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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를 앞두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 그날이 오면에 모인 서울대생들 세미나를 앞두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정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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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저녁, 서울대 인근 사회과학서점 '그날이 오면'에는 7~8명의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들은 08학번부터 11학번까지 서울대 학부생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그룹과 관련해 제기된 이슈가 이날의 논의 주제였다.

연락책을 담당한 조유석군(사회교육 11)은 "과거에 비해 이런 세미나에 참석하는 인원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나름대로 홍보에 신경쓴다고 했지만 이 중 절반 정도는 급하게 연락을 받고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좌장 자리에 앉은 유일한 대학원생 김일환군(사회 06)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개봉 과정에서 삼성그룹측이 일간지에 압력을 넣고 상영관을 줄이는 등 개입을 했다"며 "또 채용 방식을 변경, 추천제가 도입되면서 이로 인한 논란이 많았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해서는 참석자들의 평가가 다소 엇갈렸다. 문제의식을 잘 담은 작품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인 가운데 양기원군(서양사 08)은 "억지로 감동을 만들어 내려는 흔적이 보였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밝혔다.

이에 조유석군은 "원작 만화인 '사람냄새'에는 영화에서 담지 못한 문제를 잘 그려냈다"며 일독을 권한다.

영화 이야기에서 화제는 자연스럽게 삼성에 대한 세간의 인식으로 넘어갔다. 특히 이과계에서 삼성에 대한 인식은 한 마디로 '공밀레(에밀레종을 만들 때 사람을 희생시켰듯 삼성전자가 이공계 출신을 희생시켜 제품을 만든다는 은유)'로 압축할 수 있다고 조 군은 설명했다.

조 군은 "주변 분들을 보면 힘든 업무에 치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인 중 삼성 임원을 지낸 분이 있는데 가정생활을 거의 포기했던 것으로 안다"고 경험담을 밝혔다.

정치학과의 김준태군(09)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학생들이 삼성을 동경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김군은 "몇 년 전 정치학원론 수업에서 교수님이 한 말씀에 따르면 서울대 신입생의 70%가 삼성 입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교수님은 이 말씀을 하시며 '삼성에 들어가는 것이 어떻게 꿈이 될 수 있냐'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고 전했다.

순간 이야기를 듣던 오늘의 책 사장님이 "미국의 패권주의를 욕하는 사람들도 미국에 유학가 공부하는 거랑 같은 거지"라고 끼어 드신다. 좌중에는 잠시 웃음이 번진다.

문제는 다시 "삼성이 왜 나쁜가?"로 돌아왔다. 양기원군은 "최근 스누라이프(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럽의 기업문화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며 "스웨덴 재벌 그룹들의 경우 권력 분산을 위해 2명의 후계자를 뽑고 수익을 대부분 사회에 환원한다는 내용이 인상깊었다"고 밝혔다.

양 군은 이어 "삼성에는 노조라는 견제세력이 없고 사회환원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비난을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삼성을 불매운동 등으로 견제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다. 김준태군은 "CJ, 신세계 등이 모두 삼성그룹 총수 일가가 지배하고 있다"며 "이밖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들은 향후 5회에 걸쳐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삼성의 존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김일환군은 "두서없는 수준이지만 이런 자리를 가지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참석자들은 각자 짐을 챙겨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김 군은 "언제나 대학가의 이슈는 스펙쌓기죠"라며 씁쓸한 심경을 밝혔다.


태그:#삼성, #그날,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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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관련하여 식생활 문화 전반에 대해 다루는 푸드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대학가의 음식문화, 패스트푸드의 범람, 그리운 고향 음식 등 다양한 소재들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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