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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생이 된 첫째아이가 요즘 부쩍 짜증을 많이 부린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은 아이에게도 힘겨운 일인가 보다. 아이의 마음을 알고 그 응석을 받아주다가도 계속되는 일상에 지칠 때면 나 역시 아이의 짜증을 너그럽게 받아주지 못하고 점점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일이 많아졌다. 이러다간 아이와 점점 멀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첫째아이만을 위한 주말계획을 세웠다. 

제대로 힐링한 용문사 템플스테이

용문역 용문사 템플스테이 가는길
▲ 용문역 용문사 템플스테이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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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집에서 가까우면서 숙박이 가능하고 아이와 뭔가를 할수 있는 것을 찾아보게 되었다. 경기도 양평의 용문사 템플스테이 체험형은 나에게 편지를 쓰고 자연식 뽕잎밥을 먹을 수 있고, 친환경농업박물관을 볼 수 있고 1박 2일 성인 50,000원 청소년 40,000원 등의 조건이라 선택하게 되었다. 식사와 프로그램 숙박 그리고 스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집에서 1시간 가량 가자 용문역(중앙선)에 도착했다.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버스 정류장이 있어 버스를 타니 용문사에서 내렸다. 한적한 길을 따라 용문사 입구에 다다르자 커다란 은행나무가 보였다. 천연기념물 30호인 은행나무의 나이는 1100살이 넘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 나무는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때마다 큰소리로 울어 위험을 미리 알렸다고 한다. 조선의 마지막 왕인 고종이 승하했을 때는 가지 한 개가 부러졌다고 한다. 나라에서는 이런 용문사 은행나무를 소중히 여겨 조선 세종 때 당상관(정3품)의 벼슬을 내렸다고 하니 나무가 더 범상치 않아 보였다.

용문사 은행나무  나이가 약 1,1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42m, 뿌리부분 둘레 15.2m이다. 우리나라 은행나무 가운데 나이와 높이에 있어서 최고 높은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줄기 아래에 혹이 있는 것이 특징인 용문사에 은행나무
▲ 용문사 은행나무 나이가 약 1,1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42m, 뿌리부분 둘레 15.2m이다. 우리나라 은행나무 가운데 나이와 높이에 있어서 최고 높은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줄기 아래에 혹이 있는 것이 특징인 용문사에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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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 설거지하고 눈을 치우다

사찰에 도착하자 사찰 예절을 알려주는데 지루해 하는 아이의 표정이 역력하다. 평상시 자유분방하게 자라온 아이에게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절하는 방법 등은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어른들이 자기 소개 하는데 아이는 관심 밖인 듯했다. 혹시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낼까 봐 긴장하고 있는데 스님이 미소를 지으며 먼저 아이에게 말을 건넨다. 나에게 성급해 하지 말고 아이를 기다려 주라고 말씀하신다. 그렇게 기다려 주었기 때문일까. 아이도 스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점점 템플스테이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저녁 공양 시간에는 떠들지 않고 음식의 소중함을 느끼며 천천히 남기지 않고 먹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먹은 그릇을 설거지 하는 것도 배웠다. 그리고 보니 집에서 아이에게 설거지하라고 시켰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금이야 옥이야 무조건 많이 먹이려고만 했지.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다도 스님과의 대화 떡과 차를 마시고 이야기하는 시간
▲ 다도 스님과의 대화 떡과 차를 마시고 이야기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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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차를 마시고 쫄깃한 인절미를 먹으며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첫째아이가 짜증을 많이 내서 고민이라고 하니 스님은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는구나"라며 아이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 주신다. 가슴을 동그란 공으로 마사지하는 방법을 알려주신다. 그리고 매일 10분 정도 배를 만져 주라고 하신다. 자연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땅에서 많이 뛰어 놀게 하라고도 말씀해 준신다. 아이는 공놀이가 재미있었는지 집에 와서도 공을 가슴 아래 넣고 누르며 스님이 이거 자주 하라고 했다며 지금도 옆에서 공으로 마사지를 하고 있다.  

오랜 수련을 통한 스님의 내공을 엿볼 수 있었다. 스님이 건강을 위해 직접 제작했다는 봉을 이용해 척추 마사지도 해보았다. 정말 신기하게 몸이 한결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나의 고민을 들어주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알려주신 스님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봉 용문사 스님이 직접 제작한 봉
▲ 봉 용문사 스님이 직접 제작한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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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는 일찍 날이 저물고 하늘에는 3월에 흰눈이 펑펑 내렸다. 실컷 눈을 맞고 눈을 먹고 놀던 아이는 일찍 잠이 들었다. "나 내일 일찍 일어나 스님처럼 수련할 거야." 잠꼬대처럼 말하고는 이내 깊은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침 온 세상은 하얗게 뒤덥혔다. 아이는 수련을 하겠다며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운다.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다니 너무 기특하게 느껴졌다. 춥지도 않은지 그만하라고 해도 신나서 청소를 한다.

용문사 눈치우기 눈을 먹으며 밤세 좋아했던 아이. 아침일찍 일어나 혼자 수련한다며 눈을 치우고 있다.
▲ 용문사 눈치우기 눈을 먹으며 밤세 좋아했던 아이. 아침일찍 일어나 혼자 수련한다며 눈을 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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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 눈치우기 눈치우는 아이
▲ 용문사 눈치우기 눈치우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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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스님의 모습에서 그대로 배우는 듯하다. 스스로 모든 것을 정돈하고, 바른 몸가짐과 수련하는 생활을 가까이에서 보고 느끼는 듯하다. 첫날 첫째아이가 남긴 음식을 먹느라 너무 배가 불렀다. 그런데 오늘 점심 공양은 아이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자신이 가져온 양만큼 다 먹었다. 눈치우느라 배가 고팠는지 아이는 더 달고 맛나게 점심을 즐기는 듯했다.

용문사 뽕잎밥 점심공양
▲ 용문사 뽕잎밥 점심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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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를 걱정해 주는 스님의 진심에 감동했다. 이번 체험을 통해 내가 그동안 첫째아이에 대해 꼬리표를 달고 바라보지 않았을까란 깨달음을 주었다. 내년에 아이와 함께 다시 한 번 스님을 만나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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