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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8일 오전 경기도 양주군에 위치한 제 140정보대대 공중정찰중대에서 한국형 육군 무인기 송골매의 비행훈련이 열렸다. 관계자들이 송골매의 비행에 앞서 비행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 비행훈련을 하는 송골매는 전장5m, 폭 6.5m로 속도는 시속150km/h, 작전반경 100km, 체공시간은 4~5시간이며, 주야간 일체형 자동추적기능을 갖춘 감지기를 탑재한것이 특징이다.
▲ 육군 무인항공기 '송골매' 공개 8일 오전 경기도 양주군에 위치한 제 140정보대대 공중정찰중대에서 한국형 육군 무인기 송골매의 비행훈련이 열렸다. 관계자들이 송골매의 비행에 앞서 비행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 비행훈련을 하는 송골매는 전장5m, 폭 6.5m로 속도는 시속150km/h, 작전반경 100km, 체공시간은 4~5시간이며, 주야간 일체형 자동추적기능을 갖춘 감지기를 탑재한것이 특징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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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언론사 전화 중 압도적인 질문이 "북한의 무인기가 위협이냐, 아니냐"는 것입니다. 여기에 "위협이 아니다"라고 답변할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국방부가 "북한 무인기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한 것도 동어반복입니다. 이렇게 따지면 북한의 다 망가진 고물 전차 하나, 심지어 몽둥이 하나도 위협이라면 위협입니다. 군사적 관점에서는 북한에 존재하는 모든 것, 즉 영토, 자원, 인구 등 모든 게 위협 아닌가요?

정확한 질문이라면 "다른 기존의 위협, 예컨대 대포나 미사일과 비교하여 무인기는 얼마나 위협적인가?"라고 질문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이것이 대비해야 할 사안인지, 얼마나 급하고 중요한 것인지가 평가됩니다. 여러 위협을 비교하여 그 상대적인 가치를 평가하고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게 국방정책인데, 어찌된 일인지 이 질문은 생략됩니다. 왜 그럴까요? 공포를 조장하는 여론이 합리적인 국방정책을 잠식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다음 달에 북한이 시한폭탄으로 사용될 수 있는 풍선을 수 백 개 남한에 날려 보낸다면? 아니면 전자파 교란 장치를 실은 기구를 띄워 보낸다면? 이제는 풍선 요격 부대가 창설되어야 하고, 전 국토에 전자파 차단 시설을 지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한국의 국방정책을 흔들어댈 수단이 북한에는 무한대로 있습니다. 왜? 날아오는 모든 것이 위협이기 때문입니다.

군사평론가인 김종대 <디펜스 21 플러스> 편집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입니다. 이 글에는 북한이 보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발견된 이후 언론의 취재 공세에 시달린 그의 답답함과 고단함이 묻어 있습니다. 사실 기자도 김 편집장을 괴롭힌 일인입니다.

파주와 백령도,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로 우리 사회는 "20~30kg의 폭약을 싣고" 언제라도 은밀히 날아들 무인기 공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안보의 허점을 드러낸 후 언제나 그렇듯이 군 당국의 발걸음도 바빠졌습니다. 기존 방공망으로는 2m 이하의 작은 비행물체를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소형 무인기까지 잡아낼 수 있는 저고도 탐지 레이더와 한 발 당 1000~1700달러에 이르는 독일제 대공포 시스템까지 구매목록에 오릅니다.

무인기 대당 천만 원, 탐색 레이더 대당 10억 원

2012년 10월 18일 서해 최북단 연평도 연평부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부대 내 포병중대에서 K-9 자주포를 둘러보며 장병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2012년 10월 18일 서해 최북단 연평도 연평부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부대 내 포병중대에서 K-9 자주포를 둘러보며 장병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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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방식의 대응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에는 북한의 포탄이 떨어졌습니다. 휴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토에 북한이 가한 포격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응방식입니다.

"서해 5도와 같은 취약지는 국지전과 비대칭 전력에 대비해 세계 최고의 (군) 장비를 갖춰 철저하게 대응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포격 도발 직후 K-9자주포와 MLRS 등이 추가 배치되었습니다. 백령도 같은 섬에 고부가가치 장비를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유사시 북한의 표적만 늘릴 뿐 군사적 합리성에 맞지 않는 일이란 비판이 설 자리는 아무데도 없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연평도 포격 직후 국회 국방위원회가 의결한 2011년도 국방예산 안에는 당초 정부 안에서 빠졌던 ▲ 공군 차세대 전투기 F-15K의 2차 사업 예산(2000억 원) ▲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예산(767억 원) ▲ KF-16 전투기 성능개량 예산(303억 원) 등이 추가됐고, ▲ K-9 자주포 추가도입(866억 원) ▲ 스웨덴제 신형 대(對)포병레이더 '아처'(371억 원) ▲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적외선 등의 유도를 받아 해안포 등이 설치된 동굴·갱도를 정밀 타격하는 소형 중거리 유도폭탄과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미사일(130억 원) 추가·신규 구매비용도 포함되었습니다.

