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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장 모습
 강연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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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월) 오후 광화문 KT 1층 'olleh square'에서 있었던 강연회에 참석했다. '환경예찬'이란 주제로 환경부가 주관한 것이었다.

이상욱 교수
 이상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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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강사는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이상욱 교수였다. 이 교수는 먼저 '인간은 자연이 들려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응답해야 할 것인가?'라는 말문으로부터 '자연과 인간 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지구와 가장 닮은 행성은 화성이 아니라 금성이라고 하면서 본격적으로 지구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금성이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지구와 비슷할 것 같으나 실제 너무 다르다고 했다. 금성이 더 가깝다는 것이었다. 지구는 바닷물과 지각이 순환하지만, 금성은 물이 증발해버려 지각과 순환과정에 관여하지 못한다고 했다.

지구는 포항제철의 용광로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무거운 것은 가라앉고 가벼운 것은 위로 떠오르는 먼지 덩어리 중층구조라고 했다. 돌보다 가벼워 밖으로 나온 것이 물과 대기라는 것이었다.

지구 나이가 45억 년인데 지구상 4대 철광산들은 22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했다. 우주 이외에도 미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 같은 고등문명을 가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고등문명을 가진 생명체가 존재할 조건은 철 같은 금속과 석유 같은 석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산업혁명 이래 지난 250년 동안 우리 인간이 이런 자원들을 썼는데 앞으로 이대로 에너지를 계속 쓴다면 150년 후에는 고갈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지구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연료전지와 같은 것인데 45억 년 동안 조성된 에너지를 400년 만에 다 써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물었다.

어쩌면 인류의 생존과 번영은 우주적 사명일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인류는 지구 아니면 갈 곳도 없다고 하면서 과학기술의 역할에 대해 역설했다. 지금 석유 가격은 가져오는 것에만 가치를 매기는데 생성과정을 고려하면 현재보다 100만 배는 더 비싸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체에너지 개발의 필요성과 에너지 낭비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한 것이었다.

조홍섭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조홍섭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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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두 번째 강사인 환경전문기자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조홍섭씨가 등단했다. 조씨는 생태계에 100조 마리 미생물이 존재한다고 하면서 우리 몸의 미생물은 함께 생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은 환경에 맞춰 진화한다고 하면서 두 가지 재미있는 예를 들었다. 물속에서 사람 손이 오돌토돌 붓는 것은 물속의 고기나 조개 같은 물건을 잘 잡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또한, 사람이나 동물의 어미가 새끼를 안으면 울다가도 그친다는 것이었다. 이동하는 순간 위기가 닥친 것을 직감하고 "조용해야지"라는 생각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불어 동물로서의 인간은 상어의 식성을 가진 쥐라고 얘기했다. 닥치는 대로 먹는 상어와 번식력이 큰 쥐에 비유한 것이었다.

조씨는 '인간만을 위한 지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18세기 중반 이후 새로운 지질시대 '인류세'가 도래했다고 응답했다. 즉 지구온난화를 말하는 것이었다. 인류의 에너지 사용이 엄청나 인간은 어느덧 '에너지노예'가 돼가고 있다고 했다. 1인당 10명의 노예를 데리고 다니는 것과 같다고 했다.

원래 등산은 산을 힘들게 오르는 과정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자기체험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요즈음 등산은 소비로 변해버리면서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훼손한다는 것이었다.

태안 앞바다 석유유출 사고에 대해서 언급했다. 기름을 뒤집어쓴 채 사경을 헤매는 새의 사진이 석유소비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9일간 12,000km 논스톱 비행을 하는 '큰깃부리도요새'의 휴게소도 새만금 개발로 인해 사라졌다고 했다. 그로 인해 개체 수가 20%나 줄었다고 했다. 닭고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한동안 닭고기를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돼지와 소의 평균 수명에 대해 물었다. 모두가 자연과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동물복지에 대해 얘기하면서 인간이 좀 불편해야 한다고 했다.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도 아파하니 불필요한 고통은 주지 말자고 말했다. 1960년대 10만여 명이 모래사장에서 목욕하고 놀던 한강을 그대로 뒀다면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명소가 돼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1960년대 프랑스나 1960년대 후반 일본은 지금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30% 적었으나 문화·복지 수준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더 사람다운 문화를 발달시키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모델이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1970년대 호주 양 떼가 만들어놓은 지리산 바래봉 철쭉을 언급하며 인간과 자연의 타협을 얘기했다. 자연과 공존이 불편을 야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같은 공간에 다른 생각을 하는 상반된 예를 들었다. 자연개발 현장으로 낚시터를 조성해 낚시대회를 여는 것과 자연보호 현장으로 년간 1000억 원대 수입을 올리는 순천만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우리는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마지막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고기를 덜 섭취하십시오!" "많이 걸으십시오!"라는 두 가지를 제안했다. 그리고 '공존은 행복한 불편이다'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김용택 시인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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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이 단상에 올라왔다. 김 시인은 농사짓는 사람은 사는 게 공부고 공부가 사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배우면 여기서 써먹는다고 했다. 자연이 하는 일을 잘 배우며 늘 공부하는 삶 자체가 예술이라고 했다. 자연현상을 삶으로 연결시키는 농사짓는 사람이 곧 시인이란 것이었다.

김 시인은 "어머니는 평생 공부했습니다. 어머니 삶은 예술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머니의 자연은 내게 왔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어머니의 삶 속에서 문학의 토양을 얻었다고 얘기했다.

어머니의 "사람이 그러면 못 쓴다"라는 말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에서 곧 인본주의, 인간주의, 인문주의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김 시인은 요즘은 인간이 중요하다고 말하지 못한다고 했다. 

보일러 수리 시 뜨거운 물을 빼내 마당에 버릴 때 어머니가 "눈 감아라. 눈 감아라"를 연발하기에 김 시인은 그 이유를 물었다고 했다. 이에 어머니는 "땅속에 벌레들이 있어서"라고 응답했다는 것이었다. 여름에 나뭇가지가 시원한 바람을 방해하기 때문에 베어버렸는데 어머니는 "손 없는 날을 받아 베야지"라고 말하면서 왼쪽으로 새끼를 꼬아 나무에 매달고 "네 목숨은 건네받은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부활을 얘기했다고 했다. 이처럼 나무 하나 베고, 돌멩이 하나 버리는데도 날을 받아서 했다는 것이었다.

김 시인은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상생하고 공생하며 공동체를 이뤄 함께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강물이 죽어 가면 인간도 죽어간다. 자연을 탓할 게 아니라 인간 정신을 탓할 때이다"라고 역설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인권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환경, #동물복지, #환경부, #자연과인간,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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