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기. 이 단어는 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KIA 타이거즈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엘롯기. 이 단어는 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KIA 타이거즈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 각 구단 누리집 갈무리


'엘롯기'는 프로야구 LG 트윈스-롯데 자이언츠-KIA 타이거즈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세 팀이 나란히 번갈아가며 최하위권을 선점한 것을 빗대 '엘롯기 동맹'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는데, 이는 야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굳이 세 팀을 한 카테고리로 묶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세 팀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흥행 카드이자 전국적인 팬층을 보유한 인기 구단으로 꼽힌다. LG는 최대 시장과 인프라를 자랑하는 수도 서울을 연고로 하고 있고, 롯데와 KIA는 전국애서도 유난히 야구 열기가 뜨거운 부산과 광주의 터줏대감들이다. 야구계에서는 오래전부터 LG-롯데-KIA가 성적이 좋아야 야구 인기가 더욱 커진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한 정설로 통할 정도다.

엘롯기가 나란히 4강에 진출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19년 전인 1995시즌이 마지막이다. 엄밀히 말하면 당시 4위 해태(현 KIA)는 3위팀과 3.5게임 차 이상 벌어지면 준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포스트시즌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엘롯기의 동반 선전과 치열한 순위다툼에 힘입어 프로야구는 그해 처음으로 500만 관중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프로야구계에서 '엘롯기'의 비중을 분명히 증명한 시즌이었다.

엘롯기의 부진은 곧 한국 프로야구의 침체

엘롯기 동맹이라는 용어가 처음 탄생하던 2000년대 초중반. 나란히 세 팀이 동반 부진하던 시절이 한국프로야구의 흥행 침체기와 일치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구도'로 불리우는 롯데는 포스트시즌에 복귀한 2008년부터 5년 연속 관중동원 1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평균관중만 약 2만 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대호-김주찬-홍성흔 등 인기스타들이 떠나고 4강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2013시즌, 롯데는 관중동원도 4위로 추락했다.

대신 지난 시즌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올르며 11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LG가 관중동원 1위 자리를 물려받았다. LG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계속 실패하던 기간에도 3년 연속 100만 관중이상을 동원하며 변함없는 인기를 자랑했다. 특히 지난 시즌의 선전은 숨어있던 전국적으로 숨어있던 LG 야구팬들을 대거 '커밍아웃'시키며 경기장으로 몰려들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평이다.

2014시즌 프로야구는 700만 관중시대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2012시즌 사상 처음으로  700만 관중을 돌파했던 프로야구는 지난해 총 관중 수 674만 명으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보유를 팀당 한 명씩 늘리고 외국인 타자영입을 의무화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통해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들이겠다는 복안이다. 그 중심에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흥행카드로 꼽히는 엘롯기의 선전은 필수적인 조건에 가깝다.

LG와 롯데는 올해도 유력한 4강후보로 거론된다. 두 팀은 시범경기에서 4승 2패로 나란히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 LG는 지난해 정규리그 2위의 경험을 자양분삼아 올 시즌 20년만의 대권도전까지 꿈꾸고 있다. 부상으로 하차한 에이스 레다메즈 리즈의 공백이 변수로 떠올랐지만, 안정된 신구조화를 바탕으로 선수층이 두텁다. 또한 마운드 전력은 지난해에 비해 더 강해졌다는 평가다. 리즈를 대체할 새로운 외국인 투수의 보강으로 선발로테이션을 확정하는 게 과제다.

지난해 4강진출에 실패했던 롯데는 비시즌간 가장 충실히 전력보강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롯데는 현재 팀타율 부문에서 유일하게 3할대(.317)의 막강한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약점으로 꼽히는 장타력도 최준석과 히메네스 등이 가세하며 중심타선이 한층 강화됏다. 올해는 시범경기에서 벌서 아홉 개의 홈런을 쏘아올려 넥센과 LG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다. 경찰청에서 전역한 좌완 장원준의 복귀도, 쉐인 유먼-송승준-옥스프링으로 이어지는 선발진도 더욱 두터워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롯데를 우승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LG-롯데는 상승세인데 KIA는...

반면 KIA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선동열 감독이 부임한 2012시즌 이후 KIA는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지난해는 시즌 초반 우승후보로 거론됐다가 추락을 거듭하며 결국 신생팀 NC에게도 뒤진 최악의 성적(8위)을 기록했다. 얇은 선수층과 고질적인 불펜의 난조가 발목을 잡은 가장 큰 원인이었다.

KIA는 시범경기에서 3승 1무 4패로 SK-NC와 공동 6위에 그치며 저조한 모습이다. 타율(.225, 8위)도 좋지 않지만 평균자책점이 6.04로 9개 구단 중 최악이다. 특히 시범경기부터 매 경기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불펜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 19일 SK전에서 KIA는 투수진이 장단 26안타를 허용했고, 9회에만 11점을 내주는 난조 끝에 2-18로 참패했다. 곽정철·유동훈 등 불펜 핵심전력들이 이탈해있는 가운데, 마무리 어센시오나 심동섭·박준표 등 선동열 감독이 기대했던 선수들이 시범경기 들어 연이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IA는 올 시즌 챔피언스필드라는 새로운 둥지를 찾았다. 2만2000여 명을 동원할 수 있는 챔피언스 필드는 2002년 문학구장 이후 12년 만에 공식적으로 개장하는 야구 전용구장이다. 지난 주말 개장 후 시범경기에도 벌써 5만 명이 넘는 야구팬들이 챔피언스필드를 찾으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이제 야구만 잘하면 모든 면에서 흥행의 호재는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KIA의 프랜차이즈스타 출신인 선동열 감독은 올해가 3년 계약의 마자막 해이기도 하다. 지난 2년간 팬들을 실망시킨 KIA에 책임감이 요구된다.

LG-롯데에 이어 KIA까지, 엘롯기가 19년만의 동반 4강신화를 합작할 수 있다면 프로야구 700만 관중 돌파는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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