북한은 잘 쳐줘도 한 발당 가격이 결코 수십만 원이 넘지 않았을 방사포탄 170여 발을 쏴 우리 정부에 수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추가 지출하게 한 셈입니다. 북한이 이런 '수지맞는 장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외형적으로 드러난 군사력 차이에 승자와 패자가 갈리던 고전적 전쟁과 전혀 다른 '비대칭전' 양상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세기 프랑스와 미국을 무릎 꿇린 알제리 전쟁과 베트남전,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대 테러 전쟁을 살펴보면 월등한 경제 규모와 첨단 무기체계를 가진 강대국이라고 해서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적의 군사력을 파괴하거나 무력화시키는 것이 중요했던 과거의 전쟁과 달리 현대전이 상대방의 정치적 의지를 약화시키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수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적으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전략 목표는 결코 달성할 수 없으며 얻는 것에 비해 훨씬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것이 현대전에서는 중요해졌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의 군사학자 토마스 함메스는 이런 특성이 있는 현대전을 일컬어 '4세대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재래식 군사력의 우위나 기술 수준의 차이 등은 전쟁의 승패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또한 4세대 전쟁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북한의 새로운 위협이 제기될 때마다 고가의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대처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북한의 무인기 위협이 제기되자 군 일각에서는 저고도 탐색 레이더를 외국에서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저고도 탐색 레이더는 작은 물체까지 잡아낼 수 있는 반면 탐지 거리는 기존 레이더에 비해 상당히 짧습니다. 후보군에 들어가 있는 이스라엘제 라다의 탐지거리는 10km, 영국제 플렉스텍은 2km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탐지 공백을 없애려면 당연히 촘촘하게 설치할 수밖에 없는데 전문가들은 수도권 방어를 위해서만 최소 170여 대의 저고도 레이더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당 가격이 라다는 10억 원 대, 플렉스텍은 2억 원 대 이니 아마도 레이더 구입에만 최소 2천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듯합니다.

논란은 있지만 대체로 국내 모형 비행기 동호인들은 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 제작비용을 대당 천 만 원 미만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조악하다는 의미입니다.

8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실질적으로 이번에 발견된 북한 소형무인기가 그렇게 군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격기로 활용된다손 치더라도 겨우 2~3㎏ 정도의 TNT를 실어서 갈 수 있는데, 그 정도 자폭 기능 가지고 큰 해는 끼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3천만 원 미만 비용으로 한국 사회 혼란에 빠뜨린 북한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
ⓒ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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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들이 북한에서 날려 보낸 것이 맞는다면, 북한은 3천만 원 미만의 비용으로 한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셈입니다.

물론 앞으로 기술 발전에 따라 무인기가 실질적 위협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무인기 공포는 과장된 측면이 강한 듯합니다. 안보 위협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겠지만 반대로 위협을 부풀리는 것 또한 올바른 대비책을 찾는데 방해가 될 뿐입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몇 년 전까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근처에는 '동학과학'이라는 RC(무선조종) 전문점이 있었습니다. 이곳 사장님은 1950년대 미 8군 하비클럽 시절부터 무선조종 모형기를 다뤄 오신 분이었는데요, 어느 날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70년대, 80년대까지만 해도 대통령 경호실에서 RC 장사를 못하게 한 일도 있었어요, 혹시라도 무선조종 비행기에 폭탄을 달아서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게 그 분들 얘기였습니다, 대통령 행사가 있는 날이면 아예 가게 문을 열지 못하게 한 적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무인기 공포가 사실은 30년 전 바로 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이 조악한 무인기들이 본래의 정찰 목적보다도 비대칭 무기로서의 위력을 극대화 하고 있습니다.

"북,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내는 비대칭 전략 꾸준히 수립"

이와 관련, 지난 3일 민간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연구위원이 발표한 '무인항공기로 본 북한의 도발의도'라는 보고서는 우리가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해 볼 만 합니다.

고 위원은 보고서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활약한 미국 무인항공기의 오랜 체공시간, 인공위성을 통한 원거리 비행조정, 고도로 발달된 센서와 사격통제 체제는 이제 인간 대신 로봇이 전쟁을 수행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주었지만 파주와 백령도에서 발견된 비행체들은 무인항공기라고 부르기가 무안할 정도로 허술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들은 민간인들도 많지 않은 비용을 들여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기술 수준이며, 안에 포함된 정찰 장치도 군사용에 특화되었다기보다 민간 카메라를 개조한 것으로 밤이나 구름이 낀 날씨에는 무용지물인 매우 초보적인 것이라는 게 고 위원의 평가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무인항공기 발견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된 점은 북한의 뒤떨어진 기술력이 아니라 북한은 '매우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비대칭 전략을 꾸준히 수립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의 강점에 동등하게 대응하기보다는, 우리가 쉽게 대응하지 못하는 약점들을 면밀하게 파악해 최저 비용으로 과감하게 파고드는 전략을 북한은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 고 위원의 분석입니다.


태그:#무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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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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