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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는 '오픈테이블 : 일상폴폴2014'에서 열리는 테이블들 중에서 시민이 관심가질 만한 테이블들을 소개한다. 주거나 일자리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부딪히는 작은 공간에 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에 관한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이어간다. '오픈테이블' 행사는 오는 3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열린다. 시민들이 직접 의제를 등록하고 카페 등 일상의 공간에 모여 정책을 만들어보는 컨퍼런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기자주>

김현미 민주당 의원과 알고 지낸 시간은 근 30여 년 이상이다. 처음 만났던 20대 시절에는 자주 볼 수 있었던 사람이었지만 오랫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기에 '교류'라고 할 것이 없었다. 그러다 얼마 전 김 의원이 협동조합 토론회나 시민단체들 모임에 조용히 나타나서 이야기를 듣다 가곤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김 의원이 그동안 우리 사회의 50대 베이비부머들의 일상을 찾아다녔고, 그 결과를 책으로까지 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대적으로는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본 김 의원과 마주앉았다. 오픈테이블에서도 50대들의 이야기를 나눠봤다.

- 소속 상임위가 정무위원회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기획재정위원회다. 왜 50대 문제를 가지고 현장을 다녀볼 생각을 하게 됐나.

"상임위와는 별 관계가 없었다. 한 3년 정도 됐는데, 지역구 의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주부나 중년 여성 일자리 문제에 관심이 많이 가게 됐다. 이를 취재해서 책을 썼다. 돌아다녀 보면 동네에서 40, 50대 주부들은 대개 마트 캐셔, 요양보호사, 어린이집 교사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식당도 있고. 그런데, 그때 책 제목을 <대한민국 아줌마는 100만원짜리>라고 하려 했을 정도로 대부분 수입이 100만 원 남짓 정도였다(책 제목은 결국 '88만원 세대'를 흉내 내는 것 같아 바꿨다(책 제목은 <'강한 아줌마, 약한 대한민국'로 정했다).

아줌마들이 왜 그렇게 힘든가를 취재하다 보니, 대부분 남편 탓이었다. 남편이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자들이 사고를 쳐서 그런 것이 아니다. 자영업 하다 망하거나 명퇴든 해고든 퇴직된 상태였다. 집에는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데, 집을 사서 하우스푸어가 되기도 했다. 결국 엄마들이 도울 수밖에 없다. 처음에 아줌마들의 노동 조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글을 썼는데, 그 과정에서 중년 남성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하니까 부모님 부양도 남아 있고, 아이들 부양도 안 끝났는데, 자기 노후 문제 또한 고민해야 하는 세대이다. 새로운 사회적 문제인 셈이다."

- 다닌 곳이 다양한 것 같다.
"어떤 동네든 어떤 사람들이든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보려고 사례를 찾아다녔다. 특히 협동조합 현장을 많이 다녀보았다. 고양시에서는 한살림, 두레, 아이쿱 생협 등을 방문했다. 홍성에 가서는 생산자 조합과 귀농귀촌지원센터, 원주에 가서는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의료생협, 밝음신협, 길거리노숙자협동조합을 갔다.

서울에서는 성수동 수제화협동조합, 대리기사협동조합, 희망제작소, 공유차 기업인 카셰어링소비자협동조합,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해피브릿지를 방문했다. 로컬푸드로 유명한 완주에서는 판매와 작업 현장을 둘러봤고, 전주 남부시장의 청년몰에 가서는 청년과 50대의 만남도 봤다.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운영되는 청주의 우진교통도 가보면서 자신들의 위기를 극복해 가는 사례들을 찾아 봤다."

"80 먹은 노인이 50 먹은 아들 취직 부탁하러 왔다"

- 김 의원이 부딪히고 다니며 정리하게 된 50대의 문제는 어떤 것인가?
"동네에 있다 보면 민원이 많은데, 그 민원의 내용은 20대보다 50대의 취직 부탁이 많다. 그런데 50대 남자를 뽑는 데가 거의 없다. 시에서 비정규직 일자리 공고가 나면 경쟁률이 1:100이 넘는다. 환경미화원 자리든 어떤 자리든 그렇다. 40, 50대 특히 50대 남성을 뽑는 데가 없다. 한 번은 시골에 사는 친정의 동네 어르신이 서울 사는 나와 동갑내기 아들의 취직을 부탁하러 데리고 온 적도 있다. 80 먹은 노인이 50 먹은 아들 취직 부탁하러 온 것이다. 또 대기업 임원 하던 동년배들도 이제는 갈 데가 없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쌍한 것이 50대 남성이다."

