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4년 5월 28일 삼성본관 앞에는 1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들고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10여 일 동안 삼성본관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인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음식과 필요한 물품을 들고 찾아온 것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인정과 자살한 염호석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삼성이 질 것을 요구하며 삼성본관 앞에서 농성중이었죠. 맨 바닥에서 침낭 하나에 의지해 잠을 청하고, 길거리에서 변변한 반찬없이 식사를 했던 노동자들에게 28일 연대한마당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길에서 잠을 자야 하며, 길에서 식사를 해야 합니다. 특히 700여 명이 식사를 하다보니 하루 1000만 원이 넘는 식대를 마련하는 것, 그리고 한 끼라도 제대로 된 식사를 편히 먹는 것이 여전히 절실합니다. 연대의 손길은 28일 하루에 그쳐서는 안 되며,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합니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에서 '따뜻한 밥 한 끼'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자는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런 제안의 의미를 담아 각계 각층에서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글을 게재할 계획입니다.

우선 첫 번째 순서로 삼성전자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황유미씨의 아버지인 황상기님의 글을 싣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삼성본관 앞에서 침낭 하나에 노숙 농성 중인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 따뜻한 밥 한 끼가필요한사람들 삼성본관 앞에서 침낭 하나에 노숙 농성 중인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 삼성노동인권지킴이

관련사진보기


여러분, 부탁드립니다. 저의 하소연을 좀 들어 주십시오.

저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의 아빠 황상기입니다.

우리 유미가 간 지도 어느덧 7년이 흘렀습니다. 삼성은 7년 만에 우리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투병하고 있는 혜경이에게도, 아내를 잃은 희수씨, 남편을 잃은 애정씨, 몇 년째 병석에 누워 있는 딸을 간호하는 유영종씨 그리고 수많은 피해자들에게도 참 다행입니다. 좀 더 일찍 사과를 해주었더라면 죽어간 사람들이 덜 억울하지는 않았을 거라, 투병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외롭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유미가 아팠을 때,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삼성반도체 피해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를 비롯한 직업병 피해자가족,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소속 회원들이 2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를 위해 반올림과의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삼성전자는 직업병 피해자와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삼성반도체 피해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를 비롯한 직업병 피해자가족,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소속 회원들이 2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를 위해 반올림과의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유미를 잃고 7년 동안 많이 힘들었습니다. 국회의원도, 신문사도 찾아갔습니다. 우리 유미가 삼성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것 같다고, 유미말고도 아픈 사람 많다고. 울어도 보고, 소리도 질러봤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삼성은 7년 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곁에서 같이 싸우는 피해자 가족들, 반올림, 삼성 노동자들이 없었더라면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의 결과가 없을지 모릅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죽는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유미가 아파서 소리를 지르고, 울부짖을 때 내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유미를 보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버틸 수 있었던 건 우리 유미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야겠다는 그 생각 하나였습니다.

지금은 영화도 나오고 책도 나오고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주고 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옆에 있으니, 삼성도 우리에게 이렇게 사과를 하고 교섭을 하자고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유미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치료를 받던 중 병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백혈병에 걸려 치료를 받을 적에 그 어느 누구 하나 유미가 백혈병에 왜 걸렸는지, 치료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생각했습니다. 만약 삼성에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국회의원도, 신문사도 아무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을 때 생각했습니다. 만약 노동조합이 있었더라면 같이 싸워 주었을 거라고. 그리고 노동조합에서 회사와 교섭하여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우리 유미는 백혈병에 걸리지도 않고 죽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백혈병에 걸렸다 하여도 노동조합과 회사가 교섭하여 치료비, 생계비 보상문제 등을 원만히 해결했으리라 믿습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 자신에게 건강과 인격을 지킬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울타리입니다. 지금 싸우고 있는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법은 있는데 삼성에서 노동조합에 협조하지 않고 방해만 한다면 이것은 대기업답지 못합니다. 삼성 스스로 '사회악' 기업으로 남을 것이며 불필요한 소모적인 일만 반복될 것입니다. 결국 삼성전자의 이미지 타격만 있을 뿐입니다.

삼성서비스 노동자들을 응원해 주세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 노동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생활임금보장과 노조탄압 중단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앞서 염호석 양산센터 분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이 계기가 되어 6일 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노숙 투쟁 중이다.
▲ 상복입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 노동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생활임금보장과 노조탄압 중단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앞서 염호석 양산센터 분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이 계기가 되어 6일 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노숙 투쟁 중이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7월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든다고 했을 때 뛸 듯이 기뻤습니다. 지금이라도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니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만들고 3명이 죽었다고 합니다.

한 명은 너무 열심히 일해서 과로사로 죽었습니다. 32살의 젊은 최종범이라는 사람은 돌도 안 된 딸과 아내를 남기고 죽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염호석이라는 사람이 또 죽었다고 합니다. 노동조합을 만든 지 1년도 안되서 3명이 죽었다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염호석이라는 노동자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장례식장에 갔습니다. 울고 불고 하는 노동자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슬픔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료들이 슬퍼할 사이도 주지 않고, 경찰이 들이닥쳐 염호석의 시신을 빼앗아갔습니다. 이러면 안 된다고 염호석의 아버지를 붙잡고 이야기도 했습니다. 염호석의 아버지가 이건 아닌 것 같다고 경찰을 철수해 달라고 했지만 경찰은 그냥 막무가내로 시신을 가져갔습니다. 참으로 나쁜 나라입니다.

이렇게 사람이 죽었는데 같이 슬퍼하지는 못할 망정 시신을 빼앗아 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사람이 죽었으면 왜 죽었는지에 대해 따져보고, 같이 마음 아파하고, 슬퍼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그런 예의도 없는 것이 너무 속상합니다.

삼성에서 노동조합을 인정했더라면, 그리고 제대로 교섭을 했더라면 염호석이 죽지 않았을 겁니다. 삼성은 안으로는 반올림 암환자의 모임에는 사과하고 화해하자고 하면서 밖으로는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기만적인 일입니다. 우리에게 사과한 것처럼 삼성 노동자들에게도 동료를 잃은 아픔을 사과하고, 제대로 교섭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을 겁니다. 삼성은 지금이라도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조합에 사과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여서 사회적 기업으로,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변해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직업병 피해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지금까지 싸울 수 있었던 건 우리 곁에 함께 싸워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삼성서비스 노동자들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삼성서비스 노동자들을 지켜주세요. 함께 싸워주세요. 우리 피해자가족들이 싸웠던 7년도 너무 길었습니다. 삼성서비스 노동자들의 싸움이 더 이상 길어지지 않게, 도와주세요.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교섭도 노동조합이 없다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이란  것을. 삼성서비스 노동자들을 응원해주세요.

유미 아빠 황상기


태그:#삼성서비스, #황상기, #황유미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