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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도 농사를 짓고, 시집(댁)도 텃밭 수준을 넘는 제법 큰 밭에 기본적인 채소들을 가꾼다. 이런지라 기본적인 채소들은 물론 마늘이나 감자, 고구마, 콩 등처럼 저장해두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들을 풍성하게 얻어먹는다.

 

농사 지어 보내주신 것이라 시중에서 사는 것보다 귀하게 여겨짐은 당연하다. 그런데 보관(저장)에 신경을 쓴다고 써도 썩어서 버리는 것들이 어느 정도는 생겨나 버리게 되어 속상하고 죄스러울 때도 많다.

 

'어떻게 하면 저마다의 재료에 맞게 제대로 보관해 썩혀 버리는 것 없이 끝까지 먹을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장아찌나 피클을 만들어 먹을까?'

 

하여 저장에 관심이 많았다. 아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물었다. 인터넷도 뒤졌다. 이렇게 얻게 된 정보들을 참고해 열심히 말리고, 장아찌나 피클 등으로 담그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늘 아쉬웠다. 며칠 신경 쓰다가 깜박하면 잘 마르다가도 썩기 일쑤요, 장아찌가 잘 됐다고 안심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곰팡이가 피거나 물러져서 버려야만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흰색의 햇양파는 수분이 많아 망에 넣어두면 속부터 물러버린다. 주황색이 돌 때까지 볕이 잘 드는 곳에서 말려야 여름 내내 먹을 수 있다.

 

-햇마늘 역시 햇양파처럼 수분이 많아 망에 넣어두면 속부터 물러버린다. 알이 굵은 것은 쪽을 나누어서 말리고 알이 작은 것은 꿰어서 말리면 된다. 부드러운 햇마늘의 껍질을 까서 곱게 갈거나 다져 지퍼백에 넣어 납작하게 얼려두면 또 다른 일 년 양념 저장식이 된다.

 

-딸기나 다래 같이 쉽게 무르는 과일은 말려두면 저장성이 높아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과일을 말리면 향긋한 과일차나 훌륭한 주전부리가 된다. 과일은 직사광선에 말리면 비타민C가 산화하므로 반그늘에서 말려야 한다.(-<열두 달 저장음식>에서)

 

이런지라 <열두 달 저장음식>(윈타임즈 펴냄)과의 만남이 반갑다. 지금은 마늘을 거의 버리지 않고 끝까지 먹고 있다. 부끄럽게도 예전에는 좀 많이 버렸었다.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하면 썩지 않는다는 것만 알았지 수분이 많아 속부터 물러버린다는 것을 모르고 망에 담아 걸어 보관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정보들이 넘쳐난다. 검색만 잘하면 공짜로 원하는 정보를 맘껏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보들 중에는 무턱대고 따라 하다간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내게 맞지 않는 정보들도 많다. '-카더라'처럼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도 많다. 여하간 그대로 따라했는데도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보를 올린 그 사람과 나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청이나 효소를 만들 때 설탕은 손질한 과일과 채소의 동량을 넣는데 아파트는 주택이나 실외보다 따뜻하므로 동량보다 많은 양의 설탕을 넣는 것이 좋다(1.2~1.5배). 마지막에 올리고당을 약간 넣어주면 설탕이 빨리 녹고 과일이나 채소가 청 밖으로 나와 부패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청이나 효소를 만들고 남은 과일이나 채소 절임은 곱게 갈아서 잼으로 활용할 수 있고 그대로 소주나 청주를 부어 2~3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과일주나 채소주를 만들 수도 있다.

 

-오래전에 꽈리고추가 많이 남아 장아찌를 만들었더니 맛이 써서 먹을 수 없었어요. 꽈리고추는 일반 고추와 달리 장(기자 주:간장)을 먹으면 쓴맛이 돌기 때문이에요. 오래 숙성하면 쓴맛이 없어지기는 하지만 식초에 담가 쓴 맛을 우린 뒤 사용하는 게 좋아요.(-<열두 달 저장음식>에서)

 

이처럼 환경이 다른만큼 찬고해야 할 것들이나 꽈리고추의 경우처럼 특히 신경써야할 것들을 일일이 알려주고 있다. 시중의 정보들 대개 장아찌로 담가 그냥 먹거나 무쳐 소개하는 정도까지만 소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좀 더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들도 소개한다.