- 50대들의 고민은 심하게 말하면 '치킨집이냐 피자집이냐'로 귀결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더 나이 들어서는 '경로당 가서 고스톱 치고 앉아 있어야 하나' 뭐 이런 고민도 있고…
"정말 다 그렇다. 50대는 그동안 모은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무슨 일을 하든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 노후까지 챙겨야 하니까. 그런데 제일 많이 하는 게 치킨집이다. 그러다 보니 자영업의 경쟁도 심해지고, 그래서 망하고 나면 다 북한산에 가니 산이 닳고 있다. 산도 못 쉰다."

- 현재 어떤 대책이 있나.
"첫째는 퇴직연령을 늦추는 일이다. 그러나 공공부문만 한 상태이기 때문에 여전히 퇴직연령이 빠르다. 퇴직연령을 늦추는 방안을 더 검토해야 한다. 일 년에 퇴직하는 사람이 61만 명인데, 대책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3만 명 정도가 대상이 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받는다. 나머지 58만 명에 대한 대책이 거의 없다.

집권했던 경험이 있는 정당의 일원으로 생각해 보면 집권 당시에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현실에서는 어떤지 상상을 못한 것 같다. 정말 장년세대가 이렇게 되는 경우를 상상을 못한 것이다. 명퇴해서 자영업으로 많이 갔는데, 골목상권에 대기업이 들어온다. 치킨집을 하는 이유가 '대기업이 이거는 못하겠지' 해서 하는 것인데···. 골목상권까지 실제로 들어와 버리니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웬만큼 되면 일자리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중소기업도 그 정도를 감당하지를 못하니 일자리를 흡수할 데가 없는 것이다."

김현미 민주당 의원.
 김현미 민주당 의원.
ⓒ 하승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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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을 돌아다니며 얻은 해답이 있다면.
"생산자 조합의 경우 나름대로 교육도 받고, 안정된 판로가 있고, 자부심도 있었다. 그냥 개별적으로 혼자 농사짓는 사람에 비해 안정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수동 수제화 하는 분들은 대기업이 유통에서 마진을 다 가져가니까, 자체적으로 판로를 만들기도 한다.

이 분들은 공동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판매도 하면서 구두 장인의 맥을 잇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젊은 세대에게 가르치기도 하고, 마진 천원, 이천원에 목매지 않고 제대로 된 구두를 만들어서 제 값 받고 파는 일과 장인으로서의 자부심, 산업적 전망 등을 논하고 있더라.예컨대 좀 안정되어 있는 생협의 경우 퇴직한 재무전문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본다."

"제 2인생청, 노인청 만들어야"

- 그러면 정치는 50대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불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개혁으로 중소기업이 자리 잡도록 하는 것,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금지,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수업 몇 번 하고 종치는 그런 프로그램이 아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 이들이 실제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으로 이어지게 도와주는 일 등이 아닐까 싶다.

협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노력을 했지만 안 된 것이 금융 분야다. 사회적 금융자본 형성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청년일자리 고민을 한지는 꽤 되지만, 50대의 경우 고민이 짧은 편이다. 정부가 이를 주요한 정책 대상으로 삼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 노인 빈곤율 세계 1위라고 하는데, 대책이 없으면 계속될 것 아닌가?"

- 지방자치단체, 서울 같으면 인생이모작센터 같은 중간지원기관이 있다. 행정적 지원체계는 어떤가?
"제2인생청, 혹은 노인청 만든다는 이야기처럼, 전문적으로 고민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 사실 우리 사회는 지금 불안하다고 느낀다. 제도적, 정책적 문제뿐 아니라 심리적 문제도 있다. '당신은 아직 지지 않았다'고 책 제목을 정할 때 이런 생각도 한 것인가?
"그렇다. 결국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이 세대가 안고 있는 문제를 나 혼자만의 고민이라고 하지 말고 드러내놓고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 함께 하면 더 잘하게 되는 것을 찾아야 한다. 냉정하게 현실을 진단하고 다시 제 2의 인생설계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야 하지만, 자기 자신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

드러내 놓아야 노동조건 개선이 가능하지, 숨기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이게 시대의 변화라고 받아들이고, 덤벼들어야 한다. 정부도 이런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픈테이블 홈페이지(opentable.or.kr)에도 실립니다. 이 행사를 위한 모금이 텀블벅(https://tumblbug.com/ko/opentable2014)에서 진행중입니다.



태그:#오픈테이블, #김현미, #데어, #베이비부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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