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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 제원은 날개 폭 1.92m, 동체길이 1.43m, 높이 55.7㎝, 중량 15㎏(연료 완충시)이며, 하늘색 바탕에 흰구름 문양 도색되어 있다.
 지난 3월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 제원은 날개 폭 1.92m, 동체길이 1.43m, 높이 55.7㎝, 중량 15㎏(연료 완충시)이며, 하늘색 바탕에 흰구름 문양 도색되어 있다.
ⓒ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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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연구실에서 만든 무인기로 몇 년 전에 독도를 찍고 왔다."

최근 파주와 백령도 등에서 잇따라 발견된 '북한제 추정 무인기(무인항공기)'에 대한 민간 항공 전문가의 냉정한 평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스마트 무인기 개발사업단장을 맡았던 김재무 박사는 9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과학아카데미에서 최근 관심사로 떠오른 무인항공기 현황을 발표했다.

김 박사는 이날 "국내 무인기 기술은 미국, 일본, 이스라엘 등과 함께 1군에 속하는 반면 북한은 등외"라면서도 "모형 항공기처럼 아무리 하찮은 것도 테러리스트 손에 들어가면 무기될 수 있다"면서 경계했다.

"추락 무인기, 2008년 독도 촬영 무인기와 비슷한 수준"

우선 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추락 무인기 기술력에 대해선 지난 2008년 4월 20일 충남대 연구팀이 독도 촬영에 성공한 무인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당시 충남대 전기공학과 무인항공기팀인 에어게이트와 충남대 창업벤처인 NES는 자체 제작한 무인항공기 '아리스 스톰'을 경북 울진에서 이륙시켜 약 220km 떨어진 독도를 촬영한 뒤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당시 민간 무인항공기로 왕복 400km가 넘는 초장거리를 비행한 것은 국내 처음이었다. 날개 길이 2.9m에 무게는 11kg으로,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날개 길이 1.92m, 무게 15㎏)나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날개 길이 2.45m, 무게 12.7kg)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관련기사: 충남대 무인항공기, 독도 촬영 성공 )

김 박사는 "정상적인 무인기는 이륙한 뒤 통신을 통해 추적하고 명령하고 사진과 영상을 전송받는데 이번 건(추락 무인기) 이륙해서 GPS로 특정 지점을 찍고 오라고 프로그래밍한 것으로 그쪽에서 추적할 필요도 없고 비행만 하고 돌아오는 것"이라면서 "통신 거리가 200km 정도인데 그 안에서 보내고 돌아오는 건 이미 대학교 연구실에서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충남대 전기공학과 무인항공기팀 에어게이트.
 충남대 전기공학과 무인항공기팀 에어게이트.
ⓒ 충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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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 군은 1990년대 군단급 저고도 무인정찰기인 '송골매'를 개발해 2002년부터 배치했다. '군단급'이란 군단 작전 영역을 모두 커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대한항공에선 이보다 크기가 작은 근접 감시용 사단급 무인기도 개발하고 있다. 더불어 보다 높은 고도에서 장기 체공이 가능한 중고도 무인기도 개발중이다.  

김 박사는 현재 국내 무인기의 성능을 묻는 질문에 "무인기는 통신 거리에 따라 작전 반경이 정해지는데 필요한 임무가 있으면 중개소나 비행기, 위성을 활용해 전파거리를 늘릴 수 있다"면서 "대학도 200km를 갔다 왔는데 필요하다면 뭘 못 하겠나"라고 밝혔다.

아직 군용에 비해 비중은 작지만 민간용 무인기 개발도 활발하다. 항우연도 세계 두 번째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틸트로터형 스마트 무인기를 개발했고 현재 대한항공을 통해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스마트 무인기는 조종사가 지상에서 조종하는 방식으로 헬기처럼 이륙한 뒤에는 비행기 모드로 변신해 최고 속도가 500km/h에 이른다.

"한국 무인기 기술 수준, 미국·유럽과 1군 속해... 북한은 등외"

8일 오전 경기도 양주군에 위치한 제 140정보대대 공중정찰중대에서 한국형 육군 무인기 송골매의 비행훈련이 열렸다. 관계자들이 송골매의 비행에 앞서 비행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 비행훈련을 하는 송골매는 전장5m, 폭 6.5m로 속도는 시속150km/h, 작전반경 100km, 체공시간은 4~5시간이며, 주야간 일체형 자동추적기능을 갖춘 감지기를 탑재한것이 특징이다.
▲ 육군 무인항공기 '송골매' 공개 8일 오전 경기도 양주군에 위치한 제 140정보대대 공중정찰중대에서 한국형 육군 무인기 송골매의 비행훈련이 열렸다. 관계자들이 송골매의 비행에 앞서 비행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 비행훈련을 하는 송골매는 전장5m, 폭 6.5m로 속도는 시속150km/h, 작전반경 100km, 체공시간은 4~5시간이며, 주야간 일체형 자동추적기능을 갖춘 감지기를 탑재한것이 특징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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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트 앤 설리반'이란 글로벌 컨설팅 업체는 지난 2009년 각국 무인기 기술을 3단계로 평가하면서 한국을 미국, 영국, 독일, 이스라엘, 일본 등과 함께 1군으로 분류했다. '최상의 기술 구현 능력을 갖췄고 신속한 신기술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반면 중국, 인도, 대만 등은 2군에 인도네시아, 태국 등은 3군으로 분류했다.

김 박사는 "북한의 무인기 기술이 외국에 알려지지 않은 탓에 '등외'"라면서도 "북한 기술은 중국이나 러시아 영향을 많이 받았을 텐데 중국도 2군이고 러시아도 활발하지 않아, 이들보다 앞서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경우 무인 정찰기를 넘어 이미 무인 전투기까지 개발하는 단계다. 문제는 이처럼 최첨단 기술이 아니라도 사용하기에 따라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

김 박사는 "지난 2004년 11월 아랍계 테러 단체가 모형 항공기에 40~50kg짜리 폭탄을 실어 이스라엘에 침투한 사례가 있다"면서 "테러리스트 손에 들어가면 하찮은 것도 무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외국에선 모형 항공기를 개조한 테러용 무인기 사용도 늘고 있다. 방공망 레이더가 새와 모형 항공기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김 박사는 "미국, 러시아, 인도 등도 현재 방공시스템으로 무인기를 구별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우리가 무인기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잘 개발하면 국내 안보와 해외 시장 개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방부가 최근 북한 무인기 위협에 맞서 저고도 레이더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에 반대 여론도 일고 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9일 논평에서 "낮은 수준의 무인기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막대한 금액의 국방 예산을 쏟아 부어 그것도 산악이 많은 한국 지형 특성상 한계를 가진다는 첨단 저고도 레이더를 해외 구매하겠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미봉책"이라고 "북한 무인기 위협을 해소하는 근본적 대책은 바로 상호 불신을 해소하고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태그:#무인기, #무인항공기, #항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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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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