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일 오전 5시 개최국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30일 간의 월드컵 대장정이 시작된다. 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첫 본선 경기를 치룰 예정이다.

각 방송사는 월드컵 체제를 갖추고 뉴스를 비롯해 저마다 경쟁력 있는 해설진을 준비했다. MBC는 2002년 월드컵 4강 주역 송종국, 안정환과 인기 MC 김성주를 KBS는 인기 아나운서 조우종과 2002년의 영웅 이영표를, SBS는 차범근과 그의 아들 차두리에, 배성재 아나운서로 진을 꾸렸다.

월드컵 다큐멘터리 또한 방송될 예정이다. KBS는 월드컵 참여 국가들과 함께 만든 <컬러스 오브 풋볼>이라는 다큐와 <대한민국 월드컵 도전사>를 방영할 예정이다. SBS는 축구 영웅 차범근의 역사와 오늘을 되짚어 보는 다큐 <두리 아빠 축구 바보, 그리고 전설>을 이미 지난 8일 방송했다. MBC 역시 지난 9일 <23인의 전사, 하나의 꿈>을 통해 이번 월드컵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 보았고, 오는 12일에 월드컵 스페셜 <Again 2002>를 방영한다.

예능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BS는 <힐링 캠프 in 브라질> 특집으로 안재욱, 김민종, 김보성, 2002년 월드컵 송을 불렀던 조수미를 초대해 함께 응원전을 펼친다. 2일 간 연속 방송하는 <SNS 원정대 일단 띄워>는 첫 여행지를 브라질로 잡아 브라질의 명소와 풍물을 즐기고자 한다. KBS는 <우리 동네 예체능> 브라질 특집을, MBC는 <무한도전>과 <아빠 어디가>를 통해 월드컵 분위기를 전한다.

이렇게 각 지상파 방송사는 월드컵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각종 특집과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전세계적인 축제기에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왠지 올해 월드컵 특집을 앞둔 분위기는 태풍이 몰려와 사람들이 철수한 해수욕장에 남아 호객 행위를 하는 장사꾼을 보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세월호 사고의 여파가 아직 우리 사회를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실종자 수색은 하루 걸러 중단되어 남아있는 가족들을 애태우고 있으며, 다른 가족들은 세월호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해 거리에 나선 상황이고, 이제 막 선원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었다. 이 사건의 궁극적 책임자 유병언은 여전히 숨바꼭질 중이다.

그런 상황이기에 이젠 우리나라의 트레이드 마크인 '거리 응원'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논란이 분분하다. 여기에 월드컵 대표팀 역시 최근 평가전에 연이어 패하며 국민적 열기에 다소 찬물을 끼얹게 됐다.

물론 우리 선수단의 선전과 상관없이 전 세계적 축제를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막 49제를 마친 세월호 사고 피해자를 두고 축제를 강요하는듯한 방송사들의 편성 방식은 어서 지난 일들을 잊어버리라는 듯이 떠미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태도도 그렇다. 마치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전 세계인들에게 우리의 그럴싸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거리의 상인들을 싹 밀어버리던 그 습관처럼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SNS 원정대 일단 띄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브라질 현지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최근 빈민 단체가 월드컵 기간 동안 시위를 중단하게다는 발표를 했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월드컵 반대 시위가 브라질 내에서 일어났었다. 국내 방송사들은 그런 브라질의 현황을 보도한 적은 없다. 거리에서 세월호 진상 규명을 외치는 세월호 유족들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는 것처럼.

잊지 않겠다고, 잊어서는 안된다고 다짐하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축제 분위기를 향해 달려든다. 잊고 싶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잊혀지는 것이 무서워지는 세상에 앞장서 얼른 잊으라 독촉하는 식이다. 그러곤 또 무슨 사건이 벌어지면 가장 절실하게 반성하는 척만 하려는가. 여전히 JTBC 뉴스의 오프닝 멘트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몇일 째입니다' 로 시작되고 있다. 아직 우리는 팡파레를 신나게 울릴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