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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후보 선거운동 기간이다. 출·퇴근길에는 한 발 건너 한 발 간격으로 명함이 난무한다. 검은 정장에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 반듯한 자세의 후보 사진은 기호와 이름만 다를 뿐 복사-붙여넣기 한 마냥 비슷비슷하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명함이 있다. 캐주얼한 복장에 곱슬곱슬한 머리 그대로 손가락을 펴고 환하게 웃고 있는 후보의 사진. '두 아이 기저귀 갈아주면서 보기 시작한 뉴스'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성인이 되자마자 빚쟁이가 된 딸과 기초노령연금 공약에 속은 어머니를 보고 출마를 결심했다'는 권말선 동작 제4선거구 시의원 예비후보를 지난 1일에 만나보았다.

 권말선 예비후보의 명함사진
 권말선 예비후보의 명함사진
ⓒ 권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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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함 사진이 인상적이다.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찍었다. 웬 아줌마가 명함을 나눠주니까 주민들이 '알바인가 보다'하고 무심코 받다가 사진을 보고는 한 번씩 더 쳐다본다. 한 번은 엄마 손을 잡고 가던 초등학생이 대신 명함을 받아 보고는 '어, 똑같다!'하며 까르르 웃더라. 기존의 정치인 이미지와 다른 후보가 나오니 신기해하시는 것 같다."

- 기존 정치인의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듯한 느낌과는 많이 다르다.
"직업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문교사다. 남자아이들은 무조건 긴 머리를 좋아하고 여자아이들은 자기들이 색칠놀이 하는 구불구불한 공주 머리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머리 스타일이다. (웃음) 방문교사를 8년 정도했다.

아이들과 놀다 보면 많이 웃고 에너지를 받는다. 그러면서 인상이 좋아 보인다는 말도 처음 들었다. 나이가 마흔 다섯인데 실제보다 어리게 봐 주시고 젊은 사람이 후보로 나왔다며 격려도 듣는다."

아이 기저귀 갈아주면서 눈 뜨게 된 세상, '이게 아닌데...'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
ⓒ 권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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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안동의 가난한 농부 집안에서 1남 5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어릴 때 아버지가 다리를 다치시는 바람에 농사를 지을 수 없자 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야간학교를 다니며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마쳤다.

세상에 대해 배워야 할 나이에 돈 벌고, 학교 다니느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전혀 알지 못했다. 간혹 텔레비전을 통해 들려오던 소식이나 공장에서 일하던 대학생들의 위장취업이 발각 돼 쫓겨나는 걸 보더라도 나와는 먼 다른 동네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엄마가 되니까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꼬맹이들 기저귀 갈아주면서 뉴스를 보기 시작했는데, 거기 나오는 우리나라는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르더라.

사계절이 있어 아름답고 반 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 왜 정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티비에 나올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2008년 광우병 소고기 촛불과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보면서 이런 생각들이 문제의식으로 다가왔다.

큰딸이 올 해 대학에 입학했는데 등록금이 430만 원이 나왔다. 그 동안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빚은 안 지고 살아왔다는 게 나름의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딸은 학자금 대출을 받으니 스무 살 성인이 되자마자 빚쟁이가 되는 게 아닌가. 한창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을 나이인데 바로 빚더미에 앉는 걸 보니 가슴이 아팠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가 반값등록금 아니었나. 그리고 우리 어머니도 연세가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노령연금 공약에 포함되는 나이이다. 예전엔 뉴스를 보며 어디서 영웅이 나타나 세상을 한 번에 바꿔주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 주변의 이런 현실들을 보고 있자니 영웅은 아니지만 내가 한 번 해 보자 생각이 들었다."

일하는 사람이 하는 정치가 일하는 사람을 가장 잘 이해해

- 선거운동 하는 과정은 어떤가.
"어깨띠를 매고 명함을 든 채로 문 밖에 첫발을 떼기가 힘들었다. 항상 드나들던 저 문이 무섭고 겁이 나더라. 옆에 누구라도 함께 했다면 덜 쑥스러웠을 텐데 혼자 시작을 했다. 그래서 주변 가게 지인들부터 찾아갔다. 막상 누구라도 말을 트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수월했다.

흑석역에서 내려 걸어오다 보면 난전에서 할머니들이 나물이나 곡식을 팔고 있다. 젊은 사람이 선거운동을 하며 말을 걸으니 "출마했어? 사진이랑 똑같네"하며 재밌고 즐거워하시더라. 그 뒤로 지나갈 때마다 인사를 드리면 아는 척도 해 주시고 반가워하신다. 누구든 투표를 하는 사람은 다 그럴 것 같다.

누군가가 '우리 동네는 4년에 한 번씩 외계인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 말처럼 정치인들은 선거기간엔 고충을 다 들어줄 것처럼 인사하고 다니지만 당선 후엔 얼굴 보기도 힘들지 않나. 그런 것들이 바로 정치인들이 쳐 놓는 정치의 벽이 아닌가 한다. 시민들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관심을 멀어지게 하는 것 말이다."

 선거운동 중인 권말선 예비후보
 선거운동 중인 권말선 예비후보
ⓒ 권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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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이 된다면 다른 후보들과 다른 특별한 계획이 있나.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이 있어야 활력이 생긴다. 보통 사람들은 하루에 8~10시간씩 일을 한다. 하지만 시의원의 의정활동이 그렇게 하루 종일 꽉 짜여서 일을 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물론 시의원으로서 업무와 주민 방문 등의 필요한 의정활동은 있겠지만 일반 시민들처럼 하루를 다 채워서 일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앞으로도 나의 직업은 직업대로 함께 병행하려고 한다.

일하는 사람이 일하는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안다.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 지도 더 잘 안다. 난 일하는 사람이다. 학교 선생님도, 버스 기사도, 학생도 누구든 자기 자리에서 일을 하는데 그 사람들이 주인으로 대접받고 살기 힘든 현실이다. 나는 직업 정치인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으로서 일하는 사람들의 복지와 민생을 더 잘 살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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