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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국무총리가 제66주기 제주4.3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낭독하는 장면.
 정홍원 국무총리가 제66주기 제주4.3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낭독하는 장면.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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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추념일 지정된 후 처음으로 봉행된 제66주년 제주 4.3희생자 추념행사 때 정부 측 대표로 참석한 정홍원 국무총리의 이중적인 행보가 제주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제66주기 제주4.3추념제가 안전행정부가 주최하고, 제주4.3평화재단이 주관하여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3일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정홍원 국무총리,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정의당 천호선 대표를 포함해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4.3사건 유족들과 도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할 것을 기대했으나,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정 총리는 추념사를 통해 "정부는 지난 10여 년간 특별법 제정과 공식 사과, 평화공원과 기념관 건립, 위령사업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이러한 노력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국가기념일 지정을 공표함으로써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바라는 여러분의 뜻을 받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 총리는 "제주특별자치도는 앞으로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평화의 섬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제주는 이러한 화합과 상생의 정신을 미래지향의 창조적 에너지로 더욱 승화시켜 온 나라로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까지는 정부를 대표한 발언으로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3일 오후, 정 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자신이 오전 추념사에서 했던 말을 전면 부정하는 듯한 답변을 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4.3희생자로 결정된 인사 가운데 남로당 핵심 간부나 무장대 수괴급이 있으며 이들을 희생자로 볼 수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총리는 "(희생자) 심의과정에서 32명은 제외된 것으로 알고 있고, 최근 53명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 점에 대해 검증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전엔 화합과 상생을 강조했던 총리가 오후에는 희생자에 대한 재검증을 약속한 것이다.

정 총리의 이런 이중행보가 알려지자 제주도 내에서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우선 새정치민주연합 고희범 제주지사 예비후보는 4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 3일 아침에 4.3사건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해 놓고, 오후에는 다시 역행하는 것은 도민과 국민을 기만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고 후보는 "4.3중앙위원회 위원장인 국무총리가 위원들이 심의를 끝낸 희생자에 대해 4월 3일을 앞두고 최종 서명하지 않아 추가로 신고가 된 희생자의 위패를 내려야 했다"며 "정부와 국무총리는 명확하게 그 이유를 해명하고, 유족과 도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준)도 4일 논평을 내고 "4.3사건이 화해와 상생으로 가는 마당에 아직도 일부 인식을 달리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통탄스럽기까지 하다"며 정 총리를 향해 "조삼모사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한편, 제주4.3희생자추념식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4.3희생자에 대한 재심의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4.3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하의원이 발표한 법안은 4.3위원회가 희생자 심사를 완료한 후에도 종전의 결정을 변경할 중대한 사유가 발견될 경우는 직권으로 재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제주 사회가 정 총리의 국회 답변에 주목하는 이유는, 정부가 새누리당 일부 의원의 움직임에 동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태그:#정홍원 총리, #제주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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