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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나무 3월 18일(화), 명자나무 꽃망울이 몽실몽실 피어나고 있었다.
▲ 명자나무 3월 18일(화), 명자나무 꽃망울이 몽실몽실 피어나고 있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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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꽃은 꽃망울이 올라왔다고 바로 피어나지 않는다. 피어날듯 피어날듯 뜸을 들이는 시간은 꽃망울의 존재를 망각할 즈음이 되어서야 화들짝 피어난다. 명자나무의 붉은 꽃은 거의 열흘 가까운 시간이 되어서야 아주 조금 피어났을 뿐이다.

명자나무 일주일이 조금더 지난 시간, 꽃몽우리가 이렇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 명자나무 일주일이 조금더 지난 시간, 꽃몽우리가 이렇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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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따스했고, 바람도 따스했다. 아직 봄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는데 여름이 오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미세먼지 때문에 맑은 봄날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봄이 가는가 싶어 조바심도 나는 날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맑은 햇살과 따스한 봄바람에 절로 휘파람이 났다. 사무실로 향하는 골목길에서 남루한 겨울 옷을 입은 노숙자를 만났다. 그는,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피워물고 골목길 계단에 앉아 허망한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게 비치는 봄햇살과 바람은 내게 비치는 그것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와 나 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설령 악한 사람에게라도 이 봄날은 공평하겠지.

밥태기나무 까맣게 점점히 맺혀있던 박태기나무의 꽃망울이 보랏빛을 내며 피어나고 있다.
▲ 밥태기나무 까맣게 점점히 맺혀있던 박태기나무의 꽃망울이 보랏빛을 내며 피어나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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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공평함이란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슬라예보 지젝의 말대로 권력자들은 자기들만의 빗장쳐진 공간에서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온갖 해악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저 맑은 햇살과 바람이 가난한 자들이나 힘 없는 이들에게는 혹독한 아픔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기다렸던 봄. 그것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날이다.

라일락 긴 겨울 지나고 완연한 봄날임을 알리듯 라일락 나무에도 새순이 돋았다.
▲ 라일락 긴 겨울 지나고 완연한 봄날임을 알리듯 라일락 나무에도 새순이 돋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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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올라온 나무의 새순이 예쁘다.
아가의 볼처럼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예쁘지만, 라일락의 이파리는 이별한 사랑에 대한 기억처럼 쓰디쓰다.

그래도 향기만큼은 꽃 중의 꽃이라 할 수 있으니, 이별의 아픔을 감히 상상하지 못할만큼 사랑의 향기는 강한 것이리라.

비비추 비비추의 이파리가 하루가 다르게 쑥쓱 올라오고 있다.
▲ 비비추 비비추의 이파리가 하루가 다르게 쑥쓱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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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단단한 단풍나무를 뚫고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아직 그 곁에는 떨구지 못한 이파리가 남아있다.
▲ 단풍나무 단단한 단풍나무를 뚫고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아직 그 곁에는 떨구지 못한 이파리가 남아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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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추와 단풍나무, 하나는 여름이나 되어냐 꽃줄기가 올라오는 존재고 다른 하나는 꽃은 일찍 피어나도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다.

가을이 되어 나뭇잎을 놓아버릴 즈음에야 단풍이 들면 그제서야 사람들은 감탄을 한다. 정녕, 그가 주목을 받고 싶은 순간도 그 순간일까? 아니면, 언제나 일까?

그냥, 그들은 누가 눈여겨 봐주는 것과 관계없이 '봄날, 당신을 기다렸습니다'하며 화답하듯 피어날 뿐이 아닐까?

크로커스(봄맞이꽃) 원예종 크로커스의 꽃말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이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일주일 가량 일찍 피어났다.
▲ 크로커스(봄맞이꽃) 원예종 크로커스의 꽃말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이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일주일 가량 일찍 피어났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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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꽃말을 가진 꽃이 있다.

크로커스, '당신을 기다렸습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꽃으로 '봄맞이꽃'으로도 불리우는 꽃이다. 이렇게 봄날이면 모든 것이 새롭게 피어나고, 오늘같이 따스한 봄날이면 그 봄을 만끽하는데 충실하다.

같은 봄날을 살아가면서도 봄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신의 불공평함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찌하였든, 신은 이 모든 것들을 악인이나 선인이나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준다고 공약(?) 하셨다. 그 공약이 지켜지고 아니고는 신의 뜻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이의 의지일지도 모르겠다.



완연한 봄날, 그 햇살과 바람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이런 봄날이 그래도 5월 중순까지는 이어지면 좋겠는데, 하늘도 조금은 더 맑았으면 좋겠는데, 변덕스러운 봄날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봄을 맞이하기도 전에 쫓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래도 봄,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왔고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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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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