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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보라매병원에서 임신한 여성 간호사가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쫓겨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봄 기운이 완연한 지난 21일 오후, 바쁘게 이동하는 사람들 사이로 한 임신부가 피켓을 들고 서울 중구 여성가족부 건물 앞에서 섰다. 임신 8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그녀는 왜 일인시위에 나섰을까.

첫 아이 임신 8개월째로 접어든 김미라(가명·32) 씨가 21일 서울 중구 무교동 여성가족부 앞에서 '여성가족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피켓을 세우고 임신한 여성 간호사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쫓겨나고 있는 현실을 알리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시립보라매병원은 1년 9개월동안 근무하던 김 씨를 비롯한 비정규직 간호사 2명을, 무기계약직 전환 3개월을 앞둔 지난해 12월 1일 해고했다. 당시 김 씨는 임신 4개월이었다.
 첫 아이 임신 8개월째로 접어든 김미라(가명·32) 씨가 21일 서울 중구 무교동 여성가족부 앞에서 '여성가족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피켓을 세우고 임신한 여성 간호사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쫓겨나고 있는 현실을 알리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시립보라매병원은 1년 9개월동안 근무하던 김 씨를 비롯한 비정규직 간호사 2명을, 무기계약직 전환 3개월을 앞둔 지난해 12월 1일 해고했다. 당시 김 씨는 임신 4개월이었다.
ⓒ 이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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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일인시위를 벌인 김미라(가명·32)씨는 서울대병원에서 위탁 운영하는 서울시립보라매병원에서 1년 9개월간 근무하다 지난해 11월 30일자로 다른 계약직 간호사 한 명과 함께 계약만료 해고통보를 받았다. 당시 임신 4개월째 접어들 무렵이었다.

김씨는 부당하게 재계약에 실패했다며 지난해 12월부터 병원과 시청을 오가며 피켓 시위를 진행 중이다. 김씨는 이날 처음으로 여성가족부를 시위장소로 택했다. 임신한 계약직 여성근로자의 현실을 알리고,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인시위 장소를 여성가족부로까지 확대한 것.

김씨는 "의료 조직이 굉장히 좁기 때문에 이렇게 일인시위에 나서는 것이 나중에 아이를 낳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 할 때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든다"면서도 "부당한 통보를 받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계약직 근로자나 임산부들이 많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6개월-6개월-6개월-3개월, 4번의 계약 후 해고

6개월, 6개월, 6개월, 3개월. 2012년 3월 1일자로 입사해 수술실 간호사로 일했던 김씨는 짧은 근무기간 동안 네 번의 계약을 맺었다. 마지막 3개월짜리 계약이 끝난 뒤 3개월 더 추가 계약을 하게 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계약이 만료되기 2주 전, 그는 구두로 계약만료를 통보받았다. 현재 김씨와 또 다른 계약직 간호사가 해고된 자리에는 새로운 계약직 간호사로 채워졌다.

계약직 근로자의 경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년 이상 동일한 업무를 해왔고 앞으로도 2년 이상 같은 업무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김씨는 해고가 적법한 평가가 아닌, 무기계약직 전환을 막기 위한 병원의 계약직 정책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임신도 재계약이 안 된 것에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보고 있다.

"근무하는 동안 정규직과 똑같은 업무를 했고 그동안 계속 근무평가도 좋게 받았어요. 그러다 병원 측에서 마지막 계약 근무평가 점수가 낮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당황스러웠죠. 임신을 했으니 출산휴가도 써야 하고 육아휴직도 쓰게 될 수 있으니 이런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것 같아요."

김씨는 또한 "나중에서야 평가에 참여한 동료 간호사 분이 윗선에서 평가점수를 80점대 초반으로 주라고 해 어쩔 수 없었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근무평가 재계약 기준점수가 85점인데, 이 이상의 점수를 주지 말도록 병원 측에서 평가에 참여한 간호사들에게 압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술실에 근무하는 분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계속 같이 일할 수 있도록 해고철회 서명운동도 해줬지만 병원은 재계약 기준 점수를 채우지 못해 적법하게 계약을 종료했다는 입장만 고수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보라매병원 측은 "김씨가 업무 시 부주의한 태도로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잦아 동료간호사들이 업무를 보충하고 시정해 주는 일이 빈번했고, 이로 인해 동료 간호사들이 함께 근무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호소했다"며 "교수 및 수간호사로부터 여러 차례 원인분석 및 조언을 했으나 개선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그 결과 계약직 중간평가 시 상급자 및 동료로부터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근무평가를 거쳐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특히 보라매병원 관계자는 "김씨의 계약만료는 임신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수술실에도 계약직 간호사가?... 의료 질 저하 우려

보라매병원 이전에 타 병원에서도 수술실에서 근무했던 김씨는 보라매병원 수술실에서 정형외과 쪽 업무를 맡았다. 그는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수술실과 같은 특수파트의 경우 간호사와 의사의 궁합이 매우 중요함에도 수술실에까지 계약직 간호사가 배치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같은 수술이라도 병원이나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에 따라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경력직 간호사라도 각각의 스타일에 익숙해지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병원에서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부족인원을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계약직 간호사로 계속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관계자는 "병원이 환자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수술실에 계약직 간호사를 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간호사들이 수술실에서 처음 트레이닝하고 수술에 익숙해지기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숙련되지 않은 계약직 간호사들로 계속 채워지다 보면 그만큼 위험요소도 생길 수 있고 함께 일하는 근무자들도 힘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김씨는 보라매병원이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해 운영되고 있는 시립병원이니 만큼 "서울시가 나서서 병원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일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서울시에서는 보라매병원 내 계약직원 채용은 시 권한이 아니라고 말하고, 보라매병원의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대병원 역시 계약직은 각각의 병원에서 채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씨의 남편과 가족, 지인들은 김씨의 일인시위에 걱정이 많다. 임신 중인 상태에서 매일 일인시위에 나서는 김씨가 혹여 건강을 해치진 않을까, 시위에 나서는 것을 만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씨는 태어날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기 위해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김씨는 "내가 정말 잘못하거나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니라면 부당한 결과에 대해 잘못됐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고칠 수 있도록 알릴 계획"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뱃속의 아이에게도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태그:#비정규직, #계약직 , #해고, #임산부,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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