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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장 조지(Jean-Georges)의 홍어 요리 'Skate with Chateau Chalon Sauce'.
▲ 샤토샬롱 소스 홍어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장 조지(Jean-Georges)의 홍어 요리 'Skate with Chateau Chalon Sauce'.
ⓒ nyculture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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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욕타임스>에 흑산도 홍어(洪魚)에 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최상훈 한국 주재 기자가 쓴 기사의 제목은 "한국의 특별한 생선: 뒷간과 암모니아의 미묘한 혼합(Korea's Fish Special: A Delicate Mix of Outhouse and Ammonia)'. 홍어가 "소변기를 핥는 것 같다"는 미국인 블로거 조 맥퍼슨의 말을 인용했는데요. 저는 서양인들이 찬미하는 로크포르, 고르곤졸라 등 블루치즈에서 곰팡이가 피어있는데다가 휘발유 냄새가 같아서 피합니다.

홍어는 미국에서 쓰레기 생선(junk fish, trash fish)로 분류되어 왔습니다. 뉴잉글랜드 지역에선 홍어가 "가난한 사람들의 스캘롭(scallop, 가리비)"으로 불린다고 하지요. 사실 홍어를 동그랗게 잘라 스캘롭으로 둔갑시키는 상인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럼, 과연 홍어는 한국인들만 먹는 생선일까요? 아닙니다. 뉴욕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메뉴에도 올라있으며, 저희 집에서도 한 달에 한번 정도는 해먹는 것이 홍어입니다.

미슐랭 3스타 셰프 장 조지 봉거리첸과 '르 버나단(Le Bernadin)의 에릭 리퍼트, 마레아(Marea)로 미슐랭 2스타를 받은 마이클 화이트의 식당 '아이 피요리(Ai Fiori)'도 홍어를 메뉴에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인들도 홍어를 먹는다. 특히 프렌치 요리사들이 즐겨 사용한다. 장 조지 봉거리첸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장 조지와 옆의 자매 식당 누가틴에서도 홍어 요리를 제공한다.
▲ 레스토랑 장 조지 미국인들도 홍어를 먹는다. 특히 프렌치 요리사들이 즐겨 사용한다. 장 조지 봉거리첸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장 조지와 옆의 자매 식당 누가틴에서도 홍어 요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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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장 조지(Jean George)에 점심을 먹으러 가서 친구가 메인디쉬로 주문한 것이 홍어였습니다. 샤토 샬롱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인 요리 'Skate with Chateau Chalon Sauce'입니다. 프랑스 쥬라(Jura) 지역에서 사바냥(Savagnin) 포도로 제조한 황색 와인 샤토 샬롱을 사용하지요.

장 조지 봉거리첸의 자매 식당 누가틴(Nougatine)에도 홍어 요리 'Skate with cauliflower puree and brussel sprouts'가 올라옵니다. 장 조지가 한국계 부인 마르자 봉거리첸과 한식 다큐멘터리 '김치 크로니클(Kimchi Chronicle)'에 등장한 친한파여서 일까요?

홍어가 고급 요리가 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이들은 프랑스 요리사들이며, 뉴욕에 홍어 요리를 데뷔시킨 셰프는 바로 에릭 리퍼트입니다.

해물 전문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르 버나단'의 에릭 리퍼트가 1998년 홍어를 메뉴에 데뷔시켰다.
▲ 에릭 리퍼트의 요리책 '르 버나단' 해물 전문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르 버나단'의 에릭 리퍼트가 1998년 홍어를 메뉴에 데뷔시켰다.
ⓒ book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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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미드타운에 오픈한 '르 버나단(Le Bernardin, 프랑스식 발음은 르 베르나댕)'의 수석 요리사였던 에릭 리퍼트였습니다.

에릭 리퍼트는 홍어를 버터 대신 거위 비계로 구운 후 노릇한 양파, 아티초크(artichoke), 페널(fennel)과 비둘기새끼 브로스(squab broth)를 부어냈다고 합니다. 당시 고급 레스토랑에 홍어를 등장시키는 것은 도박이었다고 하지요

그러나 해물 요리의 귀재인 에릭 리퍼트가 내놓은 홍어는 히트작이 됐습니다. 지금 르 버나단의 메뉴에는 그 비싼 '도버 솔(Dover Sole)'과 함께 홍어(SKATE: Poached Skate; Caesar Salad "au gratin", Citrus-Mustard Emulsion)가 올라와 있습니다.

