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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안내문앞에서 한숨쉬고 있었던 상가 사장님들이다. 이주 안내문 옆에는 25일까지 이사를 하지 않으면 조합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기사내용이 함께 붙어 있었다.
 이주안내문앞에서 한숨쉬고 있었던 상가 사장님들이다. 이주 안내문 옆에는 25일까지 이사를 하지 않으면 조합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기사내용이 함께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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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3구역 곳곳에는 이주안내문이 붙어 있다.
▲ 이주안내문 장전3구역 곳곳에는 이주안내문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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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금정구 장전3동. 삼성물산이 재개발하는 '장전3구역 래미안'(전용면적 59~114㎡, 총 1959가구 중 1356가구 일반 분양)이 9월께 일반 분양이 예정돼 있다.

이 동네에 붙어있는 '이주 안내문'에 의하면 2013년 11월 6일부터 2014년 3월 25일까지 이주 기간이 설정돼 있다.

지난 11일 부산대학교 근처에 갔던 나는 20년 전 들렀던 오토바이 센터에 갔다. 엔진오일도 교체하고 오토바이 센터 사장님 얼굴도 오랜만에(한 10년만에) 보고 싶었다. 헬멧을 벗으며 말했다.

"엔진오일 갈려고요 사장님! 혹시 저 알아보시겠어요?"

다른 오토바이를 수리하던 사장님은 안경을 치켜세우며 나를 올려보더니….

"아아~ 학생! 대학 졸업하고 취업이 안됐다고 하면서 고물장사한다고 했던…. 조금만 기달려 봐라!"

엔진오일을 교체하고 브레이크 뭉치도 교환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눴다.

"내 이야기 함 들어봐라"라던 사장님

"사장님 오토바이 수리하는 데는 이제 달인이겠습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씁씁한 미소를 지으며 "이거 한다고 내가 너무 바보같이 안 살았나! 그래 학생은 요새 뭐하노? 학생 만나면 인짜 소주라도 한잔 하고 싶네!"라고 말했다. 오토바이 수리는 끝났지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네, 요즘 아내 대신 집안일하고 틈틈히 글 적고 있습니다."

사장님은 간이의자를 건네면서 말을 이었다.

"무슨 글 적고 있노? 나는 기름밥 먹고 있지만 매일은 아니라도 일기 같은 것 적는다."
"제가 적은 글 <오마이뉴스>에 보내면 기사로 실릴 때도 있어요! 결혼하고 10년 치 반성문 쓴다고 생각하고 이것저것 글 적고 있습니다."

사장님은 나를 빤히 보며 말했다.

"그라면(그러면) 학~생~~ 기자 맞째! 이것 함 봐 봐라. 이야기도 함 들어봐라."

자영업자들 "영업보상, 업종 특성 맞게 지급돼야 하는데"

재개발조합에서 발송된 '영업보상감정평가 안내실시계획'이다.
 재개발조합에서 발송된 '영업보상감정평가 안내실시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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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이곳이 재개발돼 3월 25일까지 이사를 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35년 이곳에서 장사를 했는데 내 나이에 어디가서 가게를 구하고, 구했다고 해도 35년 이곳에 있으면서 단골도 있고 친구도 있고 그 사람들 다 어디서 구하냐고 한다.

안쪽에 주택하고 도로가의 상가하고는 사정이 달랐다. 사장님은 우편으로 받았다는 영업보상 감정평가 실시안내 계획을 보여주며 영업보상과 이사비를 책정한다고 사람 몇몇이 와서 5분도 안돼서 가고 나서 똑같은 금액(대략 900만 원 정도)으로 책정했단다. 그래서 이곳에 10~20년 장사하던 사람들은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학~생~~ 기자 맞째!"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이 말이 계속 생각났다. 그래서 지난 17일 다시 주택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장전3구역을 찿았다. 이주안내문앞에 세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 분 모두 상가세입자들이었다. 이분들의 공통된 주장은 '10~20년 이상 이곳에서 장사한 우리가 이곳을 떠나 다시 자리잡는 게 너무 힘든 일'이라는 것. 그래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고 했다.

"영업보상 감정평가에 대한 이의제기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종의 특성에 맞게 영업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 보상금액이 똑같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그분들은 "그래서 조합이고 철거업체가 어떻게 하든지 이사할 계획이 없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주장했다.

재개발 조합 "보상, 적법하게 이뤄졌다"

주택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장전3구역 주택가 골목의 모습이다. 할머니 두 분이 이사에 대한 말씀을 나누고 있었다.
 주택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장전3구역 주택가 골목의 모습이다. 할머니 두 분이 이사에 대한 말씀을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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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다원 현장소장, (주)부산리싸이클링 현장소장, 장전3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의 경고문이 대문에 붙어 있었다.
 (주)다원 현장소장, (주)부산리싸이클링 현장소장, 장전3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의 경고문이 대문에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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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3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 이주센터, 사무실이 있는 곳
 장전3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 이주센터, 사무실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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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3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 이주센터, 사무실 출입문
 장전3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 이주센터, 사무실 출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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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안쪽에는 '위험, 접근금지, 철거'라는 붉은 글씨가 담벼락에 적혀있고, 경고문이 대문에 붙어 있었다.

상가세입자의 영업보상 감정평가가 제대로 이뤄졌을까. 또 감정평가에 대한 이의신청은 정말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일까. 나는 이런 것들을 확인하기 위해 재개발조합(이주센터) 사무실을 찾았다. 하지만, 사무실의 문은 닫혀 있었다. 그리고 재개발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 또한 닫혀 있었다.

이후 나는 오늘(24일)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을 다시 찾았다. 현장에서 만난 이혁명 사무장은 "영업보상과 관련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상 보상 항목이 없다"라면서도 "하지만, 같은 법 40조를 보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에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있다"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이외에 토지보상법이 있는데, 이 법에 따르면 3개월 치 휴업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게 돼 있다"라며 "이 법에 따라 업체들에게 수당을 지급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감정평가도 적법하게 이뤄졌고, 이의신청에 대한 답변도 객관적 자료를 제출했을 경우 다 해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24일 확인한 결과, 현재 이곳 장전3구역에는 재개발 조합원 총 425명 중 407명이, 주택 세입자의 경우 206가구 100%가 이주한 상태다. 이혁명 사무장은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140업체 중 91업체가 이주하거나 이주에 관련해 합의를 진행했다"라면서 "현재 30여 개 업체들과 원만하게 합의하려고 대화 중"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학~생~~ 기자 맞째!"라던 사장님의 성도 이름도 모른다. 내가 대학다니던 시절 내 오토바이를 정성껏 수리해주셨던 모습, 웃는 모습이 나를 무척이나 기분 좋게 만들었던 오토바이 센터 사장님. "기사 쓰려면 취재원의 이름 정도는 알아야 하는데요"라고 말했을 때 사장님은 "이름은 됐고, 장전도 아니까, 그냥 장아무개씨라고 하면 안 되겠나, 이사 안 가고 버틴다고 몇푼 더 받겠노, 답답해서 이라는 거지, 갈 데가 없어 이라는 거지"라고 말했던 사장님이 떠오른다.

장전3구역 재개발 비상대책 위원회 사무실
 장전3구역 재개발 비상대책 위원회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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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상가세입자, #재개발, #장전3구역 래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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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 헌옷, 고물 수거 중 하루하루 살아남기. 콜포비아(전화공포증)이 있음. 자비로 2018년 9월「시(詩)가 있는 교실 시(時)가 없는 학교」 출간했음, 2018년 1학기동안 물리기간제교사와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임, 책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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