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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쓴 "못 살겠다 갈아엎자!" 통합진보당 황선 강북구청장 후보의 플래카드가 거리에 걸려 있다. 김은주 강북구의원 후보는 "손으로 쓰긴 했지만 비용은 다른 플래카드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다만 좀 더 정성을 보이고 싶어서 직접 우리 손으로 플래카드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 붓으로 쓴 "못 살겠다 갈아엎자!" 통합진보당 황선 강북구청장 후보의 플래카드가 거리에 걸려 있다. 김은주 강북구의원 후보는 "손으로 쓰긴 했지만 비용은 다른 플래카드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다만 좀 더 정성을 보이고 싶어서 직접 우리 손으로 플래카드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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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선거나 마찬가지이듯 지방선거도 그야말로 '돈잔치'다. 돈 많이 가진 지방 세력가들이 출마해 당선되기에 유리한 구조다. 후보자들이 선거비용 명목으로 쓰는 돈 중 국민의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2010년 지방선거에선 선거비용 보전을 위해 3394억 원이 들었다.

선거운동을 위해 수천만~수억 원의 돈을 쓰는 모습이 '상식'인 상황에서, 100만 원으로만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통합진보당 광역·기초의원 선거 후보자들이 '100만 원 선거운동'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서울에서만 33명의 후보가 100만 원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100만 원 선거운동 동참자 중 하나인 서울 강북구의원 강북구다선거구(삼양동·송천동·삼각산동) 김은주(38·여) 후보를 만나기로 했다.

5월 29일 삼양동의 한 골목 식당 앞에서 김 후보를 만났다. 그녀는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에겐 유세용 차가 없다. 돈 많은 후보들이 으레 고용하는 '아줌마 선거운동원'도 없다. 보통 혼자 돌아다니며 선거운동을 한다. 그나마 그날은 함께 당 활동을 하는 직장인 후배가 휴가를 내고 선거운동원으로 나서 김 후보를 돕고 있었다.

100만 원 선거운동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물었다. 김 후보는 "차량 대여 안 하고, 선거운동원 고용 안 하고, 손수 홍보물 제작하고 붙이러 다니고 하니까 가능하더라"라고 뿌듯해했다. 다만 "몸은 정말 힘들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럼에도 김 후보는 100만 원 선거운동을 벌인 것에 대해 한 치의 후회도 없고 뿌듯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한편으로 이러한 운동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걸 강조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돈과 조직, 이 두 가지가 가장 필요하다고들 하죠. 제겐 돈도 없고 그들(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만큼의 조직력도 없었어요. 그럼에도 돈 중심의 정치, '돈이 없으면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깨기 위해서 나섰어요."

한편으로 의문도 들었다. 과연 끝까지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김 후보는 "어차피 필요한 데는 돈을 다 써서 충분히 공약을 지킬 수 있을 걸로 보인다"며 "다른 정당들도 우리의 선거운동 방식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제가 유세하면서 '돈 정치 안 하겠습니다! 일당 주는 선거운동원도 안 쓰겠습니다!' 그러면 다른 정당 선거운동원들은 민망해하죠. 때때로 다른 정당 선거운동원 아줌마가 '명함 한 장 주세요' 그러면서 관심을 보이기도 해요."

김 후보의 다음 이야기는 100만 원 선거운동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로 보였다.

"이 동네 구의원 후보가 쓸 수 있는 법정한도액이 4900만 원이에요. 후보 지지율이 10%가 넘으면 (선거비용의) 절반을, 15% 이상 지지를 받으면 전액을 돌려받아요. 이게 다 국민의 세금이잖아요? 세금으로 펑펑 쓰고 있는 거잖아요? 어느 서민이 2주 동안 5천만 원에 가까운 돈을 그렇게 쓸 수 있겠어요?"

"유세차 없고, 선거운동원 고용 없고, 손수 홍보물 만들고"

연설하는 김은주 후보 김은주 통합진보당 강북구의원 후보가 미아사거리역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설하는 김은주 후보 김은주 통합진보당 강북구의원 후보가 미아사거리역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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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는 두 딸아이의 엄마다. 평소 아파트에서 옆집 또래 아줌마들과 수다 떨기를 즐기는 평범한 주부였다. 그랬던 그녀가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김 후보 선거 공보물 속 편지) 때문에 지방선거 출마를 결심했다. 그리고 세월호 사고가 터진 후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를 보며 "가장 용감한 '엄마'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바꿔보고자 하는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김 후보 선거 공보물 속 편지)고 밝혔다. 100만 원 선거운동과 함께 그녀가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공약에 대해 물었다.

