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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로 가는 벚꽃길. 천봉산 계곡을 따라 왕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벚나무 아래로 나무데크가 놓여 있다.
 대원사로 가는 벚꽃길. 천봉산 계곡을 따라 왕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벚나무 아래로 나무데크가 놓여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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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살랑살랑 유혹한다. 휴일인데 집에서 뒹굴지만 말고 밖으로 나오라고…. 유혹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 못 이기는 척 집을 나섰다. 지난 6일이다. 어디로 갈까? 흐드러진 벚꽃도 보고 절집 여행도 겸할 수 있는 곳을 그려본다.

보성 대원사로 간다. '녹차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보성이지만 이맘 때는 대원사가 가장 아름다워서다. 차를 타고 주암호반을 지난다. 호반도로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연이틀 불어 닥친 꽃샘바람에 꽃잎이 많이 떨어진 줄 알았는데, 아직 아니다.

도심의 벚꽃과 달리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산자락에 연분홍 진달래도 여기저기 피어 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광이 멋스럽다. 차창을 내려 봄바람을 호흡한다. 주암호의 끝자락이 바닥을 드러내 황량하다. 덕분에 물에 잠겼던 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풍경에 가슴 한켠이 울먹해진다.

대원사로 가는 길에 활짝 피어있는 벚꽃. 그 꽃길에서 연인이 셀카를 찍고 있다.
 대원사로 가는 길에 활짝 피어있는 벚꽃. 그 꽃길에서 연인이 셀카를 찍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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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 벚꽃길에서 꽃순이가 된 큰아이 슬비. 오랜만에 동행한 아이들이 셀카를 찍으며 봄날 벚꽃여행을 즐겼다.
 대원사 벚꽃길에서 꽃순이가 된 큰아이 슬비. 오랜만에 동행한 아이들이 셀카를 찍으며 봄날 벚꽃여행을 즐겼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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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암호 풍광은 여전히 아름답다. 사철 빛깔을 달리하는 호수도 매력적이다. 시간에 따라, 태양의 각도에 따라 변하는 정취도 사뭇 다르다. 봄날의 상쾌함을 두 배로 맛볼 수 있다. 집을 나서길 잘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주암호반에 자리한 대원사의 왕벚나무 꽃 터널도 환상적이다. 천봉산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와 어우러져 멋스럽다. 봄날 대지의 기운을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느슨해진 생활을 부여잡고 삶의 의욕을 다시 충전하기에 그만이다.

벚꽃터널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휴일인 탓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리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백민미술관에 차를 세워두고 벚꽃터널을 타박타박 걷는다. 오랜만에 동행한 아이들도 좋아한다. 꽃길을 걸으며 연신 셀카를 찍으며 즐거워한다.

대원사 경내. 화려하고 웅장하기 보다 소박한 느낌을 주는 독특한 절집이다.
 대원사 경내. 화려하고 웅장하기 보다 소박한 느낌을 주는 독특한 절집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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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의 부모공덕불. 가슴이 타버린 부모의 마음을 표현한 부처상이다.
 대원사의 부모공덕불. 가슴이 타버린 부모의 마음을 표현한 부처상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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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 벚꽃터널은 꽤나 길다. 주암호반 도로에서 절집까지 10리가 넘는다. 6㎞에 이른다. 벚꽃이 활짝 피었고 꽃터널도 황홀하다. 도로를 따라 나무 데크가 놓여 있어 걷기에도 괜찮다. 벚꽃으로 유명한 지리산 쌍계사나 영암 구림마을에 비하면 덜 북적거리는 편이다. 그래서 또 좋다.

벚꽃길만 좋은 게 아니다. 절집의 분위기도 독특하다. 대원사는 백제 무령왕(503년) 때 창건됐다고 전해진다. 신라 고승 아도화상이 지었다. 순천시 송광면과 화순군 남면, 보성군 문덕면의 경계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행정구역은 전라남도 보성군 문덕면에 속한다.

