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역사, 종말의 역사

지구는 46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 지구상 생명체가 태어난 것은 35억 년 전이다. 단순한 형태로 근근이 지구상에서 살아오던 생명체는 오늘 날과 비슷하게 커지고 다양해 졌다. 30억 년 동안 있는 듯 없는 듯 지구의 표면에 붙어있던 생명체가 약 1억년 동안 다양한 종으로 분류되면서 급속하게 팽창했다. 이를 캄브리아기 생명 폭발이라고 부른다.

그 이후로 지구상의 생명체는 5번의 대 멸종 맞는다. 각 위기 때마나 적개는 70%, 많게는 96% 종이 사라졌다. 마지막 대멸종은 지금으로부터 6천 6백만 년 전에 발생했다. 이를 백악기 3기 대멸종이라고 한다. 이때 우리가 알고 있던 공룡이 사라졌다.

5번의 대멸종
- 1차: 4억 4천3백만 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고생대 실루리아기 경계
- 2차: 3억 7천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고생대 석탄기 경계
- 3차: 2억 4천5백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중생대 트라이아스기 경계
- 4차: 2억 1천5백만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중생대 쥐라기 경계
- 5차: 6천6백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신생대 제3기 경계


대멸종의 원인은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연구해 왔지만, 아직까지는 단정 지을 만 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소행성 충돌, 화산폭발, 기후변화들이 원인일 것이라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을 뿐이다.

지구상에 인간이 두발로 걷게 된 것이 20만 년 전이다. 조잡하지만 다른 동물과 달리 문명을 남기기 시작한 것은 1만 년 전이다. 그리고 현대문명의 시작은 고작 150년 전이다. 35억년 생명의 역사 속의 150년. 생명의 역사 35억 년을 1년으로 봤을 때, 인류 현대문명의 시간은 1.4초도 되지 않는다.

이 짧은 시간에 인류는 지구를 정복했고, 무분별한 개발로 지구는 열병에 걸렸다. 지구의 기온은 최근 100년 동안 0.7도 상승했다. 인류문명을 지금처럼 계속 발전시킨다면 인류멸망은 자명한 사실이 되었다. 당연히 기후변화 대응은 인류생존과 직결된, 지구촌 최대과제로 부각되었다.

이젠 전부 끝인가요?... 모든 것의 시작

2014년은 2013년 끝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겨울의 끝에 봄이 시작된다. 새로움을 맞이하는 시작은 무엇인가를 보내야만 가능한 것이다. 과거를 움켜잡고 있으면 인생에서 시작은 없다. 계속 살아남기 위해, 계속 존재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 무엇인가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시작의 뒤에는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버려야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가 사소한 것일 수도 있고 때로는 내 목숨보다 더 귀한 것일 수도 있다.
노아 영화 노아 포스터

▲ 노아 영화 노아 포스터 ⓒ 노아 포스터


영화 '노아'의 큰 줄거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성경을 따랐다. 야훼(창조주)는 타락한 인간들을 파괴(쓸어버리려고)하고자 대홍수를 일으키려 한다. 야훼(창조주)는 대홍수에 대비하여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도록 시킨다. 세상의 동물 일곱 쌍씩과 노아의 가족을 방주에 태운다. 그 후 대홍수가 일어난다는 게 큰 이야기의 흐름이다.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성경과 판이하다. 먼저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라고 지시한 존재다. 성경에서는 야훼 즉 하느님이고, 영화에서는 창조주이다. 야훼나 창조주나 뭐가 다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이는 어느 시각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기독교의 창조주는 야훼고, 이슬람교의 창조주는 알라신이며, 힌두교의 창조주는 브라흐마이며, 불교에서의 모든 만물은 연기(緣起 :모든 현상은 원인인 인(因)과 조건인 연(緣)이 상호 관계하여 성립하며, 인연이 없으면 결과도 없음)되어 존재한다고 본다.

