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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사고 직 후, 탈출자 외에 구조자 수 0명. 이 숫자는 너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국민을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대통령의 점수는 0점이어야 합니다.
 세월호 사고 직 후, 탈출자 외에 구조자 수 0명. 이 숫자는 너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국민을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대통령의 점수는 0점이어야 합니다.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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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셨나요? 아니면 아직도 고민 중이신가요?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 민주주의의 축제라는데 독일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지방선거 풍경은 그리 보이진 않습니다.

독일 언론들은 요즘 세월호 참사에 분노한 한국 국민 3만 명이 촛불을 들고 정부를 향해 시위를 하고 있는 것과 유병언 회장에게 현상금이 걸린 것에 대한 기사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세월호에 대한 독일 언론의 보도 횟수는 확연히 줄어들고 있답니다. 다가올 브라질 월드컵 때문에 세월호에 대한 한국 언론들의 관심이 줄어들진 않을까 걱정됩니다.

지난 25일, 베를린에서는 두 가지 큰 선거가 진행됐습니다. 첫째는 독일 전역에서 실시됐던 유럽의회 선거이고, 둘째는 베를린 템펠호프 공항부지 사용 계획안에 대한 주민투표였습니다. 물론 유럽의회 선거도 중요하지만 요즘 베를린 사람들에게 템펠호프공항 주민투표는 가장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핫한 도시 베를린, 그리고 템펠호프 공항

그렇다면 템펠호프 공항이 도대체 어떤 곳이냐고요?

그곳은 '나치의 시대'와 '전쟁의 시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역사적 장소이자, 1945년에서 1994년까지 미국 군사비행장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2008년에 공항은 폐쇄되었고, 베를린 시는 새로운 단지 개발안이 결정되기 전까지 이곳을 '공원'으로써 시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합니다.

 템펠호프 공항 부지 소식을 전하고 있는 독일 <베를리너모르겐포스트>
 템펠호프 공항 부지 소식을 전하고 있는 독일 <베를리너모르겐포스트>
ⓒ 베를리너모르겐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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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ha(356만㎡)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템펠호프 공원에서 베를린 사람들은 비행기 활주로를 이용해 윈드서핑을 하기도 하고, 연을 날리기도 하고, 공연도 하고, 고기도 구워먹고, 심지어 겨울에는 눈썰매를 타기도 합니다. 한 친구는 저에게 도시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온 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템펠호프 공원으로 가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또 언젠가부터 그 곳에서 사람들은 '도시농업' 개념의 텃밭도 하나 둘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땅'을 곧 '돈'으로 생각하는 개발업자들은 베를린에도 존재했고, 베를린시 역시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주거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템펠호프 공항부지 신도시 계획안을 내놓았습니다. 이 도시 계획안에 따르면, 공항부지엔 대형주거단지와 휴식 및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원을 비롯한 도서관이 건립되기로 돼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럽에서 가장 핫한 도시로 꼽힌 베를린으로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는 추세인데다, 베를린은 최근 독일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도시이기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템펠호프 신도시계획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인근 지역의 부동산 시세가 급상승할 것이고, 그곳에 살던 가난한 이들은 점점 외곽으로 쫓겨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시민들로부터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또 계획안에 따르면, 그동안 템펠호프 공원에 자연스레 조성된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너무나도 뻔한 것이었지요.

주민투표로 '신도시 개발'이란 골리앗 이기다

이에 평소 템펠호프 공원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어떠한 부분적 개발도 반대한다면서 '템펠호퍼 100%'라는 이름의 시민단체를 조직했고, '템펠호프 부지 전체가 모든 시민들을 위해 보호 돼야 한다'는 구호로 주민투표청원운동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수많은 토론회를 개최하고 논쟁하고, 서명운동을 실시했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시의회에서 이 사안에 대해 '시민안'과 '정부안'을 두고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되던 날, 저는 솔직히 그들의 운동에 대해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싸라기 땅의 개발을 '전면무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민투표 당일 늦은 저녁, 개표 결과가 들려왔습니다.

"시민들의 성공! 64,3 %의 찬성으로 템펠호프 공원은 우리 곁에 그대로 머물게 되었습니다."

 템펠호프 공항부지 관련 주민 찬반투표 결과 소식을 전하고 있는 <베를리너모르겐포스트>
 템펠호프 공항부지 관련 주민 찬반투표 결과 소식을 전하고 있는 <베를리너모르겐포스트>
ⓒ 베를리너모르겐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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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펠호프에 모여 있던 시민들은 개표결과를 듣고 환호성을 지르며 껴안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라는 말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말입니다. 그 곳에서 만난 뮬러(Müller)씨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시민안'에 찬성할거라곤 생각 못했습니다. 고급주택단지가 아니라 내 아이와 함께 뛰어 놀 수 있는 '공원'이 있다는 것이 베를린 사람으로서 더욱 자랑스럽습니다."

