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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대통령 경호실과 대통령 암살을 모티브로 한 SBS드라마 <쓰리데이즈(3days)>를 보고 상상력을 키운 것일까? 아니면 박근혜 대통령을 '괴벽한 노처녀'라고 지칭한 '막가파' 북한의 테러를 우려하는 기자들의 대통령에 대한 충정이 커서일까?

'북 무인기, 청와대 바로 위 20여초 떠있었다' (<조선일보> 1면)  
'북한 무인기, 송신장치 있었다' (<중앙일보> 1면)
'북 무인기 청와대 테러해도 못막을 판'(<동아일보> 1면)

3일자 조중동의 1면 톱기사 제목을 보면 국가 안보에 큰 구멍이 뚫린 것 같다. 심지어 2일 종편 <채널A>의 한 프로그램 제목은 '청와대 하늘 '뻥' 뚫렸다'였다. 국가 안보에 구멍이 난 게 사실이라면 섬뜩하고, 사실이 아니어도 위험하다. 언론의 안보 '뻥' 튀기가 반복되다보면, 정작 위험한 순간에는 외면 받는 '양치기 소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셋 다 '뻥'이다.

조중동의 무인기 위협 보도가 '뻥'인 이유

지난 3월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 제원은 날개 폭 1.92m, 동체길이 1.43m, 높이 55.7㎝, 중량 15㎏(연료 완충시)이며, 하늘색 바탕에 흰구름 문양 도색되어 있다. 동체내부에 사진/동영상 촬영을 위한 캐논550D(1800만 화소) 카메라가 보인다.
▲ DSLR(캐논550D) 장착된 무인항공기 지난 3월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 제원은 날개 폭 1.92m, 동체길이 1.43m, 높이 55.7㎝, 중량 15㎏(연료 완충시)이며, 하늘색 바탕에 흰구름 문양 도색되어 있다. 동체내부에 사진/동영상 촬영을 위한 캐논550D(1800만 화소) 카메라가 보인다.
ⓒ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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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무인항공기(UAV)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국방부는 2일 오후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고 백 브리핑을 했다. 국방부는 3일에도 관련 브리핑을 했다. 이틀새 나온 국방부의 브리핑 결과와 잠정 결론에 따르면, 조중동 보도는 중간조사결과와 상충되거나 과장 또는 가정(假定)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오보'이거나 '과장 보도' 또는 '가정법 보도'라는 얘기다.

우선 국방부 관계자는 2일 첫 브리핑에서 파주에 떨어진 무인기의 항로에 대해 "이번 비행을 시도한 측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정확하게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다만 서울 상공 1.5㎞에 있었다"면서 "청와대 근접 여부는 확인 못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조선>은 "2일 북한 무인기가 촬영한 일부 영상들을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라고 전제하고, "청와대 바로 위를 비행하며 근접 사진 촬영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청와대와 경복궁 바로 위를 약 1㎞ 고도로 비행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보도했다. 특별한 근거 없이 1.5㎞ 고도가 1㎞ 고도로 바뀐 것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파주 무인기의 제원은 동체길이 143㎝, 날개폭 192㎝, 높이 55.7㎝, 무게 15㎏(연료 완충시) 정도다. 장착된 촬영장비는 민간에서 널리 쓰이는 보급형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캐논 550D'였고 렌즈를 포함해 무게는 1㎏이 넘지 않았다. 2010년에 출시된 캐논 550D 기종의 경우, 18-55㎜ 번들 렌즈를 포함한 무게는 800g 안팎이고 가격은 100만원 정도였다.

군 당국에 따르면, 파주 무인기에 달린 렌즈(50㎜)도 처음 살 때 기본으로 붙어 있는 사양이다. 군 당국은 이를 근거로 "개인이 카메라를 가지고 원거리에서 찍는 수준이어서 구글어스(위성)보다 해상도가 떨어진다"면서 "군사, 테러, 군 정찰 목적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일부 언론에서는 500㎜ 렌즈라고 보도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오보다. 500㎜ 망원렌즈는 '대포'라고 부를 만큼 무게가 나가 삼각대와 함께 사용한다).

'근접 촬영'이라고 우기는 <조선>... '1면 오보' 어물쩍 넘기는 <중앙>

<조선>은 '원거리 촬영'을 '근접 촬영'이라고 우겼다. 그러면서 "북한이 정찰이 아니라 청와대 자폭 테러용으로 무인기를 사용했더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이 청와대 본관이 찍힌 사진을 1면에 크게 실은 것은 착시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구글어스 위성사진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무인기 사진의 해상도는 구글어스가 제공하는 해상도보다 크게 떨어졌다.

