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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방과 도서관 난방을 화목보일러로 하고 있어서 많은 나무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 나무 나르는 아이들 9개의 방과 도서관 난방을 화목보일러로 하고 있어서 많은 나무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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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나르고 쌓아 놓은 나무를 화부들이 보일러실로 옮기고 있다.
▲ 보일러실로 옮겨지는 나무 학생들이 나르고 쌓아 놓은 나무를 화부들이 보일러실로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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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화부'의 탄생

봄비가 내리는 밤 11시, 아이들이 잠든 학교(실상사작은학교)는 빗소리 외에는 고요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난방을 책임지는 '화부팀' 친구들은 리어커에 우산을 씌우고 나무를 날라다가 화목 보일러에 넣는다. 오늘 밤을 춥지 않게 자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2007년, 학교가 이곳으로 이사를 했을 때만 해도 '화부'라는 역할은 없었다. 원래부터 농사, 효소 만들기, 시설 고치기, 퇴비 만들기 등 몸을 움직여야만 하는 일이 널려 있는 학교이긴 하다. 하지만 난방을 위해서는 강당 한 군데만 기름과 화목 겸용 보일러를 쓰고 있어서 뒷산에서 학생들이 종종 나무를 해오고, 불을 잘 때는 샘이 화목 보일러를 관리하는 정도의 노력을 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자는 방은 단추만 누르면 가동되는 심야전기를 써왔다. 단추 하나로 욕구가 해결되는 몸의 편안함이 감사하면서도 '이런 편안함이 지속가능한 것일까?' '우리의 이 편안함이 누군가에게 큰 피해를 안겨준 결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가슴 속 한편은 내내 불편했다.

방 9개와 도서관 난방을 위해서 세개의 큰 화목보일러를 쓰고 있는데, 굵은 나무들은 주로 사서 쓰고 있고, 뒷산에서 잔가지와 약간의 굵은 나무들을 해오고 있다.
▲ 뒷산에서 해온 나무들 방 9개와 도서관 난방을 위해서 세개의 큰 화목보일러를 쓰고 있는데, 굵은 나무들은 주로 사서 쓰고 있고, 뒷산에서 잔가지와 약간의 굵은 나무들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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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 엔진톰으로 굵은 나무들을 적절한 크기로 자르면, 학생들은 그것을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우리의 따뜻한 잠자리를 보장해주는 나무들이 고맙다.
▲ 나무 쌓기 샘이 엔진톰으로 굵은 나무들을 적절한 크기로 자르면, 학생들은 그것을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우리의 따뜻한 잠자리를 보장해주는 나무들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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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안함과 불편함 사이를 불편하게 오가던 중 드디어 2012년 초, 아이들 숙소 9개방과 도서관 난방을 화목 보일러로 바꿨다. 이런 결정은 우리 작은학교가 그만큼 더 몸을 움직이고 일하겠다는 결심이기도 했다.

그렇게 2012년부터 남자 선생님 한 분과 학생 몇 명은 '화부'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고, 봐주실 선생님이 안 계시는 밤 시간에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보일러 관리를 한다. 2012년이 화부 역사의 시작, 즉 1대 화부가 탄생한 해였으니 올해는 벌써 3대째 화부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무거운 나무들을 리어커에 실어 나르고, 불씨가 꺼지지 않게 화목 보일러에 시간 맞추어서 나무를 넣어주는 일을 화부들은 이제 3년째 이어오고 있다.

2012년, 중학교 3학년 때 화부 일을 했던 한 학생은, 무거운 나무를 나르고 불이 꺼지지 않도록 신경 써서 제때에 나무를 넣어야 하는 일이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일한 결과 제대로 불이 붙고 방이 따뜻해지면 느껴지는 성취감이 꽤 쏠쏠했다고 회고(?)한다.

