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는 저주에 걸려 야수가 됐고, 진정한 사랑만이 그를 다시 인간으로 바꿀 수 있다. 우연히 야수의 장미를 꺾게 된 한 남자. 그는 장미의 대가로 야수에게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그런 남자를 구하기 위해 남자의 착한 딸 벨이 야수의 성으로 간다.

유럽 전래동화 <미녀와 야수>의 내용이다. <사이런트 힐>의 크리스토프 갱스 감독이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화려한 영화 <미녀와 야수>(원제 : La Belle Et La Bete)를 선보인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레아 세이두가 미녀 벨로 분했고, <블랙 스완>의 뱅상 카셀이 야수를 연기했다.

컴퓨터 그래픽 아닌 직접 야수 옷 입었다...눈빛에 빨려들 듯해

 영화 <미녀와 야수> 포스터

영화 <미녀와 야수> 포스터 ⓒ (주)영화사 선


이전에도 뱀파이어, 좀비, 늑대인간 등 인간과 비인간의 초월적 사랑을 다룬 영화는 많았다. 하지만 실존하지 않는 만큼 대개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통해 비인간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크리스토프 갱스 감독은 <미녀와 야수>의 야수를 고독하면서도 화려하고 매혹적인 존재로 만들고 싶어서 뱅상 카셀을 진짜 야수로 만들었다.

뱅상 카셀은 털 한올 한올을 수작업한 의상을 입고 연기했다. 이어 그는 야수의 섬세한 표정을 구현하기 위해 별도의 촬영으로 표정을 완성했다. 클로즈업 화면에서 보인 야수의 표정은 살아있었고, 눈빛은 빨려들 듯했다. 실제로 살아 숨 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실제적인 연출은 배우를 고통스럽게 했다. 뱅상 카셀은 털이 수북한 야수 분장 탓에 촬영 중 몸무게가 10kg나 빠졌다고 한다. 그리고 뱅상 카셀을 야수의 얼굴로 만드는 데만 250명의 인력이 매달렸다고 한다.

또 다른 볼거리도 있었다. 야수는 자신의 성에 찾아온 벨에게 매일 화려한 드레스를 선물했기 때문이다. 죽음과 맞닿은 낯선 공간에서도 여자로서 예쁜 드레스에 혹하는 벨이 어리고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야수의 마음은 어땠을까?...저주 풀기 위한 구애였나, 사랑이었나

 영화 <미녀의 야수>의 레아 세이두(미녀 벨 역)

영화 <미녀의 야수>의 레아 세이두(미녀 벨 역) ⓒ (주) 영화사 선


<미녀와 야수>는 전반적으로 원작의 내용에 충실했다. 하지만 특히 '왕자가 야수가 된 이유'에 집중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사랑에는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벨의 생각에 따라 극은 전개됐다. 벨이 야수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야수의 숨겨진 아픔을 논리적으로 풀어냈다.

하지만 과연 야수가 벨을 진정 사랑했는지는 의문이었다. 야수는 자신의 성을 찾아온 벨에게 끊임없이 '당신이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다른 질문은 없었다. 그런 모습은 '인간이 되겠다'는 목적에 눈이 먼 한 마리의 짐승 같았다.

또 벨이 야수에게 끊임없이 관심의 질문을 던지는 데도 야수는 매번 '시끄럽다' '너는 말이 너무 많다'고 윽박질렀다. 야수가 벨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아버지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의 성을 찾았고, 가족을 그리워한다는 것뿐이었다.

더군다나 야수의 행동은 사랑하는 여인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홀로 지내 관계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해도 독선적이고 강압적이었다. 어찌 사랑하는 이의 목을 조르고, 자신을 보지 말라고 위협할 수 있을까. 야수가 벨에게 드레스를 선물한 것도 저주를 풀기 위해 '물질로나마 벨을 유혹하기 위한 목적이지 않을까'하는 의심도 생겼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영화 <미녀와 야수>는 좋았다. 관객을 끌고 가는 힘이 있었고, 화려한 영상미와 독특한 연출이 흡입력 있었다. 또 자극적인 내용이나 과도하게 폭력적인 장면이 없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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