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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전, 세월호 희생자가 가장 많은 지역인 안산시 단원구 일대는 6.4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서도 매우 조용했다. 와동 주택가에서 만난 주민들은 "세월호 사고가 이번 선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일 오전, 세월호 희생자가 가장 많은 지역인 안산시 단원구 일대는 6.4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서도 매우 조용했다. 와동 주택가에서 만난 주민들은 "세월호 사고가 이번 선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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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라는 축제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아직 없었다. 200여 명의 아이들을 잃은 도시. 도로마다 걸린 노란리본과 추모 현수막은 여전히 빽빽했다. 후보들이 내건 빨강·파랑의 유세 현수막들은 그 틈에서 몇 개만 펄럭일 뿐이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49일째인 지난 3일. 경기 안산시에서는 '6.4 지방선거 D-1'라는 긴박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희생된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49재'가 어느덧 찾아왔다는 이야기만이 시민들 입에 오르내렸다.

유가족과 안산 지역 학생들은 떠난 아이들을 위해 추모공원이나 사찰에서 49재 의식을 치렀다. 부모들은 "다음 생에 다시 만나자"고 인사하며 눈물 흘렸다. 하늘도 울었다. "아이들이 울고 있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49재라는 슬픔 사이에서 안산 지역 후보들은 조용히 유세를 이어갔다. 이른 오전부터 내리는 장대비를 맞으며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다"고 고개 숙였다. 간혹 눈에 띄는 유세 차량은 무음 상태로 동네를 돌아다녔다. 잠잠한 선거 분위기 속에서도 투표 열기는 느껴졌다. 억울하게 세상을 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상처받은 안산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라도, 투표소를 찾아 가겠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합동분향소] 지방선거 D-1, 안산은 '49재'

 3일 안산 지장사에서 세월호 희생자 49재가 열렸다.
 3일 안산 지장사에서 세월호 희생자 49재가 열렸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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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이날, 하늘추모공원과 지장사 등 안산 여러 곳에서는 학생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49재 행사가 열렸다.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한 지 49일째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배와 함께 바다로 가라앉은 학생 243명은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7명은 아직 바다에 있다.

안산 상록구 수암동 지장사에서는 오전 9시부터 학생 15명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의식이 치러졌다. 부모 등 유가족 40여 명은 검은 옷차림으로 제단 앞에 섰다. 함께 배에 탔다가 생존한 학생 10여 명도 친구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찾아왔다. 베이지색 교복 차림이었다. 희생 학생들이 영정사진에서 입고 있던 옷과 같았다.

이들은 제단에 술잔을 올리고 절을 한 뒤 아이들이 아끼던 옷을 태워 보냈다. 부모들은 참아온 눈물을 쏟아냈다. 생존 학생들도 고개를 숙인 채 흐느꼈다. 희생 학생들의 옷은 가마 속에서 불타 연기로 피어올랐다. 

49재를 마친 부모들은 정부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안산 화랑유원지로 모였다. 아버지들은 흡연구역에서 줄담배를 피며 오랜만에 아이를 만나고 온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날 치러질 지방선거는 화두에 오르지 않았다. 한 아버지는 "투표는 꼭 해야 한다"면서도 "오늘 이곳에서만큼은 아이 생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3일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 스크린에 띄어진 추모 메시지.
 3일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 스크린에 뜬 추모 메시지.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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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가 차려진 안산 화랑유원지는 '외딴섬'이나 다름 없었다.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현수막과 노란리본만이 공원을 둘러쌌다. 후보를 뽑아달라는 문구는 들어올 틈이 없었다. 김철민 안산시장 후보(무소속)는 오전 일찍 분향만 하고 금세 떠났다.

유가족 수송 지원을 위해 대기 중이던 한 개인택시기사는 "지금 안산에 선거란 없다"고 손사래 치며 말했다.

"여기는 아직도 상 치르는 중이야. 선거 유세차는 아예 화랑유원지 쪽 도로에 오지도 못해. 선거가 눈에 들어오겠어? 내 눈엔 다 나쁜 놈이야. 지금도 애들 생각하면 눈물만 나는데. 어휴."

49재를 맞아 분향하러 왔다는 안산 시민 한아무개씨는 "예전에는 선거 앞두고 친구들을 만나면 '누가 될 거 같냐'고 내기했는데, 올해는 '그 일' 때문에 선거는 아예 사람들 관심 밖이 돼버렸다"고 전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를 '그 일'이라고 불렀다.

한씨는 "'그 일' 때문에 우리 동네 아이들이 수백 명이나 죽게 돼 안산 사람들 모두가 상처를 입었다"며 "누가 당선되든 안산을 회복시켜주는 사람이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단원고 지역] 학생 150명 사라진 동네... "유세 잘못하면 따귀 맞아"

 3일 오전 안산 단원구 고잔동과 와동(사진)은 선거 하루 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우 조용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플랭카드는 많았지만, 선거후보자 플랭카드는 찾기 힘들었다.
 3일 오전 안산 단원구 고잔동과 와동(사진)은 선거 하루 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우 조용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플래카드는 많았지만, 선거후보자 플래카드는 찾기 힘들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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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학생들이 살던 고잔1동·와동 역시 선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곳은 세월호 사고 때문에 그야말로 '참사'를 입은 동네다. 학생 207명이 수학여행길에 올랐다가 약 150명이 숨져 돌아왔다.