그의 말을 듣자, 순간 저는 한국에선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시민'이 이기는 걸 거의 본 적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곤 '제주 강정마을'과 '밀양송전탑'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지금, 밀양시가 속해있는 경남과 제주에 출마하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과연 시민들의 요구를 얼마만큼 귀 기울여 듣고 있을까요? 그들의 내세운 공약이 정말 힘없는 다수의 시민들을 위한 것일까요?

아직도 한국의 곳곳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계신 분들이 생각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더불어 서울시 용산 미군기지가 앞으로 어떻게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마 한국처럼 대규모집회가 자주 일어나는 나라도 없을 겁니다. 이것은 한국이 '집회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여서가 아니라,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힘없는 국민들이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집회'밖에 없기 때문일 테지요. 


국민들을 억압하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정부'가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쁘고 먹고 살기가 팍팍해지는 시기에 시간을 내어 거리로 뛰쳐나와,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울고 있는 국민들을 억압으로 다스리는 공권력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덧,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때부터 꽤 오랜 시간 동안 촛불을 들고 저항해온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제는 권력의 논리로만 좌지우지되는 '가짜 민주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 새로운 직접민주주의 체계가 절실히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직접 민주주의의 3대 요소 중 하나인 '국민투표'를 통해 시민들의 생각을 관철한 이번 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포스터를 보면 선거가 보인다

한편, 베를린에서는 선거철이 되면 각 정당 별 선거홍보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한국과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일단 독일선거광고물의 양은 한국에 비하면 매우 적습니다. 가로등에 A3사이즈 정도의 피켓과 도로 중간에 놓인 나무간판대가 전부입니다. 선거유세도 그다지 요란하지 않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서울시장 후보 간 포스터 논쟁이 뜨거운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시각예술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저로서는 이런 논쟁이 그저 답답하기만 합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벽보.
 논란이 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벽보.
ⓒ 박원순선거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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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에 최첨단을 달린다는 한국은 왜 선거홍보물에 대해서는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박원순 후보의 홍보물이 충격적이다, 문제다, 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을 위해 한 가지 예를 들고자 합니다. 놀라지 마세요. 지난 2013년 독일지방선거에서의 녹색당(GRÜNE)의 선거 홍보물에는 개가 등장합니다. 또 독일 좌파당(Linke)의 홍보물에는 사진은 없고 정당의 핵심 문구만 적혀있습니다. 이러한 독일 선거 홍보물에 비하면 박원순 후보의 포스터는 평범한 수준입니다.

 독일의 선거 홍보물들
 독일의 선거 홍보물들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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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선거포스터들은 각각의 성격이 분명하기 때문에 독일어를 전혀 모른 상태로 보아도 어느 정당이 진보인지, 어느 정당이 보수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딱딱하고 지루한 홍보물보다 풍자적이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선거포스터들은 공약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선거에 좀 더 흥미를 더합니다. 또 이른바 '나치정당' NPD는 독일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정당이지만,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원칙하에 매번 선거 때마다 열심히 가로등에 포스터를 붙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기 일쑤입니다. 정부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국민에게 해로운 정당은 국민에 의해 자연스럽게 소외되기 마련입니다.

선거철을 맞아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공약들을 보니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걸었던 공약들이 생각납니다. 당선이 되면,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기자 질의응답 없이 진행됐던 지난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의 눈물이 진심이라면, 이제라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로 그 돈을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해 환원하는 것은 어떨까요.

경제발전을 목표로 뽑힌 CEO출신 대통령 이명박은 국가를 기업으로 만들어놓았고, 그의 규제완화 정책은 세월호 참사를 부르는 첫 번째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어서 경제민주화를 외쳤던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는커녕, 언론의 자유조차 억압하고 통제하고 있습니다. 제발 이번 선거만큼은 '경제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국민들을 속이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경제불황으로 선거철마다 시민들에게 겁을 주는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공포를 이용해 국민들의 위에 군림하는 법입니다.

특히 이번만큼은 교육감 선거가 중요합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어른들의 사과를 올바른 투표로 증명해야 할 때입니다. 1등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교육과는 상관없는 경제전문가 교육감보다는 경제적 차별 없이 아이들의 꿈을 지켜줄 수 있는 교육감을 뽑아주세요.

독일 친구에게 한국에 '좌파교육은 절대 안 된다'는 플래카드를 내건 교육감 후보가 있다고 말해주자 그 친구는 저에게 농담하지 말라고 하더니, '한국 학생들은 전 세계 대표 좌파교육 국가인 독일로는 공부하러 오면 안 되겠다'고 이야기하더군요.

후보님들, 독일 사람들도 웃는 코미디 같은 선거운동 하지 마시고. 정말 제대로 된 공약으로 국민들의 심판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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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공공미술가로 활동하다, 독일 베를린에서 대안적이고 확장된 공공미술의 모습을 모색하며 연구하였다. 주요관심분야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 공동체안에서의 커뮤니티적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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