빨간 모자를 쓴 동자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진 태아령을 묘사하고 있다. 대원사는 태아령의 천도를 기원하는 절집이다.
 빨간 모자를 쓴 동자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진 태아령을 묘사하고 있다. 대원사는 태아령의 천도를 기원하는 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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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의 불상과 동자상. 대원사는 태아령을 위한 기도도량으로 가슴 한 켠을 아련하게 하는 절집이다.
 대원사의 불상과 동자상. 대원사는 태아령을 위한 기도도량으로 가슴 한 켠을 아련하게 하는 절집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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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절집이다. 절집의 규모도 화려하고 웅장하기보다 소박한 느낌이다. 지장보살을 모시고 있다. 절집 마당에 울고 있는 부처도 있다. 가슴이 타버린 부모의 마음을 표현한 부처상도 있다. 솟대도 조각돼 있다. 크고 작은 연못도 정겹다.

대원사는 태아령을 위한 기도도량이다. 태아령이란 태아 귀신, 즉 낙태아를 일컫는다. 절집에 빨간 모자를 눌러 쓴 동자상이 즐비한 것도 이런 연유다. 바깥 세상을 접해 보지 못한 태아령을 상징하고 있다. 그 모습이 짠하다.

사철나무에 매달린 왕목탁도 눈길을 끈다. 손으로 두드리는 목탁이 아니다. 머리로 치라는 목탁이다. 그것도 남이 나에게 했던 나쁜 말이나 행위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치는 것이다. 나쁜 기억들 사라지고, 나의 지혜 밝아지고, 나의 원수 잘 되라고.

한 여행객이 머리로 왕목탁을 치고 있다. 왕목탁은 원수까지를 포함해 모든 것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치는 목탁이다.
 한 여행객이 머리로 왕목탁을 치고 있다. 왕목탁은 원수까지를 포함해 모든 것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치는 목탁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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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목탁을 매달고 있는 사철나무. 두 그루의 가지가 서로 만나 기대고 서 있다. 하여, 연인목으로 불린다.
 왕목탁을 매달고 있는 사철나무. 두 그루의 가지가 서로 만나 기대고 서 있다. 하여, 연인목으로 불린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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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목탁을 치다보면 정말로 나쁜 기억이 사라지는 것 같다. 그 말에 옆에 있던 어린이가 왕목탁을 머리로 들이받는다. 순간, 텅-하는 소리가 들린다. 주변사람들의 놀라움에 어린이가 잠시 겸연쩍어 하더니 금세 웃음을 띤다.

왕목탁을 매달고 있는 사철나무도 별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사철나무라고 적혀 있다. 왼쪽과 오른쪽 두 그루의 나무가 서로 가지를 맞잡고 터널을 이루고 있다. 이름하여 '연인목'이다. 나와 남이 둘이 아닌, 불이(不二)의 세계를 깨닫게 해주는 나무란다. 그래서 더 애틋해 보인다.

티벳박물관도 볼 만하다. '한국의 작은 티벳'으로 불리는 곳이다. 여기선 티벳의 탱화인 탕카와 만다라, 밀교 법구를 볼 수 있다. 티벳의 민속품도 있다. 죽음과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겨볼 수 있는 죽음체험실도 색다른 경험이다. 이래저래 괜찮은 절집이다.

대원사 앞에 선 티벳박물관. 티벳 불교의 이모저모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대원사 앞에 선 티벳박물관. 티벳 불교의 이모저모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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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대원사에 가려면 호남고속국도 주암나들목으로 나가야 한다. 27번 국도를 타고 송광사, 고인돌공원을 지나 서재필선생 기념공원에서 우회전한다. 호남고속국도 동광주나들목에선 화순읍을 거쳐 대원사로 간다.



태그:#대원사, #왕목탁, #태아령, #보성, #티벳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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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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