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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꿈은 과학자였다. 무언가를 만들기 좋아하던 발명반 소년은 커서 기자가 됐다. 아무도 묻지 않는 내곡동 사저 특검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질문했다가 입을 막힌 채 경호원들에게 끌려나오기도 했고, 박근혜 대선 후보에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 정면에서 질문하기도 했다. 덕분에 내동댕이도 쳐지고 청와대 경호실에서 전화도 받았다.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것, 잘못된 것이 있으면 어떻게든 바꾸려고 하죠. 그러다 보니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잘못된 것들을 바꾸려고 하게 된 것 같아요."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했던 그는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PD가 됐다가 이제는 지방선거 예비후보가 되었다. 지난 11일 신선한 선거운동으로 유명세를 탄 김상규 마포구 통합진보당 구의원 예비후보를 만나보았다.

"버려진 선거 명함들... 시민들이 얼마나 불편하고 짜증났을까"

 김상규 마포구 구의원 예비후보
 김상규 마포구 구의원 예비후보
ⓒ 김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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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SNS상에서 인간명함으로 유명세를 탔다. 어떻게 시작했나?
"예비후보 등록 후 지난 3월 31일 아침에 망원역 출구에서 첫 명함을 배포했다. 중간에 다리가 불편한 분을 부축해 드리고 다시 올라오다 보니까 계단에 명함이 수두룩하게 버려져 있더라. 충격이었다. 내가 나눠준 명함이 버려졌다는 것보다 시민들이 얼마나 불편하고 짜증났을까 말이다.

이런 방식의 선거운동은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민했다. 4월 1일 답을 찾고,근처 문구점에서 재료를 사 직접 만들었다. 즐겁게 '보는' 명함, 웃으며 '말하는' 명함, 사진으로 '찍어가는' 명함의 형태를 고안했다."

- 주민이나 다른 당 후보들 반응은 어떤가?
"우선 한 번씩은 본다. 명함 나눠줄 때는 얼굴도 안 봤는데 '이거 인간명함이에요', '제가 명함이 됐습니다'라고 말하면 웃는 분들이 많다. 내 명함을 손에 쥐어 주지 않더라도 출근길에 웃는 모습들이 좋더라. 다른 후보들도 젊다, 참신하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 인간 명함이 SNS를 타고 점점 확산되고 있다.
"애초에 혼자 쓰려고 생각한 건 아니다. 4월 2일에 처음 시도를 하고, 다음 날 바로 내 블로그에 만드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올렸다. 그날 블로그 방문자 수가 1400명이었다. 그 후로 많은 인간명함들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파악하기로도 서울, 광주, 경기도 등에 십수 명이다.

후보들이 지역 주민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는 게 좋다. 뿌듯하기도 하고. 내가 버전 1.0이라면 점점 버전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색깔도 예뻐지고, 밤에는 잘 안 보이니까 LED를 부착하겠다는 후보도 있다."

- 인간명함 이전에 시도했던 배너 피켓은 무엇인가?
"나와 통합진보당은 돈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돈 없는 사람이 출마했으니 돈이 안 드는 선거를 하려고 한다. 선거운동원도 없으니 나 혼자라도 많이 알려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내 머리 위에서 무언가가 '저기서 누군가 무엇을 하고 있구나'하는 걸 전달하게 하고 싶었다. 시중의 엑스배너를 응용해 가방에 메서 머리 위에 떠 있는 배너 피켓을 제작했다. 그 결과 손이 자유로워졌다. 내 의도를 알리면서 동시에 명함을 나눠주거나 수첩에 적을 수 있다. 또한 피켓은 전방 5m 앞 정도의 사람들만 볼 수 있는데 이것은 20m 밖에서도 볼 수 있는 엄청난 효과가 있다."

 김상규 후보가 고안한 배너피켓
 김상규 후보가 고안한 배너피켓
ⓒ 김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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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카메라와 수첩 들고 다녀... '듣는 후보는 처음 봤다' 반응"