4층 연립주택들이 빽빽이 들어선 동네는 인적이 드물어 스산했다. 선거기간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유세운동도 이곳에선 흔치 않은 광경이었다. 로고송과 율동은 생략됐고, 유세차량은 어쩌다 한두 번 음소거 상태로 후보자 영상을 튼 채 지나갔다. 고잔동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장아무개(59)씨는 "이 판국에 떠들고 춤을 추는 게 말이 되나, 여기선 (유세) 잘못하다간 따귀 맞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안산 고잔1동 고대병원 앞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한다'는 현수막만 30여 개 넘게 달렸다. 후보자 홍보 현수막은 단 하나도 없었다. 임시분향소가 있던 올림픽기념관까지 약 1km 이동하자, 그제야 후보 얼굴이 박힌 홍보물이 등장했다. 근처에 붙은 선거벽보에는 '아이들을 살리겠습니다',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학생과 교사 등 250여명이 넘게 숨진 단원고 앞은 6.4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애도 분위기로 가득했다. 추모 그림과 희생자들을 위한 간식거리 등이 남아있었지만 선거 관련 포스터는 없었다. 고잔동 장아무개(59)씨는 "여기서 (유세) 잘못하다간 따귀 맞는 분위기"라 말했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학생과 교사 등 250여명이 넘게 숨진 단원고 앞은 6.4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애도 분위기로 가득했다. 추모 그림과 희생자들을 위한 간식거리 등이 남아있었지만 선거 관련 포스터는 없었다. 고잔동 장아무개(59)씨는 "여기서 (유세) 잘못하다간 따귀 맞는 분위기"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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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로 학생·교사 250여 명이 숨진 단원고 앞은 '4월 16일'에 머물러 있었다. 추모편지와 그림, 희생자들을 위한 간식거리, 노란리본이 그대로 보존된 상태였다. 다른 학교 주변에 붙은 경기도교육감 후보 홍보물은 이곳에 없었다. 단원고 앞쪽 주택에 사는 김아무개(43)씨는 "유세를 해도 운동원들이 차 옆에 서 있기만 하지 시끄럽게 연설하는 건 못 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선거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대체로 투표 의사를 밝히는 편이었다. 특히 세월호 사고 수습과정에서 무능함을 보여준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다는 김아무개(58)씨는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을 심판할 것"이라 했다.

"이번에 정부가 대응하는 거 보면서 마음이 많이 바뀌었어요. 만약 아이들을 다 살려냈으면 지방선거는 여당의 압승이었을 거예요. 근데 살리기는커녕 아직 시신도 못 찾았잖아요. 당연히 책임과 관리를 제대로 못한 정부와 여당은 심판 받아야죠."

일부 주민들은 정치인에게 실망해 아예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 남성은 "여야 정치인들이 진도에 내려가서 사고 수습하는 걸 보니 둘 다 똑같더라"며 "실망이 커서 투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중앙역 번화가] 시민들 "세월호 이후 마음이 달라졌다"

 3일 안산 중앙역 유세현장
 3일 안산 중앙역 유세현장
ⓒ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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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하루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안산 지역 후보들은 이날 번화가인 중앙역 앞에서 집중 유세를 벌였다. 화려한 미사여구를 붙인 유세 멘트와 후보의 번호를 뜻하는 손짓 율동은 없었다. 지역 후보들과 선거운동원들은 역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좋은 하루 되십시오"라고 인사하며 자신을 홍보하기 바빴다. 하지만 인사를 받거나 눈길을 주는 시민은 드물었다. 역 앞은 비에 젖은 우산을 펴고 접는 사람들로 부산할 뿐이었다.

김태욱 경기도의원 후보(새누리당) 캠프의 박두현 사무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 불신이 높아진 상황에서, 시민들을 설득하고 참여를 부탁하는 게 전반적으로 어려워졌다"고 귀띔했다. 원미정 경기도의원 후보(새정치민주연합)는 "안산은 이번에 사전투표율도 굉장히 낮게 나왔다고 한다"며 "정치적 무관심이 내일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우려와 달리 시민들의 투표 의지는 뚜렷했다. 대부분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제현씨는 "세월호 때문에 선거 분위기가 침체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선거는 의무"라고 말했다. 인근 패스트푸드점에서 근무하는 강아무개(50)씨도 "원래 선거에 관심 없었는데, 세월호 이후 마음이 달라졌다"며 "꼭 투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후 9시. 반나절 동안 내리던 장대비가 그쳤다. 안산 유가족과 시민들의 눈물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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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자세히 보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A political reporter. I'm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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