"저희 딸아이 하나가 곧 여섯 살이라 머지않아 초등학교를 보내야 해요. 저희 집 앞에는 유명한 사립학교가 있어요. 돈 있는 집은 거기에 자녀들을 보내죠. 그리고 (저희 집) 옆에는 대부분의 가정이 자녀들을 보내는 초등학교가 있어요. 지은 지 46년 되는 학교인데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어요. 안전등급 A~E 중에서 E는 즉시 폐쇄, D는 즉시 수리와 보수 계획을 세워야 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예산이 없단 이유로 그걸 실행에 못 옮기고 있대요. 이 문제는 구의원과 학부모회 등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 생각해요."

김 후보는 학부모 공동 육아시설인 도담어린이집의 운영위원을 지냈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로서 자녀들이 잘 지낼 수 있는 환경, 좋은 먹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체계 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녀는 "초등학교 보수 문제는 이 지역 거의 모든 주민들이 공감하는 문제"라고 했다. 김 후보는 이어 선거운동 과정에서 겪은 몇 가지 보람찬 일들을 얘기해줬다.

"한 어르신은 '우리 동네에 요새 소독을 하러 안 온다'며 민원 신청을 원하셨어요. 근데 글을 읽지 못 해서 불편을 겪으셨죠. 그래서 제가 대신 처리해드리기도 했어요. 그러자 그 어르신이 '3번 꼭 찍어줄게'라고 말씀하셨어요. 한 분은 장애아동 키우시는 어머님인데, 아이를 고등학교 졸업 후엔 어찌 키울까 고민이 많아서 제가 당 장애위원장과 통화한 후 이것저것 알려드리니 '정말 고맙다'고 하셨어요."

인터뷰가 끝난 후 김 후보의 유세활동에 잠시 동행했다. 주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정육점에서 일하던 한 아주머니는 후보자가 유세차량이나 선거운동원 없이 돌아다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김 후보는 주민들에게 "제가 후보입니다, 선거운동원이나 후보 부인 아닙니다"라고 설명했다.

"돈 정치를 바꾸겠습니다"라는 김 후보의 구호를 듣고 "니들이나 바뀌어라!"라며 거부감을 나타낸 아저씨가 눈에 띄었다. 김 후보는 "(통합진보당에 대해) '종북'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도 몇 번 만났다"며 "한 어르신은 명함 드린 걸 공중에 날려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열심히 한다면 훗날엔 알아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한 할머니는 김 후보의 방문에 두 손 잡고 "우리 딸 같애" 하며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김 후보는 그 할머니와 10분 남짓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김 후보는 4시 30분쯤 "아이를 찾으러 가야 돼요"라며 기자와 작별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구의원 후보 역할뿐 아니라 엄마의 역할 또한 병행해야 한다. 선거 때문에 바쁘지만 오전 6시에는 아이들을 돌보미 교사에게 맡기고, 저녁 5~6시엔 아이들을 데리고 와 저녁을 챙겨준다.

"돈 없으면 정치 못 한다는 생각 깨기 위해 나섰어요"

김용택 후보의 '천막 선거사무소' 김용택 통합진보당 강북구의원 후보는 길거리에 천막으로 선거사무소를 차렸다. 조금이라도 더 주민들 가까이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단 이유였다.
▲ 김용택 후보의 '천막 선거사무소' 김용택 통합진보당 강북구의원 후보는 길거리에 천막으로 선거사무소를 차렸다. 조금이라도 더 주민들 가까이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단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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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또 한 명의 100만 원 선거운동 동참자인 강북구의원 강북구라선거구(미아동·송중동·번3동) 김용택(36·남) 후보를 만났다. 김용택 후보는 같은 당의 정태흥 서울시장 후보, 황선 강북구청장 후보와 합동 유세를 벌이고 있었다. 김용택 후보는 정 후보와 황 후보가 연설하는 동안 주민들과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눴다. 그러면서 100만 원 선거운동을 알렸다. 학원 건물로 들어가던 한 초등학생이 김 후보의 발언을 듣고 놀라서 물었다.

"100만 원으로 선거를 한다고요? 요샌 다 선거 할 때 1억 원씩 돈 쓰지 않아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로 보이는데도 정치현실을 좀 아는 듯해서 놀랐다. 김용택 후보는 그 아이에게 간단히 설명해줬다. 아이는 김 후보에게 힘내시라고 인사를 건넨 뒤 학원으로 걸어 들어갔다. 김용택 후보는 자신의 '현장 선거사무소'를 보여주겠다며 기자를 차에 태웠다. 차 안에는 선거 피켓과 홍보물 제작용 물품들이 가득 있었다. 역시 기획사에 의존 안 하다 보니 이 모든 걸 스스로 관리해야 했다.