 

그리고 제철에 풍성한 과일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저장해 다른 음식을 만들 때 소스나 양념으로 쓸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그간 해마다 만들었던 매실장아찌를 먹고 싶을 때마다 조금씩 꺼내 고추장 등으로 무쳐 먹곤 했다. 그러나 이 책에선 3개월가량 고추장에 버무려 숙성해 먹는 팁을 알려준다. 당연히 해볼 생각이다. 고추장이 깊이 배여 훨씬 감칠맛 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토마토잼]

줄만 잘 올려주면 쑥쑥 자라서 빨간 열매를 선사해주는 토마토는 봄이면 빼놓지 않고 텃밭에 심는 작물이지요. 단맛이 든 여름토마토는 잼으로 만들어 두어도 좋아요.

 

재료: 방울토마토 혹은 주황토마토 2½줌(500g, 1알 20g내외, 3컵), 설탕 1컵(200g), 레몬즙 2큰술, 통후춧가루1/4작은술, 생강즙 1큰술

 

만드는 법: ①방울토마토는 잘 씻어 꼭지를 따고 끓는 물에 데쳐 껍질을 벗긴다. ②①의 방울토마토를 2~4등분하여 설탕과 레몬즙, 통후춧가루를 뿌려 재운다. ③설탕이 녹으면 냄비에 옮겨 담고 생강즙을 뿌리고 중불로 끓인다. ④중간 중간 주걱으로 저어가며 농도가 나게 끓인다. ⑤따뜻할 때 소독한 병에 담고 뒤집어 식힌다.

 

Tip: 토마토 잼은 토마토의 색깔마다 조금씩 풍미가 다르다. 각각의 색으로 만들어 바게뜨나 통밀빵, 비스킷에 따라 먹으면 맛이 있고 홈메이드 수제용 파스타나 피자를 만들 때 사용한다. (-<열두 달 저장음식>에서)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면 처음 한동안은 맛있게 따먹다가 중간에 많이 익게 되면 어떻게 다 먹나 고민하게 된다. 나눠줄 사람도 마땅치 않으면 냉동실에 얼리는 것이 고작, 그렇게 얼린 토마토는 냉동실에서 치이기도 하다가 결국 버리곤 했다. 어머니도 그랬다. 그러면서도 심지 않으려니 허전하다며 해마다 심고 또 심으신다.

 

토마토가 몸에 좋다는 것을 잘 아는지라 가까이에 두고 많이 먹으려고 하나 먹성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보니 쉽지 않다. 그래서 소스나 주스, 잼으로 만들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막연히 미흡했던 나의 솜씨들, 다 먹지 못하고 버린 것들이 더 많을 것 같다. 이 책에 토마토잼 만드는 방법 외에 건조기를 이용하지 않고 말리는 방법과 활용법, 토마토소스와 피클 만들기다 소개되어 있어서 조만간 꼭 필요할 것이라 메모지를 붙여뒀다.

 

외에도 수박조청, 부추양파간장장아찌, 꽈리고추피클, 수박껍질피클, 매실된장박이, 꽈리고추간장장아찌, 가지간장장아찌 등, 만들어 보고 맛이 좋으면 내 것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것들이 좀 많다.

 

있는 식재료를 제대로 보관하고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식비가 훨씬 절약됨을 살림을 하는 주부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갑자기 손님이 오거나 밥맛이 없을 때 미리 만들어 두었던 장아찌가 많은 도움이 되고, 말려둔 나물들이 겨울이나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든든한 반찬이라는 것을 알리라.

 

생활환경이 많이 바뀌고 일 년 내내 싱싱한 채소들을 사먹을 수 있게 되면서 저장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돈만 주면 저장 음식들을 쉽게 사먹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살림을 하다보면 싼 맛에 많이 사게 되는 것들도 있고 다 먹지 못하고 처지는 것들도 있을 수밖에 없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철 먹을거리들이 주재료라는 것, 손쉬운 방법들이 많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 요긴할 것 같아 이 책을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열두 달 저장음식>(김영빈) | 윈타임즈 | 2014-06-10 | 19,800원 
 
 


열두 달 저장음식 - 제철 재료 그대로 말리고 절이고 삭히는

김영빈 지음, 윈타임즈(2014)


태그:#저장, #장아찌 , #피클, #염장법, #마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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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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