레스토랑마다 메뉴를 종종 바꾸지만, 르 버나단과 장 조지에서만 홍어 요리를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머시 태번(Gramercy Tavern)에서 요리사 톰 콜리치오(Tom Colicchio)는 'Roasted Skate with Red Cabbage, Celery Root and Black Truffle Vinaigrette'를 내놓았으며 웨스트빌리지의 '랍스터롤' 전문 펄 오이스터 바(Pearl Oyster Bar)에선 홍어 튀김과 홍어 샌드위치도 메뉴에 올랐습니다.

'모모푸쿠 제국'의 데이빗 장도 홍어 요리를 메뉴에 내놓았습니다. 모모푸쿠 누늘바에선 그의 히트작인 포크 번과 함께 홍어튀김 번(Fried skate bun)이 올라왔고요, 모모푸쿠 쌈바에서도 롱아일랜드산 홍어 요리(long island skate)를 선보였습니다.

미국에서 홍어는 메인 주에서 잘 잡히고요, 태평양, 대서양, 지중해, 북극해에서도 잡힌다고 합니다. 한국엔 칠레산 홍어가 수입되고 있다고 하지요.

생선으로 유명한 뉴욕의 고메 수퍼 시타렐라(Citarella)에서도 홍어는 인기 있는 생선입니다. 첼시 마켓의 랍스터플레이스, 유니온스퀘어 그린마켓에도 나오지요. 연어, 고등어보다 싸지요. 어떤 집은 물렁뼈를 제거해 팔기도 합니다. 그러면, 가격이 조금 올라가지요. 최근 시타렐라에 갔더니 파운드 당 $9.99였습니다. 그러나 스케이트는 스테이크처럼 뼈와 함께 조리하는 것이 더 맛있다고 합니다. *한양마트(HANYANG MART)에선 냉동홍어가 파운드당 $3.99, 프레시 홍어는 $4.99입니다.

한때 버리던 생선, 홍어가 뉴욕의 고급 수퍼 시타렐라에서 파운드 당 $9.99에 팔리고 있다. 뉴욕/뉴저지 한양마트에선 냉동 홍어가 $3.99, 프레시 홍어는 $4.99로 훨씬 저렴하다.
▲ 뉴욕 수퍼마켓 시타렐라의 홍어 한때 버리던 생선, 홍어가 뉴욕의 고급 수퍼 시타렐라에서 파운드 당 $9.99에 팔리고 있다. 뉴욕/뉴저지 한양마트에선 냉동 홍어가 $3.99, 프레시 홍어는 $4.99로 훨씬 저렴하다.
ⓒ 박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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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요리사 자크 페팽(Jacques Pepin)는 1998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사람들은 항상 홍어를 먹어왔다. 고품질의 생선이기 때문… 페팽씨는 "살이 많고, 부드러운 견과의 맛, 그러나 미국에선 버리는 생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일화도 소개했는데요, 40여 년 전 페팽씨가 다른 요리사들과 롱아일랜드로 낚시갔을 때 낚시꾼들은 소울(sole)과 스트라입드 배스(striped bass)를 제외한 모든 생선을 바다에 도로 버렸는데, 그 바스켓엔 바다송어(sea trout), 아구(monk fish), 블루 피시(blue fish)와 함께 홍어(skate)도 있었다고 합니다.

조리법 전문 사이트 에피큐리어스에 소개된 홍어 레시피를 볼까요? 미슐랭 3스타 셰프 다니엘 불루(Daniel Boulud), 아시안 퓨전의 여왕 아니타 로(Anita Lo)도 홍어 조리법이 있답니다. 독일식 슈니첼, 수프, 샐러드 조리법도 다양합니다.

홍어는 한국에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도 먹고 있습니다. 한때 쓰레기(trash) 선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보물'(treasure) 생선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2013년 제임스비어드재단상 시상식에서 인기 요리사 자크 페팽(왼쪽)씨는 프랑스에선 오래 전부터 홍어요리를 먹어왔다고 밝혔다.
▲ 자크 페팽(왼쪽)과 게스트 2013년 제임스비어드재단상 시상식에서 인기 요리사 자크 페팽(왼쪽)씨는 프랑스에선 오래 전부터 홍어요리를 먹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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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http://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TodaysPick&document_srl=3068959
에 홍어 조리법까지 상세하게 올라가 있습니다.



태그:#홍어, #미슐랭3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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