또한, 성경에는 '노아는 자기 아내와 세 아들 셈, 함, 야벳과 세 며느리를 배에 들여보냈다'라고 쓰여 있는 반면, 영화는 노아 부부와 샘 부부 그리고 노아의 아들 함이 방주에 오른다. 그리고 타락한 인간의 우두머리인 두발 가인도 몰래 방주 안에 숨는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제의 핵심인 인간의 지속 생존여부다. 묵직한 철학적 물음을 던지며,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 된다. 이 세상을 타락시킨 인류란 종족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하느냐, 아니면 그래도 살아야 하느냐의 문제 제기다.

성경에서는 노아와 그의 후손들이 살아남아 인류의 조상이 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인간의 폭력으로 이 세상을 타락시켰으니 우린 파괴되어야 된다'며, 노아는 자신의 임무인 지구상의 생명체를 살리는 일이 끝나면 모든 인간도 사라져야 한다고 여긴다. 여기에서 인간이면서 가족의 목숨과 자신의 신념이 부딪치는 것이 이 영화의 백미다.

인간의 일차 구성원은 가족이다. 그리고 그가 속한 조직이나 나라가 될 것이다. 그 다음이 인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문제는 나의 문제와 멀게 느껴지는 반면, 가족의 문제는 사소한 것이라도 금방 문제를 공감한다. 인류가 사라지면 조직도 가족도 사라진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신의 손자를 죽이려는 노아에게 며느리 일라가 묻는다. "이젠 전부 끝인가요?" 그러자 노아가 대답한다. "시작이다." 노아의 신념에는 새 세계를 위해서는 인간이 존재해서는 안 되었다. 비록 자신의 손자지만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하는 이유였다. 모든 것이 끝나야 새 세계가 펼쳐진다고 노아는 굳건히 믿었다.

노아가 멀리 무엇인가를 보고 있다 노아 역의 '러셀 크로우'

▲ 노아가 멀리 무엇인가를 보고 있다 노아 역의 '러셀 크로우' ⓒ 노아 홈페이지


5번의 지구 대멸종 위기 이외에도 7번의 대규모 멸종 있었고, 37번의 생명체 변화가 있었다(국제지질연대표 참조). 이와 같은 사실은 대부분 화석으로부터 알아낸다. 문제는 화석으로부터 얻는 사실은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땅속에서 새로운 화석이 발견되면 고생물학과 고기후학이 전면 수정될 수도 있다.

12번의 대멸종 사건이 발생 했다고 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현재의 지질학 및 고기후학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과학이 그렇듯이,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한다. 절대적 진리가 아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될 것은 과학보다 더 사실을 말해주는 방법을 인간은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현재의 과학으로 밝혀진 것이 진실은 아니지만 최선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지구는 지금 인간이 배출한 오염물질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집트 피라미드에 눈이 내리는 것은 이젠 큰 뉴스거리가 아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의 강도가 점점 커진다는 것은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은 모두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지구촌 규모의 중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창조주는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모든 것을 파괴할 수도 있다. 지구상 생명의 역사로 봤을 때는 그리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장구한 지구 생명의 역사 속에 인류문명의 역사는 한줄기 빛만도 못한 존재다. 

묵직한 묵시론적 주제를 담고 있는 영화

가족을 죽여 인간에 의한 제 2의 지구 파괴를 막으려는 노아의 광기와 이를 막으려는 가족들의 사투는 이를 지켜보는 관객에게 큰 울림을 준다. 특히 고뇌와 광기 속에 변해가는 노아역의 러셀 크로우 얼굴이 클로즈업하여 스크린 가득 자주 보여주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왜 성경의 내용을 따르지 않고, 창조주를 언급했는지. 그리고 가족의 수를 줄였는지. 인간 생존의 지속여부에 초점을 두었는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블록버스트 대작이라고 하여 킬링타임 용으로 영화관을 찾아가면 실망할 수도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명대사들이 즐비하다. 특히 선택의 기로에 선 노아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거대한 크기의 노아의 방주를 실제 만들어서 촬영했다는 이야기, 상상을 현실 속으로 끌어들인 엄청난 스케일 등에 대에서는 다른 매체에서 많이 다루어 이곳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노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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