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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인 지난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및 각 부처 장관들이 배석한 가운데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인 지난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및 각 부처 장관들이 배석한 가운데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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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 담화를 통해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통일준비위)를 발족시켜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통일 방향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에 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 분야 민간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국민적 통일 논의를 수렴하고 구체적인 통일 한반도의 청사진을 만들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6일 신년연설에서 밝힌 '통일대박론'에 이어 통일을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속되는 발언에 박수를 보낸다.

통일을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는 여야를 구분짓지 않고 공통된다. 지난 2월 4일 올해 처음으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범국가적으로 합의된 하나의 대북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여야가 국회에 '한반도통일평화협의체'를 두고 함께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다음날인 2월 5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 역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정권이 교체돼도 바뀌지 않을 한반도 평화통일 정책의 마련을 위한 초당파적이고 범국가적인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면서 여·야·정 및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범국가적 '통일시대준비위' 구성을 제안했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은 물론이요, 입법부를 구성한 두 교섭단체의 대표가 입을 모아 '통일을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협의의 틀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것은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평화통일을 지향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하는 것은 우리 헌법 제4조에서 정한 국가의 의무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국회와 정부에게 주어져 있다.

5개월 넘게 표류 중인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

'통일을 준비하자'는 정치지도자들의 발언 내용 하나하나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한편,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감춰진 진실'이 하나 있다. 남북관계발전법에서 5년마다 수립하도록 정부에 의무를 부여한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통일부가 지난해 9월 25일 '제2차 남북관계 발전 기본계획'이 확정됐다고 밝혔으나, 15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회에 제대로 보고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1년 차인 지난해 연도별 시행계획은 수립조차 되지 못했으며, 박근혜 정부 2년 차인 올해 연도별 시행계획 역시 수립절차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새정부의 통일정책의 근간인 제2차 기본계획이 수개월째 방치되고 있는 이유는 통일부가 법률을 지키지 않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지금도 제2차 기본계획은 국회의 '의결사항'이 아닌 '보고사항'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해 9월 행정부 내에서 확정됐다고 발표한 제2차 기본계획에는 DMZ 평화공원 조성 등 예산 조치가 포함돼 있다. 남북관계발전법 제13조 제2항에는 "예산이 수반되는 기본계획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혀놨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한 '통일대박론'이나 '통일준비위 구성',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나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한반도통일평화협의체'나 '범국가적 통일시대준비위원회' 구성은 좋다. 하지만 우선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부터 확정 짓고, 이를 바탕으로 한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는 게 먼저다.

통일부의 직무유기, '통일대박론' 믿기 어렵게 만든다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지난 2월 1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김관진 국방부장관.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지난 2월 1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김관진 국방부장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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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 정부에게 5년마다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의무로 규정한 이유는 정부가 남북관계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모아 남남갈등을 방지하는 한편, 예측 가능한 남북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은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여야 대표가 제안한 바와 같이 "국민적 합의에 기반하여 대북정책을 적극적·능동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국정의 기본계획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통일부는 국무회의의 심의도 받지 않겠다고 하고 있고, '국회의 동의'도 받지 않겠다고 한다. 이같은 이유 하나만으로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은 5개월째 방치됐다. 이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이런 통일부의 대응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조차 믿기 어렵게 만든다.

대통령의 '통일준비위 구성'도 좋고, 여야 대표의 기구 설치 제안도 좋다. 하지만 그에 앞서 정부와 국회는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을 어떻게 확정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헌법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국무회의 심의'나 '국회 동의' 절차를 진행하는 게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통일 대박' 원한다면 이것부터 하라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꿰어 바느질을 할 수는 없다. 말뿐인 '통일 대박론', 그저 위원회 하나 설치한다고 해서 통일이 앞당겨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통일부라는 중앙행정부처를 두고 있지만, 통일부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남북 당국자간 대화 협의과정에서 '격'을 이유로 회담 자체를 무산시켰던 통일부는 지금 어디에 있나? 여야 대표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통일을 준비하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겠다고 하는 지금,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통일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박근혜 정부 이후 5년 만에 다시 부활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출범과 함께 NSC 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됐던 천해성 전 통일부 정책실장은 내정된 지 1주일 만에 경질됐다. 현재 NSC 내 통일부 공무원은 6급 공무원 한 명에 불과하다. '통일준비위'라는 새로운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에 앞서 통일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정부 내 위상과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정부가 진정으로 '통일 대박'을 바란다면 남북간 교류의 문을 막고 있는 장애물을 치워야 한다. 지금 남북간 인적·경제적 교류의 문은 수년째 근본적으로 막혀 있다. 남북간 인적 교류의 장이었던 금강산 관광은 2008년 10월 이후 5년 넘도록 중단됐고, 남북간 경제 교류를 전면차단하는 2010년 5·24조치는 박근혜 정부 2년 차인 지금도 여전하다.

통일은 대박이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준비된 통일이어야만 진정한 대박이 될 수 있다. 통일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동의를 모은 기본계획과 이를 바탕으로 한 연도별 계획이 체계적으로 수립되고 이행돼야 한다.

정부와 여야 대표의 '기구 구성' 주장에 앞서 법에서 정한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연도별 계획을 상세히 수립해 국민 앞에 내놓는 것이 먼저다. 또한 통일부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조치 해제를 통해 '통일 대박'을 위한 남북한간 교류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통일 준비의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박주선 의원은 제18대 국회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태그:#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 #통일준비위원회, #박근혜, #박주선,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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