김용택 후보의 하루 일정 역시 김은주 후보와 비슷했다. 오전 7시부터 선거 일정이 시작되고, 하루 평가회의가 끝나는 자정 가까이 돼서야 마무리된다. 식사는 집에 가서 해결한다. 그는 "지금 지역정치는 강력한 양당(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을 받는 지방 세력가에게 철저히 유리한 선거다"라며 "기성 정치권이 쌓아놓은 돈의 장벽을 허무는 정치를 하고 싶다, 그래야만 주민들이 주인 되는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현장 선거사무소'에 도착했다. 길가에 쳐놓은 천막이었다. 파란 지붕의 천막엔 '통합진보당 김용택 선거사무소'라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천막 바로 옆엔 노점상 어르신들이 장사 중이었다. 김용택 후보는 차 안에 있던 의자를 꺼내 천막 안에 놓았다. "나름대로 주민 분들과 더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서 천막 사무소를 차렸다"고 했다. 그는 바로 옆에 있는 노점상 어르신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김 후보 역시 100만 원 선거운동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밝혔다. 몸이 힘든 건 둘째 문제였다.

"아무래도 혼자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 그만큼 시야를 넓게 가지지 못 하는 게 고민이에요. 좀 더 많은 시민 분들을 만나고자 해도 쉽지 않고…. 그래서 시민 분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도 커요."

김용택 후보의 표정에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래서인지 김용택 후보의 공약은 '주민 참여 활성화'에 주안점을 뒀다. 그는 "강북구엔 5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이 10여 년간 뿌리박고 있다, 이 단체들이 시민단체연대포럼 형식으로 연대회의를 결성하는 걸 고민 중"이라며 "이곳을 통해 주민들의 참여도 더 많이 이끌어내고, 주민들을 위한 정책도 함께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다. 한편 "폐지 수거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정책으로, 고물상의 사회적 기업화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파란 지붕 천막에 플래카드... "현장 선거사무소예요"

 통합진보당 정태흥 서울시장 후보(상단 오른쪽), 황선 강북구청장 후보(상단 왼쪽), 김용택 강북구의원 후보가 길거리 유세 중이다.
 통합진보당 정태흥 서울시장 후보(상단 오른쪽), 황선 강북구청장 후보(상단 왼쪽), 김용택 강북구의원 후보가 길거리 유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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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당선 가능성을 물어봤다. 김용택 후보는 자신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은주 후보가 출마한 동네에는 30~40대 학부모 층이 많이 산다, 김은주 후보는 상당한 득표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내가 출마한 동네엔 50~60대 어르신들이 많다, 이번 출마는 100만 원 선거운동을 통해 정치에 변화 가능성을 주는 데 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8시엔 지하철 미아사거리역 앞에서, 강북구 일대에서 출마한 통합진보당 후보들의 합동유세가 있었다. 유세차량 위가 아니라 작은 무대에서 진행됐다. 김용택 후보 또한 이곳에서 연설했다.

김은주·김용택 후보가 밝힌 선거비용
6월 1일 김은주 후보와 김용택 후보는 플래카드를 통해 100만 원 선거운동이 성공했음을 알렸다. 두 후보가 각각 쓴 선거비용의 총 내역은 다음과 같았다.

▲ 김은주 후보
선거공보물 : 44만7700원, 벽보 : 6만6000원, 현수막 : 12만8700원, 명함 : 3만7400원, 어깨띠 : 9165원, 앰프 : 19만 원
= 총액 : 878,965원

▲ 김용택 후보
선거공보물 : 40만4188원, 벽보 : 6만6000원, 현수막 : 12만8700원, 명함 : 1만8700원, 어깨띠 : 9165원
= 총액 : 625,753원
"'정치하는 사람은 그놈이 그놈이다'란 말들이 나옵니다. 그건 권력을 가지고 더 해먹으려는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정치는 착한 사람들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서민들의 마음을 잘 아는 서민이 해야 합니다. 전 그런 정치를 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세월호 참사 같은 사고를 다시 물려줘선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나왔습니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강북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저녁을 차려주고 돌아온 김은주 후보 또한 시민들 앞에서 연설했다.

"어떤 사람들은 '캠페인 하러 나왔냐', '선거가 장난이냐' 이런 말도 합니다. 그리고 그게(100만 원 선거운동) 가능하냐는 말도 하더라고요. 몸이 고생하니까 가능했습니다. 예쁜 공보물은 없지만 제 정성을 들인 손편지 한 장으로 가능했고요, 밤새워 공보물 3천 장, 4천 장 세어 동사무소에 나눠주니까 가능했습니다. 국민이 낸 세금인데 몸이 좀 고생스러우면 어떻습니까?"

무대 바로 앞에서 연설을 듣던 어르신 다섯 분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언제나 유세차량을 타고, 온갖 공약이 빽빽하게 적힌 홍보물과 명함을 뿌리고, 아줌마 선거운동원들을 고용하는 천편일률적인 선거운동만 봐온 내게 이들의 선거운동은 충격이었다. 그들이 혹시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100만 원 선거운동을 하면서 품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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