논란이 된 <조선일보> 3일자 1면 기사.
 논란이 된 <조선일보> 3일자 1면 기사.
ⓒ 조선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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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 3일자에서 "북한 무인항공기에서 영상 송신장치가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에 따라 무인기에 장착된 카메라로 대통령 숙소 등 청와대 관저를 근접 촬영한 사진이 북한에 넘어갔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꼬리날개 부분에 내장된 영상 송수신장치를 발견했다"는 합동조사팀 관계자의 발언을 그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군 당국은 2일 브리핑에서 "실시간 전송은 불가능하고 회수후 판독하게 돼 있다"고 못박았다. 그런데도 이 신문은 오보를 1면에 실었다. 군 당국은 3일 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이 보도한) 서울을 찍은 영상 등이 북한으로 송신되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그 이유를 더 구체적으로 밝혔다.

"분석 결과 0.9㎓짜리 송·수신 장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영상을 보내는 게 아니고 다른 무인기를 조정하거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받는 데 활용되는 것이다. 결정적인 것은 카메라에서 송·수신기와 연결된 케이블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중앙>은 '1면 오보'를 인정하지 않고, 4일자 4면에서 "국방부가 말을 바꿔 의혹을 키웠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그런데 2, 3일 브리핑 내용을 검토해 보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말을 바꾼 바 없다.

<동아>는 3일자에서 "청와대 하늘이 뚫렸다. 북한의 무인정찰기가 청와대 내부를 들여다봤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면서 "무인정찰기를 발전시켜 폭탄을 장착하면 테러 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북한의 테러위협을 강조했다.

하늘이 뚫렸다? 막을 수 있는 나라 지구상에 없어

하늘이 뚫린 것은 맞다. 그러나 이렇게 작은 무인기를 막을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심지어 냉전시대에도 민간 경비행기에 소련(러시아)의 방공망이 뚫린 적이 있다. 1987년 5월 28일 서독의 한 청년이 4인승 세스나기를 타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내려앉아 소련 당국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1만여 개의 레이더와 요격전투기 및 지대공 미사일로 무장한 소련의 방공망이 뚫린 것이다.

이런 소형 무인기는 격추도 어렵다. 이번에 해병6여단은 백령도에 침투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물체에 벌컨포 사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벌컨포의 유효사거리는 1.2∼1.6㎞로 알려졌다. 무인기가 고도 2㎞ 이상으로 비행하면 맞출 수가 없다. 그렇다고 무인기에 미사일을 쏘는 것은 모기 잡자고 칼을 빼어든 격이다.

미국은 무인기 기술이 가장 앞선 나라다. 군사적으로는 알카에다 지도부를 궤멸하는 데 드론(drone)을 사용했고, 민간에서는 무인기로 도미노 피자를 배달할 정도다. 미군은 드론으로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를 찾아내 그를 제거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참모들은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작전과정을 드론의 생중계로 백악관에서 지켜봤다. 미군은 알카에다 2인자도 공대지 대전차용인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한 드론으로 사살했다.

미 공군의 대표적 무인기는 '약탈자'라는 의미의 프레데터(Predator)다. 1994년에 실전 배치돼 보스니아 내전과 코소보 공습작전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아프가니스탄 공격)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물론 민간인 피해도 컸다. 제원은 날개길이 14.84m, 동체길이 8.23m, 비행고도 7.6㎞, 행동반경 900㎞ 등이다. 비행시간은 무려 화물 200㎏ 탑재한 채 24시간 이상이다. 프레데터(MQ-1B) 대당 가격은 450만 달러(50억원) 수준이다. 공격까지 가능한 '리퍼'(MQ-9)는 5350만 달러(594억원) 정도다.

그에 비하면 파주 무인기는 '장난감' 수준이다. 국내 항공법에도 모형 항공기의 기체 무게가 12㎏ 이상이면 등록하게 돼 있다. 31일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기의 무게는 12.7㎏이다.

'장난감'으로 남한 발칵 뒤집은 김정은?

미국 NBC는 1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모형기'(model airplane) 또는 '골동품'(antique) 수준이라고 평가 절하하면서 '북한에서 온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 것이라는 추정의 근거가 재밌다. '성능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구형'이어서 이런 '작은 무인기'를 날려 보낼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인기의 기체가 작고 가벼우면 높은 고도를 유지할 수 없다.

북한 것으로 추정된 두 무인기는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전문가들이 분석 중이다. 아직 최종 분석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두 개 모두 실시간 영상 송수신은 불가능해 보급형 카메라로 촬영한 정보를 회수하는 초보 수준의 정찰용 무인기로 판명됐다.

물론 정찰용을 공격용으로 전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도 브리핑에서 "앞으로 장시간 더 발전시키면 테러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군도 무인기를 처음에는 정찰용으로 사용하다가 기술 발달에 따라 공격용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20~30㎏의 폭탄을 장착하려면 그만큼 무인기의 동체가 커져야 한다. 무인기의 동체가 4~5m 이상으로 커지면 레이더에 잡힌다. 결국 현재 무인기를 사용한 북한의 테러 공격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불가능한 것을 미리 걱정하는 것을 '기우'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1천만원짜리도 안 되어 보이는 '장난감'으로 남한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것에 회심의 미소를 지을 사람은 김정은이다. 그런 '호들갑'에 조중동이 '나팔수' 역할을 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태그:#무인기, #조중동, #조선일보, #프레데터,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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