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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배구연맹


프로배구의 영원한 라이벌이 결국 외나무다리에서 정면으로 만났다. 이 한 판으로 정규리그 우승이 결판날 수 있다. 올 시즌 최고의 빅매치다.

삼성화재-현대캐피탈. 프로배구에서 두 팀의 경기는 단연 최고의 흥행카드다. 만났다 하면 케이블TV 대박 시청률인 1%를 넘기는 건 기본이다. 경기 후에도 숱한 화제들을 쏟아낸다. 구단 관계자는 물론 팬들까지 응원 열기와 신경전이 대단하다. 국내 프로스포츠를 통틀어서도 야구의 롯데-기아, 축구의 서울-수원에 버금가는 라이벌 매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면서 배구팬들을 더욱 흥분시키고 있다. 이제는 끝을 봐야 하는 시간이 됐다. 오는 9일 '배구특별시' 천안에서 두 팀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온라인 예매표는 이미 매진됐고, 당일 현장 판매분도 오전 일찍 나서서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다.

어느 팀이 우세할지 전망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양팀의 올 시즌 상대전적도 2승 2패로 팽팽하다. 레오-아가메즈, 박철우-문성민 등 선수간 대결 구도도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두 팀의 최근 경기력도 똑같이 상승세다. 삼성화재는 4연승, 현대캐피탈은 5연승 중이다.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과 집중력 그리고 운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란 것 외에 다른 분석은 의미가 없다.

현대캐피탈에게는 이번 경기가 더욱 남다르다. 승리할 경우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상대전적에서 삼성화재를 앞서게 된다. V리그 10년 동안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를 상대로 시즌 전적에서 앞섰던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프로 출범 첫 시즌인 2005년에 2승2패, 2006~2007시즌에 3승3패로 동률을 이뤘던 게 최고 성적이다.

삼성화재도 마찬가지다. 현재 7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전무후무한 대기록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번 정규리그 우승을 놓치면 플레이오프(PO)전을 치러야 하고, 자칫 챔프전 진출이 무산될 위험부담까지 생긴다. 현대캐피탈은 라이벌로서 존재감을 세워야 하고, 삼성화재는 그동안 이어온 우위를 유지하고 대기록 달성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한다.

삼성 3-1 이내로 이기면 '우승 확정'

경우의 수는 간단할 수도 있고, 끝까지 복잡할 수도 있다. V리그 정규리그의 순위 결정 방식은 ①승점-②승리경기수(승수)-③세트득실률-④점수득실률 순서로 따져서 순위를 결정한다.

7일 현재 1위 삼성화재는 승점이 62점(22승6패, 득세트 70/실세트 36), 2위 현대피탈은 61점(21승7패, 득세트 69/실세트 39)이다. 이제 남은 경기는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맞대결과 이후 삼성화재는 13일 러시앤캐시, 현대캐피탈은 15일 우리카드와 각각 1경기씩만 남겨놓고 있다.

일단 9일 삼성화재가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1 이내로 이기고 승점 3점을 확보할 경우, 그 자리에서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된다. 3-2로 이기면, 이후 러시앤캐시에게 승리하거나 지더라도 2-3으로만 지면 우승이 확정된다. 그러나 삼성화재가 러시앤캐시에 3-1 이내로 지고 현대캐피탈이 우리카드에게 3-1 이내로 이기면, 현대캐피탈이 승점 1점이 앞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를 이길 경우에는 현대가 유리하긴 하지만, 경우의 수가 복잡해진다. 양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인 15일 현대캐피탈-우리카드전(천안)까지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또한 단 1세트의 차이로 우승팀이 결정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를 3-1 이내로 이길 경우, 이후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이기기만 하면 삼성화재-러시앤캐시전과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하게 된다.

문제는 3-2로 이길 경우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22승7패(승점 63점)로 승점과 승수가 모두 동률이 된다. 이 경우에는 세트득실률을 따져야 한다. 세트득실률에서는 삼성화재가 간발의 차이로 앞서기 때문에 더 유리하다.

특히 삼성화재가 러시앤캐시에 3-1로 승리하고, 현대캐피탈도 우리카드에게 3-0으로 완승을 거뒀는데도 단 1세트 차이 때문에 삼성화재가 우승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엔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23승7패(승점 66점)로 승점과 승수는 같다.

하지만 세트득실률 계산에서 삼성화재가 득세트 75-실세트 40, 현대캐피탈이 득세트 75-실세트 41이 된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승점-승수-득세트마저 똑같지만, 실세트(패한 세트)에서 1세트가 더 많아 우승을 삼성에게 넘겨줘야 한다. 프로배구에서 단 1세트의 의미가 우승의 향방을 결정짓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대한항공 "현대 이겨라" vs 우리카드 "삼성 이겨라"

현대캐피탈-삼성화재의 경기에는 장외 응원전도 뜨거울 전망이다. 특히 두 팀의 승패에 이해관계가 직결되는 팀이 있다. 바로 플레이오프(PO)와 준플레이오프 경쟁을 하고 있는 3위 대한항공과 4위 우리카드다. 남은 경기 일정상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이 이기는 게, 우리카드는 삼성화재가 이기는 게 유리하다. 15일 현대캐피탈-우리카드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가 이겨서 우승이 확정되면, 현대캐피탈은 15일 우리카드전에서 이겨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기는 게 손해고, 지는 게 이득이다. 현대캐피탈 입장에서는 PO전 상대인 3위와 4위가 준플레이오프까지 치르면서 진이 다 빠진 상태에서 만나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4위인 우리카드가 대한항공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도록 하려면, 현대캐피탈은 이겨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그만큼 우리카드 입장에서는 유리해진다. 반대로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를 이기고 끝까지 우승 경쟁을 해야 우리카드전에서도 전력을 다할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두 팀만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건 아니다. 삼성화재-현대캐피탈 경기만 있으면, 두 팀의 승패에 아무 상관없는 다른 팀 팬들까지 '이상하게' 긴장되고 떨린다. 그게 삼-현전의 마력(魔力)이다. 달리 최고의 흥행카드나 빅매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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