-항상 들고 다니는 카메라로는 뭘 찍나?
"구의원 후보로서 직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투표 당일 날 통합진보당 후보인 내 이름이 투표용지에 안 올라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부에서 정당해산을 신청해 놓은 상황이지 않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을 기회조차 갖기 이전에 정당이 해산 당하고 후보 자격조차 박탈 당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놔야겠다고 생각했다. 항상 한쪽 주머니엔 카메라, 다른 쪽엔 수첩을 넣고 다닌다. 그리고 한 손엔 명함, 다른 손엔 인간 명함을 든다. 시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양해를 구하고 촬영을 한다. 마포구에 필요한 것, 후보들에게 하고 싶은 말, 민주주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마포 주민의 삶과 그들이 바라는 정치를 기록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이런 얘기를 하신다. '와서 이야기를 듣는 후보는 처음 봤다', '바로 전에 왔던 후보는 자기 이야기만 하다가 갔다'고. 후보와 대화를 해 본 게 처음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

- 그럼 기억에 남는 주민이나 에피소드는?
"만약에 내가 후보로 나오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사람들을 알게 된 게 가장 큰 소중함이다. 얼굴 명함을 들고 선거 운동을 하다가 비슷한 또래의 음악하는 청년을 알게 되었다. 나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니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같이 음악 작업을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우리 할머니가 오랫동안 생선 장사를 했는데 알고 보니 망원시장에 계신 할머니와 아는 사이이더라'. 그리고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 선거운동 하려면 발에 불이 나게 뛰어다녀야 하니 구두 말고 운동화 신어라'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또 월급이 50만~60만 원인데 의료비로 10만 원을 냈다는 재일교포들도 만났다. 이런 분들이 나중에 다시 만나면 "진보당 후보!"하며 먼저 인사해 주신다.

주민들에게 망원1동이 어둡다는 민원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직접 두 시간 동안 촬영하며 주변을 돌았다. '당선 되고 나서 바꾸겠다.' 기존의 많은 정치인들이 그랬던 것 같다. 그러면 당선 안 되면 안 바꿀 건가? 내가 조금만 발품을 팔면 지금도 개선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구청에 민원을 넣으려니 가로등이 고장 나거나 없는 위치를 정확히 모르겠더라. 카메라로 장소를 확인해서 구청에 민원을 넣을 때 보여주고 싶었다. 전반적으로 동네가 어두운 건 사실이었지만 정확히 가로등 사이가 너무 멀다든지 깜깜해서 사람 구분이 안 되는 곳은 아직 찾지 못했다. 이후에 좀 더 확인해서 민원을 넣어 해결하려 한다."

 김상규 후보의 수첩
 김상규 후보의 수첩
ⓒ 김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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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의원에 당선된다면 작품 활동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일과 의회활동을 병행할 것이다. 특히나 나의 일은 사회를 바꾸는 것과 맞닿아 있다. 다큐멘터리는 진실을 추구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의회활동을 하면서도 카메라는 항상 가지고 다닐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의회 안에서의 부조리에 대해서도 파헤치고 싶다."

- 앞으로의 선거운동 계획은?
"계속 새롭고 또 새로워져야 한다. 인간명함도 이미 2주가 지났다. 주민들이 즐기고 재미있어하는 선거운동을 하고 싶다. 이후에도 참신한 어깨띠라든지 엑스배너를 보완하는 계획들을 가지고 있다."

- 선거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는 동력과 희망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은 많은 분들이 자포자기하는 심정이라고 본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국정원장뿐만 아니라 대통령까지도 책임을 져야 하는 심각한 사건인데 제1야당조차도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야당답게 비판하고 싸워야 할 건 싸워야 한다. 국민들 안에서 '이런 사람들과 함께 라면 민주주의를 되돌려 놓을 수 있겠구나'하는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그것을 키울 자양분을 얻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그 과정에서 정치를 대하는 국민들의 의식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결국 선거는 국민들 세금으로 치르는데 돈을 안 쓰면 당선이 어려운 구조이다. 국민들에게 또 다른 정치 개혁을 보여드리고 싶다. 공탁금 빼고 100만 원 수준에서 선거운동을 할 계획이다. 인간명함은 만 원 밖에 안 들었다. 돈 없는 사람도 누구나 후보로 참여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기존 정치권도 이런 도전에 대해 긴장하도록 하고 싶고…. 그래서 꾸준히 선거 운동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나는 생활과 사회, 정치를 바꾸기 위해 내 삶 속에서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라 생각한다. 이 변화를 위한 노력은 이후에도 계속 될 것이다. 마포구 주민들은 지금은 날 후보로서 보고, 당선이 된다면 파격적이고 젊은 구의원 김상규로 볼 거고, 당선이 안 된다 하더라도 지역에서 할 말을 하며 변화를 꾀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김상규로 보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당선은 이차적 목표이다. 왜냐?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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