몸을 움직이며 얻어지는 것들

만일 불이 꺼져버리는 오늘밤은 조금 춥게 자야 한다. 그래서 불 상태를 꼼꼼이 살피는 것이 화부 일의 핵심 중 하나이다.
▲ 불상태를 살피는 화부 만일 불이 꺼져버리는 오늘밤은 조금 춥게 자야 한다. 그래서 불 상태를 꼼꼼이 살피는 것이 화부 일의 핵심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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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 몸을 움직여 우리의 욕구를 해결해내야 하는 과정은 교사들을 포함한 다수의 우리들에겐 꽤 어려운 과정임이 틀림없다. 아직 익숙하지 않을 때는, 나름대로 한다고 하는데도 불이 제대로 안 붙어 추운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또 어제 추웠다는 친구의 말에 여린(?) 화부는 마음에 상처를 받아 이제 화부 생활 그만두겠다며 삐치기도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따뜻한 하룻밤이 그저 당연히 또는 자동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름대로 애썼을 친구가 상처받지 않게 말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단추 하나로 가능한 손쉬운 상황이었다면 그런 갈등은 있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 내가 누리는 많은 것들이 눈에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에게는 '죄스러운 편안함'에서 조금은 벗어난 자유의 느낌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내 삶의 중요한 기반일 수밖에 없는 게 에너지라면, 당장의 이익에 미쳐 자연을 미친 듯이 파헤친 대가로 얻어진 에너지, 또는 인류사회뿐만 아니라 이 지구 공동체 전체의 존속을 위협하는 에너지는 가능한 피하고 싶었다.

평화적이기까지는 못하더라도 덜 파괴적이고 덜 폭력적인 에너지에 대해 고민하고 싶었고, 가능한 만큼 실천하고 싶었다. 이런 바람이 그저 나 혼자의 바람에서 멈췄더라면, 바람만 있지 능력은 없는 나는 그것을 실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저 현실을 답답해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학교라는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다 보니 이런저런 능력과 열정이 되는 사람들 덕택에 조금씩 그런 바람을 실현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많이 고맙다.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특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니 비가 오고 눈이 올수록 더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불 때는 일을 해내야 하는, 그리고 해내고 있는 우리의 화부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크다.

삶의 기본을 평화롭게 가꾸어가기 위한 길걷기

학교 생태뒷간 옆에 설치되어있는 태양광 발전기 덕분에 우리의 일반전기 사용량은 0을 유지해오고 있다.
▲ 태양광발전기 학교 생태뒷간 옆에 설치되어있는 태양광 발전기 덕분에 우리의 일반전기 사용량은 0을 유지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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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이곳으로 터전을 옮기기 전, 그러니까 지금 이 공간이 실상사 귀농학교의 공간이었을 당시부터 이곳에는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덕택에 우리는 지금 일반전기요금 '제로'를 유지하고 있다. 1, 2학년 교실의 히터가 아직까지 심야전기로 가동되고 있어서 심야전기세가 1년에 50만 원 정도 나오는데, 이 역시 앞으로 우리가 창의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아마도 작은학교 식구들은 우리 삶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와 먹거리의 자립을 이루는 것, 그리고 그것을 평화적으로 생산하고 이용하기 위한 공부를 앞으로 꾸준히 해나갈 것 같다. 그런 큰 흐름 속에서 앞으로 약 20일 후인 4월 16일부터 '핵 에너지의 현황', '평화로운 에너지의 생산과 사용' 등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하며 학교에서 경주까지 2주간 길 걷기를 한다.

길 위에서 우리들은 묻고 생각하고 배우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우리의 삶에 필수 요소인 에너지를 둘러싸고 전해지는 죽음의 소식들과 집단 살상에 가까운 사고 소식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지금 우리의 에너지 현실이 어떠한지, 죽음의 에너지가 아닌 평화로운 에너지의 생산과 사용이 가능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들은 무엇을 함께 해나갈 수 있을지 등에 대해 묻고 생각하고 배워갈 것이다.

약 250km는 될 듯한 이 길을 모둠 구성원들과 함께 걸어서 목적지까지 도착해야 하는 그 자체가 고생일 텐데, 예상되는 그 고생길로 아이들과 샘들은 나선다. 이 느리고 고된 고생길을 걸으며, 가끔씩은 자연이 전해주는 봄소식도 반갑게 맞이하기를, 쉽고 성급하게 질문을 정리해버리려는 조급증을 내려놓기를, 사회의 거대한 힘에 지레 겁먹고 위축되지 않을 수 있는 배짱을 키워가기를 바란다. 그럴 수 있다면, 우리는 아마도 우리들의 삶을 조금은 더 평화롭고 행복하게 가꾸어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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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겨울밭, 붉은 동백의 아우성, 눈쌓인 백록담,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포말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제주의 겨울을 살고있다. 그리고 조금씩 사랑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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