독, 부실준공검사에 이어 공문서 위조까지 이어진 안전을 무시한 총체적 부실공사였다. 대구 동구청은 관계공무원들에 대한 징계절차를 논의 중이다.


태그:#동곡지, #부실공사, #허위공문서 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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