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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익 전 철도노조 위원장과 철도노조 조합원인 유치상씨가 강제전보에 항의하며 9일 오전 서울 수색역 철탑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왼쪽이 이영익 전 위원장.
 이영익 전 철도노조 위원장과 철도노조 조합원인 유치상씨가 강제전보에 항의하며 9일 오전 서울 수색역 철탑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왼쪽이 이영익 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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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20년 넘게 무궁화호, 새마을호 열차, 화물열차만 점검해왔어요. 그런데 갑자기 다른 곳으로 가라니요. 타 지역으로 가면 그동안 쌓아온 기술은 아무 것도 아닌 게 돼 버려요."

한국철도공사(아래 코레일) 서울차량사무소 소속 차량정비원인 이영익(52) 전 철도노조 위원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9일 오전 현재, 그가 있는 곳은 서울 은평구 경의선 수색역 내 45m 철탑 위. 코레일의 순환전보 강행에 항의하며 동료 유치상(53)씨와 함께 철탑농성에 돌입했다.

앞서 코레일은 지역 인력불균형 해소를 이유로 지난 7일 직원 726명을 상대로 순환전보 및 정기 인사교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직원들과 여러 차례 면담을 가지며 최대한 개인 사정을 배려해 결정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반면, 철도노조는 회사가 전보 대상자들의 동의 없이 강제로 전출을 진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수년간 한 곳에서 기술 쌓았는데... "일 새로 배워야"

이영익 전 철도노조 위원장과 철도노조 조합원인 유치상씨가 강제전출에 항의하며 9일 오전 서울 수색역 철탑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영익 전 철도노조 위원장과 철도노조 조합원인 유치상씨가 강제전출에 항의하며 9일 오전 서울 수색역 철탑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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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에 '단 한 명도 못 보낸다, 강제전출 철회'라고 적힌 펼침막을 내걸고 오전 5시부터 농성을 시작한 이 전 위원장은 전보 대상자다. 그는 이번 순환전보가 두렵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과 전혀 다른 업무를 맡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전 위원장은 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다른 지역사무소로 가게 되면 그동안 다뤄본 적 없는 KTX 같은 전동열차를 점검하게 될 수도 있다"며 "이 나이 돼서 오랫동안 쌓아온 기술을 놔두고 새로운 업무를 배우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강제 전출 대상자로 거론되던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마산신호제어사업소 직원이 지난 3일 목숨을 끊은 사건을 두고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 위원장은 "장기간 쌓아온 기술을 놓고 다른 지역으로 가면 일도 새로 배워야 하고 사람도 다시 사귀어야 한다"며 "그만큼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원 불균형 해소를 위한 조치라는 회사의 입장을 두고도 그는 쓴소리를 했다.

"인력이 많은 사무소에서 사람을 빼서 부족한 곳으로 보낸다는 건데, 제가 소속된 서울차량사업소도만 해도 현장 인력이 부족합니다. 차량정비원이 부족해서 정기검수를 제 때 못한 차가 86%나 돼요."

철도노조 "파업 보복성 조치"... 단식농성 돌입

철도노조는 코레일이 지난 파업에 대한 보복으로 순환전보를 강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 역시 "실제로 이번 전보 대상자인 기관사와 차량정비직 대부분은 철도노조 소속"이라면서 노조 주장에 동의했다. "이전에는 희망자에 한해 상담 등을 거쳐 소수로만 전보를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수백 명 단위로 전보가 결정돼 미심쩍다"고도 덧붙였다.

이 전 위원장은 회사가 강제전출을 중단할 때까지 철탑에서 내려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노사가 신의 성실의 원칙을 가지고 교섭을 진행해 희망자만 다른 사무소로 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면서 "정말 인력이 부족하다면 청년실업 해소 차원에서 신규 직원을 채용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철도노조 역시 순환전보 강행을 하루 앞두고 9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코레일은 비인간적인 강제전출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면서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태그:#철도노조, #코레일, #이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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