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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지 세월호 참사자인 학생들에게 전하는 수원시민의 기도가 광교저수지 목책길에 걸려있다
▲ 서원지 세월호 참사자인 학생들에게 전하는 수원시민의 기도가 광교저수지 목책길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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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장안구 하광교동 광교저수지에는 지난해 조성한 목책길이 있다. 이 길은 1.9km 정도로 벚꽃이 필 철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꽃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이 목책길은 광교산 산행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길이기도 하다. 산행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목책길을 걸어 다리를 건너 후 광교저수지 수변 길을 즐겨 걷는다.

이 길은 이제 수원의 명소 중 한 곳이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걷기도 하고, 연인끼리 다정하게 걷기도 한다. 지금은 세월호 참사로 잠시 중단되었지만, 주말이면 이곳에서 거리 공연을 즐길 수도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리본 산행을 하기 위해 이 길을 걸어간 많은 사람들이 노란리본을 걸어놓았다
▲ 리본 산행을 하기 위해 이 길을 걸어간 많은 사람들이 노란리본을 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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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아픔이 주렁주렁

1.9Km 거리의 목책길 중 1.5Km 정도에 종이에 쓴 글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바로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하고자 한 사람들의 글이다. 25일 오후, 목책길 중 저수지를 낀 방향으로 길에 붙은 종이들이 바람에 날린다. 그 날림은 마치 채 피지도 못하고 저버린 젊음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사람들은 중간 중간에 노란 색 가는 천을 빼서 리본을 만들고 간다.

'엄마가 속상해 꼭 돌아와'
'울지 마 아가 엄마가 기다려'
'어른으로 정말 미안하다. 힘내자! 사랑한다.'
'얼마나 무섭니 희망을 버리지 마'
'많이 힘들지. 조금만 기다려 줄래? 꼭 다시보자 - 기적을 믿으며'
'얘들아 포기하지 마 가족들이란 따듯한 밥 먹어야지'
'울고 울고 또 울고 기다려 기다려 구해줄게 - 선생님이'

기도 광교저수지 목책길에 적은 글과 노란리본은 기적의 편지이다
▲ 기도 광교저수지 목책길에 적은 글과 노란리본은 기적의 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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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눈물이 흐른다. 모든 국민들의 마음은 한결 같은 것이다. 그 아이들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오기 때문이다. 찬 바다 속에서 얼마나 춥고 공포에 떨었을까? 그런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적어 놓은 글귀들이다.

광교저수지 목책 길에 걸린 이 서원지는 '기적의 편지 - 수원시민의 기도'이다. 글을 읽다가보니 그렇게 눈물이 흐를 수가 없다. 도대체 왜 이 어린 생명들이 이렇게 무참하게 사그라져야 한단 말인가?

서원지와 리본 저수지 목책길을 따라 시민들이 걸어놓은 서원지와 ㅇ\노란리본
▲ 서원지와 리본 저수지 목책길을 따라 시민들이 걸어놓은 서원지와 ㅇ\노란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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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이 눈물 맺힌 사연

'우리나라 미래의 희망. 미안하다. 구해내지 못해서'
'언니 오빠들 사랑해요. 힘내세요(민서)'
'사랑한다. 얘들아 아프지 말고 더 좋은 세상에 태어 나거라. 그리고 행복하길'

수천 장의 종이에 적힌 수원시민의 기도. 하지만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그 수많은 간절함도 외면해 버린 것일까?

"정말 대한민국의 어른이라는 것이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습니다. 저희도 자식들을 키우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그 아이들을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네요. 무엇이라고 변명을 할 수 있겠어요. 그저 이렇게 속 타는 마음을 종이에 적어 걸어놓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사죄를 하고 싶은 것이죠."

서원지 수많은 사람들이 1.5km의 길이에 걸어놓은 서원지의 글귀들
▲ 서원지 수많은 사람들이 1.5km의 길이에 걸어놓은 서원지의 글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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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다스릴 수 없어 노란리본을 걸었다
▲ 리본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다스릴 수 없어 노란리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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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색 리본을 매달고 있던 정수영(44, 여)씨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린 것만 같다. 함께 산행을 왔다가 이 노랑리본과 서원지를 보고, 집에 가서도 며칠 째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하는 신아무개(44, 여)씨는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공포에 떨었을까요? 그 시간이 짧거나 길거나 그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나라가 도대체 이런 재난에 누구하나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정말 제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것이 이번처럼 부끄러운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광교저수지 목책길에 나붙은 수원시민의 기도와 노란리본. 그 간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아이들은 그 차가운 바다 속에서 몸이 식어갔다. "미안하다 얘들아. 정말 미안하다." 노란리본 하나를 묶으면서 속으로 눈물을 흘려보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아이들. 하지만 이 목책길에 걸린 수많은 수원시민의 기도는 잊지 말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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